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박스오피스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대형 블록버스터 오락영화의 공세에 드디어 관객들이 지친 것일까. 아니면, 벌써 여름시즌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일까. 7월 셋째주말(7월 20~22일) 미국, 캐나다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애덤 샌들러 주연의 게이 코미디 <척과 제리>가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한주만에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첫주말 흥행성적은 3423만 달러. 이성애자인 소방대원 두명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게이 커플로 위장해 결혼식까지 올렸다가, 점점 더 난처한 상황에 휘말려들어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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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사람은 바로 시나리오 작가의 이름. <사이드웨이스><어바웃 슈미트> 등에서 재기발랄한 감각과 함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줬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기때문이다. 연출은 <웨딩 크래셔><상하이 나이츠>의 데이비드 돕킨이 맡았다. 이 영화의 원제는 <이제 당신 두사람은 척과 제리가 됐음을 선포합니다(I Now Pronounce You Chuck and Larry)>로, 결혼식에서 보통 말하는 성혼 선언 "이제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I now pronounce you husband and wife)"를 코믹하게 약간 변형시킨 것이다. 비록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동성애자 커뮤니티를 소재로 한 작품이란 점에서 미 영화계는 <척과 제리>의 박스오피스 1위 데뷔를 주시하고 있다. 그만큼 동성애자 문제에 대해 북미관객들이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기 코미디배우인 애덤 샌들러도 이 영화의 초반흥행 성공에 큰 힘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새로 진입한 영화들 중 개봉작은 <척과 제리>이외에 존 트라볼타 주연의 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가 유일하다. 3위로 데뷔한 이 작품은 2747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뮤지컬 영화로는 역대 최고 흥행기록이다. 총 3121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는데, 이것역시 뮤지컬영화로는 파격적인 규모다. 지난해 히트한 <드림걸스>를 비롯해 <시카고>등 대다수의 뮤지컬영화들은 초반에 적은 규모의 스크린에 선보였다가 , 관객들의 호응도에 따라 확대개봉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동명 영화와 뮤지컬 공연을 토대로 한 이 작품은 60년대 초반 볼티모어를 무대로 최고 무용수가 되고픈 소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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