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밟히고 짓밟혀
쓰레기 매립장 밑바닥까지 밀려났던
조선학교 조선말
60년, 코가 썩는 악취 속에서
나무는 자라 숲을 이뤘는데
뼈와 피가 썩어 들어가는 폐수 위에서
향기로운 모국어의 꽃 피웠는데
이젠 나가라고
우리가 들어와 살아야겠다고
똥이나 누며 살아야겠다고
큰 날개 펼치고 허공을 돌며
카-카-, 카-카- 큰 소리로 울부짖는
에다가와의 살찐 까마귀들
그 까마귀에 놀라
허리 굽히지 말아라, 조선학교여!
목소리 낮추지 말아라, 조선말이여!
조국이 여기에 있으니
민족이 여기에 있으니
에다가와 검은 까마귀 떼들을 위해
다시 주먹을 꽉 쥔다
정일근 시인은 1958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났다. 1984년 <실천문학>,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교실>,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등이 있다.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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