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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왜 이러나?

[분석] 울산의 '충격'…'위기'의 노회찬

울산이 노회찬 후보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역 개표 결과는 물론이고 누적집계에서도 심상정 후보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5일 저녁 개표결과 발표 직후 노 후보는 "울산에서 아주 쓴 잔을 마셨다"고 심각한 패배감을 토로했다.

'권영길의 독주' '심상정의 바람', 그리고 '노회찬의 위기'

노 후보의 충격은 단지 꼴찌로 밀려난 수모 때문만이 아니다. 울산 선거는 일찌감치 3위를 예상하고 있었다. 문제는 경선 초장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노 후보의 '침체'가 반환점을 돈 지금에 이르러선 회복불능의 '위기'로까지 악화된 데에 있다. 그걸 울산 선거가 확인해 준 것이다.

민주노동당 경선의 두드러진 현상인 '권영길의 독주'와 '심상정의 바람'에는 바로 '노회찬의 위기'라는 동전의 뒷면이 있다. 촌철살인의 언어구사력과 순발력, 대중성, 정치적 기민함, 이슈 선점능력 등의 강점을 두루 갖춘 노 후보가 왜 이 지경까지 내몰렸을까?

"정파선거로 가면 우린 3등"

노회찬 캠프는 '정파선거의 피해'라고 분개했다. 정파선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2006년 당 대표 선거와 현재의 경선 추이를 비교해 보면 노회찬 캠프의 항변에 일리는 있다. 당시 자주파의 지원을 등에 업은 문성현 후보의 지역별 득표율과 권 후보의 득표율이 엇비슷한 경향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노총 좌파의 한 부류를 일컫는 중앙파마저 심상정 후보 쪽으로 쏠렸다는 게 노회찬 캠프의 주장. 캠프 관계자는 "가정이지만 오른쪽을 자주파가, 왼쪽을 중앙파가 다 가져가면 조직이 없는 노회찬으로서는 3등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컨대 자주파의 권영길과 중앙파의 심상정 틈새에서 속수무책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뉴시스

하지만 정파선거, 조직선거는 거의 모든 민노당의 선거에서 상수다. 경선 전부터 예상됐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후보의 자질, 선거 전략, 당권자들에 대한 메시지 관리 등 기본적인 선거 요인이 작용할 틈이 없는 건 아니다. 대선후보를 뽑는 선거인만큼 당권자들에게 당 밖의 시각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하도록 유인할 수단은 당직 선거보다 훨씬 넓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노 후보의 위기는 이런 측면에서 자초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캠프 관계자는 "평당원 혁명이나 본선경쟁력에 대한 판단 등이 선거의 기준이 되는 게 우리의 희망사항이었는데 정파와 연고를 넘어선 잣대를 각인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노회찬 하면 떠오르는 게 없다"

다른 후보 진영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권영길 캠프의 관계자는 "대중성에서 강점이 있는 노 후보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원들을 압박했으면 상당히 위협적일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너무 미약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심상정 캠프 관계자는 "개인 지지율과 당심의 간극을 메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메시지 전략에 실패한 것 같다. 노회찬 하면 떠오르는 게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영세업자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운동'이다. 경선 출마선언 전부터 노 후보가 주도한 야심작이었던 이 활동에 힘입어 민노당에 대한 자영업자의 지지율이 상당히 올랐다. 그러나 정작 경선에 접어들자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이 업적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노 후보의 경쟁력으로 '카드 운동'에 주목했던 당의 한 관계자는 "한동안 접어뒀다가 요즘 다시 들고 나오니 생뚱맞기도 하고 별 반응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미 FTA를 브랜드화 시켜내며 당 밖으로부터 경제정책통 이미지를 구축한 데 성공한 심상정 후보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개인기의 역풍

지난 7월 7일 광주 연설. 노 후보는 "지금 (대선에) 세 번 출마하는 분은 권영길 후보와 이인제 씨밖에 없다"고 말했다.

곧바로 역풍이 일었다. 지난 97년, 2002년의 대선 당시 등 떠밀리다시피 출마한 권 후보를 경선에 불복하면서까지 출마해 권력욕의 화신처럼 표상화된 이인제 의원과 비교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개인기가 지나쳐 빚은 노 후보의 '말실수'는 이후에도 권 후보에게 "집에 가서 쉬시라"는 발언 등으로 이어졌다.

2004년 총선 당시 "50년 불판 갈아엎자"는 말 한마디로 민노당과 자신을 스타덤에 올렸던 노 후보의 입담에서 카타르시스는 빠지고 개그만 남았다는 비아냥도 들렸다. 이는 개인기에 의존하다 보니 진중한 맛이 떨어지고 위험해 보인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더구나 권 후보와 선두다툼을 벌일 것이라는 자신감과 달리 지역별 개표결과가 속속 나오고 위기의 징후들이 발견되자 노 후보의 말에선 가시가 돋기 시작했다. 정파선거에 대한 피해의식이 집요한 네거티브성 발언으로 표출됐다. 노 후보가 6일 "권영길 후보가 과거에는 당을 대표하는 대표선수였다면 지금은 한 정파를 대변하는 후보로 전락했다"고 거세게 비난한 건 이런 맥락이다.

최근 노회찬 캠프가 시작한 권영길 후보에 대한 '정체성 검증'에 대해서도 조급함의 표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황우석 교수 파동 당시 권 후보의 발언을 끄집어내 비판하는 식의 맥락 없는 정체성 검증은 그다지 반향을 얻지 못했다.

이같은 선거전술의 변화는 노회찬 캠프가 자주파 진영의 소행으로 의심하는 '네거티브 동영상(지난 94년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의 발언과 노 후보의 발언을 교묘하게 이어붙여 마치 노 후보가 공안정국을 지지하는 것처럼 편집한 동영상)' 사건과 맞물려 네거티브 선거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기도 했다.

남은 경선의 관건은 노회찬

이처럼 울산 선거를 거치며 당 안팎에 형성된 '노회찬 위기론'은 남은 선거 판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권영길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는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돈다. 권영길 캠프 관계자는 "노 후보가 지금처럼 힘을 못 쓰면 수도권 선거에서 생각보다 쉽게 갈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 측도 "노 후보가 이렇게 무너질 줄 몰랐다. 그 결과가 권영길 대세론으로 쏠리면 1차 투표에서 끝날지도 모른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그러나 노회찬 캠프 관계자는 "전반전에서는 조금 부족했던 걸 인정하지만 정파의 입김이 덜한 수도권으로 오면 본선경쟁력으로 투표 기준을 바꾸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흐름만 잡히면 1차 투표에서 끝나는 상황을 막을 수 있고, 결선에서 역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선투표는 권 후보를 또 다시 민노당의 후보로 내 보낼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을 하는 선거가 된다"며 "최근 당원들이 서서히 권 후보가 대표주자가 되는 게 정말 민노당에 좋은 것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노당 홈페이지의 당원게시판에는 '권영길 대세론'과 '심상정 대안론'을 주장하는 지지자들의 글들 속에 노 후보의 선전을 당부하는 글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그 가운데 한 대목. "더 이상 꿀릴 것도 없다. 잃을 것도 없다.(…)우리들의 진정성이 당원들과 통한다면 드라마틱한 막판 대역전의 드라마가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나흘. 종착역까지 절반을 남겨둔 민노당 경선의 향배는 노회찬 후보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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