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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의 '마지막' 희망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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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의 '마지막' 희망 순례

토지매입 시한 열흘 남아, 정부지원에 마지막 기대

"슬픈 역사의 마을, '우토로'의 마지막 희망 순례" 강제철거 위기에 몰린 일본 교토부 우지시의 재일동포 마을 우토로. 모국을 방문한 9명의 재일동포 1, 2세 우토로 주민들은 22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에서 이와 같은 제목의 현수막이 걸린 무대 위에 섰다.

행사 부제는 '우토로 기부자 보고회 및 마지막 희망모임.' 이들이 처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증명하듯 행사 제목에 '마지막'이라는 말이 두 번이나 들어가 있었다.

"조국이 있다는 것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3년간 조국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잘 되지 않더라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따뜻하게 대해준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는 이곳 우토로에 끝까지 남을 것입니다."
▲ ⓒ프레시안

김교일 우토로 주민회 회장, 김군자 할머니 등 9명의 주민들은 무대에서 차례대로 동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2005년 우토로 문제가 국내에 자세히 소개되며 우토로 토지매입을 위한 활발한 기부운동이 일어나 5억여 원을 모을 수 있었다. 주민들은 입을 모아 "처음으로 나에게 모국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고 당시의 감격을 회상했다.

그러나 이 5억여 원은 토지를 매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 주민들도 돈을 모았지만 지금까지 확보된 돈은 2억5000만 엔 정도이다. 우토로 토지 6400평의 시세는 최소 7억여 엔(약 53억 원)으로 평가된다. 일본군의 비행장 건설 노동자 합숙소로, 상하수도도 깔리지 않은 버려진 마을로 과거에는 일본인들의 기피대상이었던 곳이지만, 토지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땅 값이 오른데다 최근 개발 붐을 타고 토지 소유자는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엔저 현상으로 모국의 도움으로 유리한 조건에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지만, 이미 시간은 우토로 주민들에게서 등을 돌린 듯 하다. 토지 소유주인 서일본식산 측에서 "토지 매입 희망자가 나타났다"며 7월말까지 토지 매입 의사를 확정해달라고 요구한 것.

한국 정부, 우토로 버리나

우토로 주민들은 한국 정부에 희망을 걸었지만, 한국 정부는 "타 지역 동포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지원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최근 우토로 주민들이 강제퇴거될 경우 고령 생활보호대상자만을 대상으로 노인복지시설을 알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민간의 모금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될 당시 '적극적'이었던 반기문 전 장관의 태도와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토로국제대책회의 관계자는 "그 정도 수준의 대책은 일본 지방 정부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강제 징용돼 일본에 끌려간 동포들이 정착해 일군 마을이라는 역사성이 일본 정부에서는 물론, 한국 정부에서도 무시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 김군자 할머니. ⓒ프레시안

이날 행사 제목은 '마지막'이었지만, 주민들의 '싸우겠다'는 의지는 단단해보였다. "동포들을 원망 않겠다"던 김군자 할머니는 무대 위에서 "우토로에 62년 살았심더. 내 시어른은 우토로에서 아이들에게 조선말을 가르쳤고, 내도 우토로에서 내 아이들을 다 키웠심더. 그 잊을 수 없는 나의 자취가 살아 있는 곳을 포기할 수 없심더. 죽어도 그 자리에서 죽어야지요. 여러분 도와주시오. 내는 내대로 힘껏 하겠심더"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고향은 경북 군위이다.

"재일 조선인들의 해방은 언제"

우토로 주민들과 20여 년을 함께 싸우고 있는 일본인들도 한국에 같이 왔다.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의 다가와 아키코 대표는 "우토로는 전쟁에 의해 만들어진 마을"이라며 "우토로를 없애는 것은 일본인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이고, 앞으로 일본이 과거 침략 전쟁을 일으켰다는 역사를 배우기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다가와 대표는 이어 "1945년 8월 15일 한반도는 해방이 됐지만, 재일 조선인들에게는 해방의 빛이 도착하지 않았다"며 "재일 조선인의 상징인 우토로를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힘을 합해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희망의 마을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23일 기자회견을 연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토로 주민 수(200여 명)만큼의 꽃송이와 '마지막' 청원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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