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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경선', 터널의 끝은 '당랑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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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경선', 터널의 끝은 '당랑재후'?

한나라당 경선 'D-2', 그 후엔 무슨 일이?

이틀 후면 소위 '빅2'라는 말은 사라진다. 한 사람은 결승전의 링에 오르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의 이름은 대진표에서 빠진다. 예선만 이기면 청와대로 직행할 것 같은 환상 속에 물고 뜯고 싸웠다. 스스로 검찰까지 끌어들이며 그야말로 '지독한 경선'을 치렀다.
  
  경선이 지독해야 본선 '맷집'이 세 진다는 말은 후보에 관해선 일리가 있다. 그러나 금도를 넘어선 경선은 회복이 어려운 상처를 반드시 남긴다. 후유증의 강도에 따라선 미증유의 후폭풍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화합' 오버액션의 그림자…
  
  대선후보 선출을 위해 오는 20일 열리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프로그램에는 경선 터널의 출구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가 잘 드러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원희룡, 홍준표 등 경선후보들이 강재섭 대표, 박관용 선대위원장 등 지도부가 참석하는 '화합 토크쇼'가 마련돼 있다. 경선기간 힘들었던 경험, 보람 있던 일, 상대 후보로부터 발견한 장점 등을 제제로 30여분 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후보 4인이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단합과 사랑' 등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르고, '경선에 승복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문구가 새겨진 동판에 '핸드프린팅'을 하는 순서도 있다. 이미 같은 내용의 경선승복 서약까지 해 놓고도 못 미더워 손도장까지 찍어두려는 듯하다.
  
  이렇게 줄줄이 배치한 '화합 세리모니'는 '분열의 위기감'이 동전의 뒷면처럼 엄존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당의 한 관계자는 "(패한 후보가) 차라리 사보타주(태업)만 해줘도 고맙겠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돕지 않더라도 잠자코 가만히만 있어주면 고맙겠다는 것이다.
  
  경선에 불복해 출마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이제부터 '분열'이라는 최대의 적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단합은 환상, 분열은 현실
  
  경선 후 패자의 선택지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대선 출마는 못하지만 자신을 지지한 세력과 함께 당을 뛰쳐나오는 탈당이다. 둘째는 당에 남아있되 '후보교체론'에 군불을 떼며 당선된 후보를 흔드는 일이다. 셋째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백의종군하거나 승리한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본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당의 '중심모임'이 최근 제안하기도 했던 패한 후보가 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은 모양새로 보나 득표력으로 보나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실현 가능성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박근혜 후보가 패할 경우 이 후보를 적극 지원하기란 난망하다.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경선 후보 자리까지 사퇴하라고 몰아세웠던 이명박 후보를 돕는다는 건 그동안 해온 말이 무책임해진다.
  
  이명박 후보가 패하는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당직자는 "이명박 후보는 당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이 목적인 사람"이라며 "나이를 감안하면 이 후보에게 차기는 없다"고 말했다. 꿈이 무너진 이 후보가 박 후보를 적극 도울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참새 만난 사마귀 될라
  
  결국 첫 번째나 두 번째 경로에 가중치를 두는 시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패자가 팔짱을 끼고 승리 후보의 대선운동을 방관하거나 '후보교체론'을 준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공천 살생부' 파동을 감안하면 내년 총선 논리에 의해 패자 세력이 당을 뛰쳐나가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어떤 쪽이건 당장 당을 같이 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분열이다.
  
  한나라당의 분열은 경선 승자의 뒷덜미를 잡을 공산이 매우 높다. 선거구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은 분열한 세력의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YS와 DJ의 분열로 인해 노태우 씨가 당선된 87년 대선, 야합이라는 비난 속에도 민자당 3당 합당으로 호남 고립구도를 창출한 YS가 당선된 92년 대선이 그랬다.
  
  DJP 연대를 이끌어 낸 DJ와 이인제와 분열한 이회창이 맞붙은 97년 대선은 구도의 중요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줬다. 또한 후보단일화를 통해 정몽준 의원과의 분열을 차단하고 행정수도공약으로 충청권을 끌어들인 게 노 대통령의 2002년 대선승리의 결정적 동인이었다.
  
  현재 박근혜-이명박의 분열에 대한 한나라당의 걱정은 바로 이 같은 선거구도의 변화 때문이다. 특히 10월말~11월초 께 범여권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한나라당의 대선 3연패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강재섭 대표는 지난 5월 박근혜-이명박 후보의 내전을 '당랑재후(참새가 뒤에서 노리고 있는 걸 모르고 매미 잡는 데만 정신이 팔린 사마귀)'에 비유했다. 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 폭력사태까지 겪으며 '지독한 경선'을 치른 두 사람이다. 누가 승자가 된다한들 참새를 만난 사마귀 신세보다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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