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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찾게 2~3개월만이라도 시간을"

우토로 주민들의 쓸쓸한 3박4일 고국방문

우토로 주민 9명이 3박4일의 짧은 '고국 방문'을 마치고 24일 오후 일본으로 돌아갔다. 우토로는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위치한 재일 조선인 마을로 1940년대 초반 일본군 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합숙소였던 곳이다. 그렇게 일본인들에게서 버려지다시피 한 마을에서 동포들은 65년여를 살아왔지만, 최근 강제퇴거 위기에 몰리며 고국에 도움을 호소하기 위해 방문했었다.

이들은 지난 21일 오전 입국해 그날 저녁 도쿄의 재일 조선인 학교인 에다가와 조선학교를 돕기 위한 콘서트에 참석해 우토로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고, 22일 저녁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그동안 우토로를 돕기 위해 기부금을 내며 후원해 준 '고국 동포'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23일 오전에는 언론에 우토로의 상황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고, 오후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지원을 호소하는 청원서를 냈다. 이어 외교부 앞에서도 지원을 촉구했고,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을 만나 마지막까지 관심과 지원을 놓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대부분 60세 이상인 동포 1,2세 주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다소 벅찬 일정이었지만, 이들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분주하게 서울 시내를 돌았다. 그리운 고향에 왔지만 '고향 방문'도 하지 못 했다.

토지매입 여부 결정 시한 엿새 남아
▲ '마지막 청원'을 위해 고국을 방문한 우토로 주민들. ⓒ프레시안

이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토지의 소유주인 일본의 '서일본식산'이라는 부동산회사가 "토지 매입 여부만이라도 7월 말까지 결정해 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서일본식산 측은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섰기 때문에 우토로 주민들이 땅을 안 살 경우 제3자에게 토지를 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005년 여름 우토로 지원 열풍이 불어 민간에서만 5억여 원의 기부금이 모여졌지만, 6400평의 우토로 땅값(시세 7억 엔. 한화 53여억 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주민들이 가진 재산을 다 털어도 5억여 엔에 불과하고, 설상가상으로 서일본식산 측은 시세보다 높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마을 형성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거주권을 주장하며 맞서 싸웠지만, 일본 법원은 주민들의 거주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후 배상의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도 우토로 문제에 무관심하고, 한국정부도 "다른 동포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사실상 우토로 주민들에 대한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우토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국회도 9월에 정기국회가 열려야 지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대답뿐이었다.

우토로국제대책회의 배지원 사무국장은 "2005년 반기문 장관 시절 정부는 '민간 차원에서의 모금을 지켜본 뒤 부족한 부분은 측면 지원하겠다'고 약속해놓고서는 이제 와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사할린, 중국 등의 재외동포 지원 형평성을 얘기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정부가 취해온 재외동포 정책을 봤을 때, 정부가 말하는 형평성은 '방치의 형평성'일 수밖에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배 국장은 이렇게 강하게 얘기하지만 주민들은 '섭섭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동안 도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 뿐이었다. 그저 "우리는 이 땅에서 살다 죽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테니, 고국에서도 도와주십쇼"라고 말할 뿐이다.

일단 최소한의 시간만이라도 벌고 지혜를 짜내자
▲ 오충일 목사(맨 오른쪽)는 "2~3달이라도 시간을 더 벌어 우토로를 지킬 수 있는 지혜를 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우토로 돕기 모금에 동참한 국내 시민만 14만여 명. 모금한 돈은 5억여 원. 이 중에는 외교부 직원들이 모아서 낸 성금 2000만 원도 포함돼 있다. 우토로국제대책회의는 우토로 주민들이 이대로 쫓겨날 경우 기부금을 전액 기부자에게 돌려준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하고 있다. '토지 매입' 목적으로 모금한 돈인데, 살 땅이 사라지면 돈도 필요 없게 되기 때문이다.

토지매입 여부 결정 시한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우토로국제대책회의 고문을 맡고 있는 오충일 목사는 "지혜를 짜낼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제안했다.

오 목사는 "해방과 분단, 냉전에 이르는 역사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오느라 우리 국민이 관심을 갖지 못 했고, 정부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고 하는데 이는 아무리 변명을 해도 변명이 안 되는 일"이라며 "우토로 주민들이 처한 위기 상황은 일본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1차적 책임은 한국 정부에게 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이어 "우토로는 일제 식민지배의 문제, 전후보상의 문제, 한일 양국간 외교의 문제, 재일동포들에 대한 차별의 문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토지 문제, 거주권 인정에 관한 법 해석과 적용 문제, 국제적 인권 차원에서의 소수민족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는 공간"이라며 "다양한 관점에서 이 문제들을 파고들어갈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고 힘을 모을 수 있게 일단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목사는 또 "우토로 지원에 대한 장관들의 말이 달라져 충격적"이라며 "안타깝지만 그게 우리 현실이고, 최소한 또 다른 지혜를 짜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정부를 비롯해 모두가 나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 목사의 바람처럼 우토로가 새로운 지혜를 위해 시간을 벌 수 있을지, 제3자에게 토지가 팔려 강제퇴거 위기를 맞을지 이제 6일 남았다.
▲ 강제퇴거 결사반대 구호들을 적어 놓은 우토로 마을 입구. ⓒ프레시안

다음은 우토로 주민들과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재일동포 33인, 우토로를 생각하는 의원모임우토로 살리기 희망대표 33인 등이 노무현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에게 보낸 요청문 및 편지로, 제목을 클릭하면 각 요청문과 편지의 전문을 볼 수 있다.

☞"역사의 한 부분으로 우토로를 기억해주십쇼" - 노무현 대통령님께 드리는 청원서

☞김교일 우토로 주민회장 편지-"의지할 곳 조국 뿐입니다"

☞황순례 어머니 편지 "제발 일본 정부를 혼내주세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요청문-"한 번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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