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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논란, 선거정국 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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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논란, 선거정국 핵으로

한나라 '반미 경계령' vs 범여 '미국 역할론'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 사건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인질 석방의 실질적인 열쇠를 쥔 미국이 "테러단체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굽히지 않자 '미국 책임론'이 부상했다. 정치사회적으로는 '반미'의 문제로 접목된다. 정치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곤 사건 발생 초기 한목소리로 '무사귀환'만을 호소하던 정치권 각 세력의 반응은 시간이 갈수록 엇갈리고 있다. 미국 책임론, 미국 역할론, 반미 경계론 등으로 스펙트럼이 선명하게 나뉘었다. 일부 대선주자들의 단기적 득실 문제를 넘어 '반미' 문제가 선거정국의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2002년 대선 당시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효순이ㆍ미선이 사건'을 연상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정형근 "반미는 무책임, 유치해"
  
  일부 보수언론이 사설과 기사를 통해 '반미 경계령'을 내렸다. 전날까지만 해도 '미국 역할론'에 동조했던 한나라당의 태도는 2일 반전됐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사태의 책임을 노무현 정부에 돌리는 동시에 일각에서 제기된 반미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미국책임으로 돌려 미국이 비인간적이라는 인식 갖도록 하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움직임은 인질석방은 물론 국익에도 절대 도움이 안 된다"면서 "무책임하고 유치한 움직임, 특히 반미 움직임을 쟁점화하려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가 살해됐음에도 정부는 살해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공식 확인해 줬다"면서 "정부의 외교력과 정보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이강두 중앙위의장도 "반미 하는 사람들, 특히 일부 정치단체의 무분별한 반미 때문에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측의 입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왜 미국에 적극적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이명박 캠프 "반미운동 안돼"
  
  대선주자 진영도 당 지도부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했다. 이명박, 박근혜 후보는 분당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故)심성민 씨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후보들은 "한미공조가 중요하다"(이명박), "인질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박근혜)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양 캠프는 반미 감정이 점화되기 전에 싹을 자르고 싶은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명박 캠프의 장광근 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아프간 사태를 기회로 이념적인 반미운동을 일으키려 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라면서 "피랍된 인질을 볼모로 대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성취하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잘못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캠프의 김재원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일종의 '효순이·미선이 사건'처럼 끌고 가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한두 명도 아니고 20명이 넘는 국민이 외국에서 납치가 됐는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술을 부린다는 것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위"라고 비판했다.
  
  범여권, '반미 효과' 타진?
  
  사실상 이 문제를 수수방관해 왔던 범여권도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직접 거론은 하지 않았지만 반미 효과에 대한 정치적 타진이 배경에 깔려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그는 "우리 국민은 지금 피랍된 23명이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었다면 미국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행동을 했을지 묻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남아있는 21명이 모두 미국인이라 생각하고 미국인을 구한다는 입장에서 구체적 해결책을 찾아달라"며 "부시 대통령의 적극적 역할과 결단을 부탁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의원들도 집단적으로 '미국 역할론'을 치고 나왔다. 우원식, 김현미, 유승희, 홍미영 등 범여권 의원 33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의 공고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듯이 이제 미국이 공고한 한미동맹을 위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의 이유가 무엇인지 불분명해지고 있으며 잘못된 전제에 의한 전쟁이었다는 사실이 하나둘씩 확인되고 있다"며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곁들였다.
  
  그러나 '한미 동맹론'에 속박될 수밖에 없는 범여권도 아프간 전쟁의 근본적 책임을 묻는 수위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 한국군 파병과 관련해 자신들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지난해 12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 건설공병부대 파견연장동의안은 찬성 138 대 반대 37명으로 통과됐다. 범여권의 다수가 동참한 결과였다.
  
  다만 정 전 의장과 범여권 다수가 '미국의 역할'을 강조한 '호소형'인데 반해 천정배 의원은 사건의 근원적 책임을 미국에게 묻는 '미국 책임론'에 가깝다.
  
  천 의원은 전날 "이번 피랍사태는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미국은 인도주의적 차원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의 당사국"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미국이 테러세력과 협상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노 "효순-미선이 사건 때보다 반미감정 강도 높아질 것"
  
  사건 초기부터 '미국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해 온 민주노동당은 아예 반미감정의 확산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노회찬 의원은 "미국이 인질 석방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인의 안전은 알 바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그 점을 우리 국민들은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 정부의 경직된 원칙 때문에 인질이 추가로 살해된다면 반미감정은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도 탈레반에 대한 군사작전을 경계하며 "만약 군사적전으로 한국인의 희생이 늘어난다면 미국이 어떠한 변명을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테러단체와 협상은 없다는 미국의 태도는 무관심이고 무책임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피해자 가족들이 통곡하며 미국 대사관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국민 과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대선주자들은 도대체 어디를 보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미국과 담판해야 한다"며 "침략전쟁과 파병 강요가 가져온 것은 더 큰 참화이고 더 큰 테러"라며 파병부대의 즉각 철군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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