권영길-심상정 '맞장토론' 신경전

沈 "'이명박 맞수' 주제로" vs 權 "'변화와 혁신' 주제로"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2차 경선에 진출한 심상정 후보는 10일 "민노당의 2차 경선은 이명박에 맞서 진보정치의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적임자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이명박에 맞설 적임자를 가리는 TV 끝장토론을 당과 권 후보 측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1차 경선이 민노당 리그의 경선이었다면 2차 경선은 국민적 리그로 진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이어 "누가 서민들의 삶을 책임질 대통령인가를 가리는 의미의 효과적인 구도는 이명박-문국현-심상정 3자구도"라며 "이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효과적인 구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 토목경제 중심의 이명박과 이명박의 맞수를 자임한 문국현, 서민경제를 제시한 심상정 구도가 가장 영양가 있는 구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범여권에도 후보들이 있지만 민생을 파탄시킨 전직 총리나 장관들이 서민경제를 책임질 적임자로 나서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문 후보가 비전을 실현하려고 할 때 필연적인 재벌과 외국자본, 세계화의 거센 흐름에 맞설 수 있는 힘이 부재하다"며 "개혁은 개인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계를 파고들기도 했다.
  
  권영길 "변화와 혁신을 주제로 토론하자"
  
  심 후보의 'TV 끝장토론' 제안에 대해 권영길 후보는 "그렇지 않아도 '한방 토론'을 제안하려던 참에 잘 됐다"면서도 "결선투표가 길지 않고 어느 한 가지 주제토론을 해야 한다면 다른 것이 아닌 당의 위기와 정체성의 원인은 무엇인지, 누가 변화와 혁신의 적임자인지를 밝히는 제한없는 토론을 하자"고 역제안했다.
  
  권 후보는 "심 후보가 주장하는 '변화와 혁신'의 내용이 무엇인지 끝장토론을 하자는 것"이라며 "당이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이라는 게 심 후보의 주장이라면 먼저 제 집의 불부터 꺼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설명했다.
  
  권 후보는 "민노당은 반(反)이명박 정당도 아니고 이명박 프레임에 갇힐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경제 문제'나 '이명박 맞수론'보다는 당의 변화와 혁신에 초점을 두고 형식의 구애 없이 토론을 해보자는 제안이다.
  
  심 후보 측이 주장해 온 '변화와 혁신'의 요체가 '대표선수 교체론'으로 집약되자 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심 "권영길 대세론은 꺾였다"…권 "본선 돌풍의 기회를 달라"
  
  한편 두 후보는 저마다의 이유로 결선 승리를 자신했다.
  
  심 후보는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당심이 '심바람' 태풍을 일으켰다"며 "앞으로 6일 간 민주노동당의 경천동지를 기대해달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1차 선거의 의미는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해 참신한 주자로 대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영길 대세론과 심상정 대안론의 격돌이었던 1차 경선은 어제 결과로서 권영길 대세론이 꺾였음이 확인됐다"며 "권영길 후보는 10년 민노당을 대표한 얼굴이지만,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선거자원을 동원해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과반이 채택되지 않음으로써 대세론은 끝났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특히 "이번 대선은 경제가 정치의 중심 화두로 올라선 첫 번째 선거"라며 "이명박에 맞서 서민경제의 발전을 설득할 수 있는 후보가 가장 중요한 민노당의 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보수 남성후보와 진보 여성후보의 구도야말로 진보정당으로선 가장 효율적인 구도"라며 "정치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인 여성을 민노당으로 안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또한 "한미 FTA와 비정규직 쟁점에서 국민의 뜻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후보가 심상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권영길 후보는 "단 한 발의 화살로 과녁을 명중시켜야 하는 민노당의 처지에서 압도적 지지와 본선경쟁력, 진보진영을 한데 어울러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룰 대선단을 조직할 수 있는 권영길에게 본선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권 후보는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대선 3자구도시 예상 득표율을 거론하며 "이미 국민지지율이 10%에 육박하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권영길이 보여주고 있다"며 "당을 변화시키고 혁신시키는 일도 소중하지만 동시에 정치판을 뒤흔들고 변화시키는 일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영길은 모든 여론조사 기관으로부터 신뢰와 정직한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역동적인 정치와 신뢰받는 진보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정파의 지지를 등에 업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민노당 당원들은 누가 시킨다고 투표하는 분들이 아니다"며 "나는 유일하게 어떤 정파에도 소속되지 않았지만 모든 정파의 지지를 항상 받아왔다"고 항변했다.
  
  노회찬 지지표 어디로 갈까 촉각
  
  1차 선거에서 노회찬 의원을 지지했던 표심의 향배도 결선의 주요 변수. 양측은 이를 자기 쪽으로 끌어오거나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분산시키는 데도 경쟁적이었다.
  
  심 후보는 노 의원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 "1차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노 의원이 여러 인터뷰에서 심상정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지역단위에서 자발적으로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고 공동선대본이 구성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 의원을 지지했던 표심은 변화의 열망이고 대표선수 교체가 그 복판에 자리잡고 있다"며 "연대는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 전남, 인천, 대구 등 거의 전 지역에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권 후보는 "노 의원과는 창당 때부터 대표와 사무총장을 같이 한 사이"라며 "노 의원이 본선경쟁력을 강조해 왔는데, 본선경쟁력에선 권영길이 더 높다고 보기 때문에 노 의원을 지지했던 분들이 권영길에게 쏠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