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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승리 후 1주일, '좌충우돌ㆍ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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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승리 후 1주일, '좌충우돌ㆍ우왕좌왕'

<고성국의 정치분석ㆍ7> 기능과 효과? 문제는 메시지야!

대통령학에서는 당선 후 1주일이 그 후 4년을 결정짓는다고들 한다. 과장 어법이지만 여기에는 일단의 진실이 담겨있다. 첫 단추를 꿰는 일. 즉 국정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국정 운영 파트너들에 대한 인선의 윤곽을 잡는 일이 바로 이 시기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후보라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후보 확정 후 1주일은 향후 선거 전략 방향과 이를 이끌어 갈 선거팀의 면면이 결정되는 기간일 뿐만 아니라, 국민적 관심이 가장 높은 시점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명박 후보가 보여준 지난 1주일간의 언행과 행보는 향후 100여일간의 대선 대장정에서 그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읽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리더십의 성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준거점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하겠다.

정권교체를 10년째 별러온 정당 맞나

이명박 후보의 1주일은 '대국민 메시지의 부재'와 '좌충우돌, 우왕좌왕 정치행보'로 정리될 수 있겠다.
▲ 29일 오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사무처 직원들과 오찬을 갖고 대선승리를 다짐하며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국민 메시지의 부재'는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이 후보가 국민들을 향해 던진 메시지가 없었으므로 따로 설명이 필요치 않겠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군소정당도 아니고 정권교체를 10년째 별러왔다는 정당에서 마침내 후보를 확정했는데 어떻게 이토록 준비가 없었던 것일까 하는 점이다. 모두 다 경선 승리에 취한 때문일까?

이 후보의 행보에 대해서는 약간 설명이 필요하겠다. 이 후보는 전당대회 다음날인 21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민이 한나라당에 바라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고민해 국민의 기대에 다가가야 한다"는 취지로 당쇄신론을 공식 제시했고 그 다음날인 22일에는 "정당이 비대하고 첩첩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없는 일이다", "당의 색깔, 기능 면에서 모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밖에서 보는 한나라당 이미지를 파악해서 바꿔야 한다"고 당 쇄신과 혁신을 매우 강하게 주문했다.

그러나 23일 이 후보는 "혁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언제 인위적 인적 쇄신을 한다고 했느냐", "개혁, 혁신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선화합, 후개혁' 즉, 사실상의 당 쇄신 철회를 공포함으로써 '좌충우돌, 우왕좌왕 정치행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당 체질도 바꿔야겠고 외연도 확장해야겠지만 또한 동시에 박근혜 측도 껴안아야겠으니 이말 저말 다 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에 좀 더 방점이 찍히지 않으면 이번 대선에서도 지난번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치 지형이 중도가 40%를 차지하고 있고 도시의 화이트칼라나 자영업자가 많고 , 그런 분들에게 매력 있는 정당으로 변화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오랜 과제"라는 박형준 의원의 설명은 앞의 필요성에 부합하는 얘기이고,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한 사람이라면 어디에 있었든 모두 기용하겠다", "이기려면 남을 배려해야 하며 최고의 목적은 대선 승리"라는 이 후보의 직접 언명은 뒤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발언이니만큼 두 입장을 굳이 '우왕좌왕, 좌충우돌 행보'로 설명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도 가능하겠다.

그럼에도 지난 1주일간의 언행과 행보를 '좌충우돌, 우왕좌왕 행보'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발언들이 두 개의 서로 다른 메시지로 해석됨으로써 당에 심각한 혼란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차원이 다른 두 개의 필요를 어떻게든 종합하지 않고 기능적으로 병렬한 결과다.

박근혜 캠프 해단식에서 터져 나온 "국민의 마음을 달래고 하나가 되려 해도 시원찮은데 누구보고 건방지게 반성하라고 하느냐"는 격렬한 성토는 혼란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주일간 동분서주 했음에도 결과는 혼란만 초래한 '좌충우돌,우왕좌왕 행보'로 귀결되고만 것이다.

'좌충우돌 행보'가 단시일내에 고쳐질까?

이 후보의 이런 '좌충우돌, 우왕좌왕 행보'와 '대국민 메시지 부재'라는 전략적 오류는 고쳐질 수 있는 문제일까? 정작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갖는 관심의 지점은 바로 여기일 터이다.

이분들께는 섭섭한 얘기가 될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오류가 단시일내에 깔끔하게 고쳐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 이유는 이 후보의 말 속에 있다.

"(선대위는) 철저히 기능과 효과 위주로 짤 것이다", "지난번 (대선에서) 우리가 왜 졌느냐, 의원들이 지역에서 뛰었어야 했는데 후보 주변에서 북적이지 않았나", 26일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한 이 말 속에는 지난 개발연대시기에 앞만 보고 달려온 이 후보의 정치 철학과 조직운영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기능과 효과 위주의 인선과 조직 운영', 이것이 이 후보의 조직 운영 방식이고 정치 철학이다. 계량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와 지표들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기능주의자에게서 도무지 계량되지 않는 국민의 마음과 서민의 희노애락과 함께 하는 대국민 메시지가 나올 수 있을까? 과제와 업적 중심의 계서적 조직 운영가에게 조직원에 대한 사려깊은 배려와 열린 토론에 입각한 균형잡힌 결정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것이 그에게 '대국민 메시지'나 '사려깊고 균형잡힌 조직 관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 이유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 후보의 이러한 효율 중심의 기능주의적 마인드가 '이명박의 오늘'을 있게 한 저간의 국면적 상황과도 맥락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능과 효과'가 아니라 그의 '이미지와 신화'에 대한 국민적 '욕구와 열정'이 그의 오늘을 있게 했다는 사실을 그는 진정 모르는 것일까. 그는 과연 진심으로 의원들이 지역에서 열심히 뛰어 표를 긁어모으기만 하면 대선승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명박 후보의 1주일에서 강하게 배어나오는 '기술관료적 합리성'과 '효율위주의 기능주의'를 보면서 기능주의 이데올로기가 군부독재 권위주의 정권의 강력한 동원 기제로 작동했던 개발독재 연대의 씁쓸한 기억이 떠올려지는 것은 과연 나만의 상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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