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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와 'DJ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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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와 'DJ 프레임'

범여 일제히 '호남행'…달아오른 적통경쟁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영화 '화려한 휴가'에 꽂혔다. 1980년 광주항쟁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휴가' 관람은 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을 인정받으려는 대선주자들의 필수 코스가 됐다.

천정배 의원은 개봉일인 25일 광주로 내려가 지지자들과 함께 단체 관람했다. 김두관 전 장관도 같은 날 서울에서 전대협, 한총련 세대들과 관람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26일 광주에서 이낙연, 김효석, 김홍업 등 통합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과 함께 관람했다. 신기남 의원은 개봉 전인 지난 11일 1980년대 중반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인사들과 함께 시사회를 봤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 중인 김민석 전 의원도 다음 주 이 영화를 관람할 계획이다.

단순한 영화 관람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명숙 전 총리는 27일 광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화려한 휴가' 관람 소감을 밝히며 "5월 광주의 정신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대통합 신당의 후보가 돼야만 진정한 국민 감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에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지지도가 높지만 아직도 호남은 민주개혁의 정통성을 가진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신기남 의원은 "요즘 '광주정신'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함부로 광주정신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손학규 전 지사는 '화려한 휴가'를 보고 광주 영령 앞에 참회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천정배 의원이 "전두환, 노태우가 만든 당에 들어간 게 광주정신이냐"고 손 전 지사를 공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일련의 발언들은 손 전 지사가 지난 15일 광주를 방문해 "분노와 아픔의 현장에 없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하지만 5월 광주 정신을 잊어버리지 않고 살았다"고 말한 데 대한 비판이다. 1980년 광주항쟁 당시 유학 중이던 손 전 지사의 과거는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이력과 더불어 그를 둘러싼 민주개혁세력 정통성 논란의 핵심이다.

'손학규 때리기'와 'DJ 적자 경쟁'
▲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한명숙 전 총리,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민생정치모임 소속 천정배 의원이 18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CGV영화관에서 열린 영화 '화려한 휴가'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뉴시스

손 전 지사에 대한 범여권 적통(嫡統)들의 적나라한 텃세의 뒷면에는 호남과 DJ의 적자 경쟁이 숨어있다. 손 전 지사의 높은 호남권 지지율, DJ 및 동교동계와의 교감설을 차단하지 않고는 적진에서 '굴러온 돌'에게 손 한 번 못 써보고 대선 후보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DJ의 상왕정치로 탄생해 'DJ 신당'이나 다름없는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 범여권의 구심으로 떠오른 배경적 요인도 작용했다. DJ 신당에서 '리틀 DJ' 경쟁은 필연이다. 27일 신당의 전북도당 창립대회 참석차 손 전 지사, 정동영 전 의장,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김두관 전 장관, 신기남 의원 등 대선주자들이 대거 호남선을 탄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요즘 매우 노골적으로 DJ를 입에 올린다. 천정배 의원은 최근 "나는 DJ가 이끌어 온 민생민주개혁 세력의 적장자"라고 자임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심층조사를 해보니 나 보고 '친노'라는 견해보다 '친DJ' 라는 게 많더라"고 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도 독일 메르켈 총리 같은 여성 리더십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고 나는 거기서 힘을 많이 얻는다"고 했다.

'DJ 프레임'의 위기요인
▲ 영화 '화려한 휴가'포스터

이처럼 DJ가 주조해가는 대통합은 범여권 다수에게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 됐다. 유인태 의원 등 친노계 상징적 인사들이 제3지대 신당에 대거 합류한 데다 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의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유시민 의원이 '원샷 대통합'을 주장하거나 김두관 전 장관이 '무조건 대통합'을 외치는 파격 행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열린우리당과 신당의 당대당 합당마저 성사되면 친노진영을 이탈자 없이 데려갈 수 있는 길이 트인다. 이렇게 되면 범여권의 딜레마였던 '노무현 프레임'은 급속하게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신당까지 만든 마당에 구태여 노무현의 그림자를 끄집어내 친노-반노 논쟁으로 '제살깎기'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가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일각에서 자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범여권 대통합으로) 한국정치에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중도개혁 정치 라인이 성립되고 있다"고 강조한 대목은 이를 대변한다. 장 대표는 "백범 김구 선생이 돌아가셨어도 영향력을 갖듯이 김 전 대통령은 직접 정치일선에 나서지 않아도 원로로서의 영향력이 크다고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노무현 프레임'이 소멸해가는 범여권에 'DJ 프레임'이 새롭게 구축되고 있음은 주목할만하다. 범여권 정치인들 다수의 'DJ 기대기'와는 정반대로 일종의 금기였던 'DJ 비판론'이 범여권에서 고개를 든 것이다. 그것도 DJ와 호남의 적통임을 자부해 온 민주당에서다. '반노-비DJ'로 행로를 택한 박상천 대표와 조순형 의원이 이를 상징한다.

이들은 김홍업 의원의 탈당에 심각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앞장서 '민주당 고사작전'이 추진된 데 대해선 억울함을 넘어 항전의 의지까지 역력하다. 민주당이 이날 전국 16개 지역 시도당위원장 직무대행을 임명하는 등 당 조직을 서둘러 추스른 건 명백한 항전 의사의 표현이다.

盧+DJ 성사될까?

문제는 이 같은 민주당의 '비DJ' 노선이 독자 생존 쪽으로 완전히 굳어질 경우, 궁극적으로는 DJ식 집권 시나리오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서부벨트(호남+충청)의 '집토끼'를 잡고 동서대결 구도를 구축해 재집권하는 DJ 구상의 기초가 무너지는 탓이다.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노 대통령이 'DJ 신당'을 호락호락하게 용인해 줄 것인지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친노 주자들이 일제히 'DJ 그늘'로 몰려든 현상이 노 대통령 의중을 읽는 방증은 될지언정 아직까지 노 대통령에게선 어떠한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노 대통령은 지난 6월 원광대 특강에서 "호남 플러스 충청으로는 죽었다 깨나도 못 이긴다"고 지역연합론을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의 버티기로 DJ 구상의 취약점이 노출된 이상 노 대통령으로선 할 말이 더욱 많아진 셈이다.

만의 하나 민주당과 노 대통령이 전혀 다른 방향에서 '비DJ'의 양쪽 경계를 형성할 경우 범여권의 집권전망은 더욱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엄연히 대통합, 즉 반(反)한나라당 전선 구축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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