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의 약속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고진화 경선포기 선언…"연대 대상은 범여권에도"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이 20일 "이미 당은 사라지고 두 후보만 남아있다"며 대선후보 경선 포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관심이 모아진 탈당 여부에 대해선 "지금까지는 한 번도 탈당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세론의 마법에 사로잡혀…"
  
  그는 이날 저녁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계파정치, 줄세우기, 세력정치, 사당화를 통한 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는 당과 몇몇 후보들의 전횡을 알리고자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내내 눈물을 거두지 못했다.
  
  고 의원은 지난달 19일 대전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일부 방청객으로부터 받은 야유와 '당을 나가라'는 압박을 회상하며 "그 상황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부정된 데 대해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 때부터 경선 포기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검증 청문회가 부실하게 끝난 데 이어 이 전 시장 측이 향후 TV토론 불참 가능성까지 내비친 점을 거론하며 "이건 정말 아니다. 이렇게까지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망연자실해졌다"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대세론의 마법에서 깨어났을 때의 고통은 잊혀졌고 환골탈태의 약속은 먼지처럼 사라졌다"며 "지금도 권력만 잡으면 모든 게 뒤집어질 수 있다는 망령으로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당의 운명을 모래 위에 쌓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위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사람들이 한 것이 무엇이냐"며 "당 지도부부터 당원까지 후보 밑으로 줄을 세웠고, 계파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천권 운운하며 의원들을 옥죄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해공갈단을 만들어 연일 상대진영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 정치공학적 셈법을 동원해 치열한 경선규칙 싸움으로 날 새는 줄 몰랐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 지도부는 무시 당하기 일쑤였고 유력후보들이 입만 벌려도 경선 규칙을 바꿔야 했다"고 지도부의 눈치보기를 직격하기도 했다.
  
  고 의원은 그러나 탈당 여부에 대해선 "보수의 심장인 한나라당을 변화시키겠다는 심정으로 오늘까지 왔다"며 "지금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경선 과정에서 강조해 온 좌ㆍ우ㆍ중도세력 연합의 '국민대연합 정부'를 강조하며 "어떤 연대를 통해 내 주장을 이뤄내겠다. 연대 대상은 재야에도 있고 범여권에도 있을 수 있다"고 탈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향후 한나라당의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가능성에 대해선 "말씀드릴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