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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청문회에서 완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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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청문회에서 완패한 이유

<고성국의 정치분석ㆍ1> 한나라당의 뺄셈정치, 범여권의 덧셈정치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한나라당은 내달 19일 있을 후보 경선을 한달 앞두고 2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아직도 설왕설래하고 있는 범여권의 통합방식은 국민경선추진위원회에서 9월 15일부터 국민경선을 시작해 10월 14일 대선후보를 최종 선출한다는 최종 시간표를 내놓음에 따라 조만간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도 오는 2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해 내달 22일부터 경선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2007년 대선레이스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프레시안>은 이번 주부터 대선이 끝날 때까지 대선 과정을 분석ㆍ전망하는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의 칼럼 '고성국의 정치분석'을 매주 금요일 연재한다. <편집자>

한나라당의 검증청문회가 19일 이변 없이 끝났다. 질문과 답변 그리고 그 정치적 효과까지 모두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안강민 검증위원장이 청문회 전 수사권 없이 검증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한 것도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안 위원장의 발언은 그가 전직 검사였기 때문에 정황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난센스에 가깝다. 정치적으로 시작되고 정치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검증공방에 수사권 운운한다는 것은 안 위원장이 검증청문회의 정치적 성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박근혜의 검증청문회 완패, 자초한 일

이번 검증청문회는 이명박 후보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문회를 통해 양측 다 모든 의혹을 공식적, 공개적으로 부인했고 이를 당의 공식기구가 정치적으로 추인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명박 후보는 현상유지에 성공했고, 박근혜 후보는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검증공세를 적어도 당내의 공식루트를 통해서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현상유지라 했지만 경선 한 달을 남긴 시점에 10-15%의 지지율 격차상황이 고정된다는 것을 사실상 승부가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청문회를 이명박 후보의 완승, 박근혜 후보의 완패로 보는 이유다.

박근혜 후보의 입장에서 볼 때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런 사태를 자신들이 자초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만약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요구가 여권에 의해 제기되었다면 한나라당도 정치공방으로 맞서지 결코 청문회를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검증공세를 박근혜 후보가 주도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결과가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검증청문회를 강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밖에서 던지는 돌보다 안에서 던지는 돌이 더 아프다"는 이명박 후보의 항의성 고백에서도 이러한 정황은 분명해진다. 말하자면 판세를 뒤집기 위한 박근혜 후보의 검증공세가 그만큼 배타적, 적대적이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작금의 검증공방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터이다. 검증공방이 혹여 한나라당의 뺄셈정치로 귀결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검증청문회가 있던 바로 그날 한나라당의 신(新) 대북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정형근 의원이 극우단체회원들로부터 '달걀세례'를 받은 사건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시사적이다.

정형근 의원의 '달갈세례', 그리고 한나라당의 뺄셈정치

전두환 정권 시절 대표적인 공안통이었던 정형근 의원이 상당히 전향적이고 실용적인 새로운 대북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중간층을 염두에 둔 덧셈정치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최근 한나라당이 보여준 모습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일반국민들에게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신대북정책이었지만,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던 신대북정책은 역설적이지만 아마도 한나라당에서도 대표적인 공안통인 정형근 의원이 밀어붙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 정형근 의원마저도 달걀을 맞을 만큼 한나라당은 여전히 극우수구적 기류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후보가 신대북정책에 대해 비판으로 돌아선 것도, 이명박 후보가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는데, 이런 상태로 한나라당이 어떻게 중간층을 끌어들이고 외연을 넓히는 덧셈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선거를 5개월여 남겨둔 2007년 7월 시점에서 볼 때, 한나라당은 여전히 범여권에 비해 압도적 우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덧셈정치보다는 뺄셈정치 쪽으로 당의 전반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 흐름은 박근혜 후보가 밀어붙이고 있는 검증공세를 견뎌내야 하는 이명박 후보의 답답하고 고단한 처지 때문에 설사 이명박 후보의 승리가 확정적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경선이 끝나는 8월 하순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범여권이 덧셈정치 흐름을 탄다면

까마득히 뒤쳐져 있는 범여권이지만, 한나라당의 뺄셈정치 흐름, 바로 그곳에서부터 추격이 시작되고 있다. 범여권은 주체, 범위, 경로, 시점 등 거의 모든 사안에서 이견을 노정시켜 왔지만 공멸의 위기라는 공통의 환경을 기반으로 그럭저럭 대통합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6개월여의 혼돈상황이 정돈되면서 점차 덧셈의 정치가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뺄셈정치는 덧셈정치를 어렵지 않게 밀어낸다. 현실정치에서 통합보다는 분열이 일반적이고 연대보다는 대립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드물기는 하지만 덧셈정치가 뺄셈정치를 몰아낼 때가 있다. 지금의 여권처럼 공멸의 위기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다가올 때가 바로 그때이다. 덧셈정치가 일단 대통합의 흐름을 만들어 내면 민주당 일각의 배제론이나 열린우리당 일각의 사수론 같은 극단적인 주장과 분파적 행태는 어떤 것이건 대통합이라는 덧셈정치 앞에서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정치는 당위나 윤리가 아니므로 대통합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해도 그에 반하는 정파적 이해관계까지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범여권이 '모두 함께 하는 대통합'이 아니라 '대부분이 함께 하는 중통합'과 복수의 극단적 소수정파들로 나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범여권의 분열이라고까지 부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다수파는 더 다수파로, 소수파는 더 소수파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범여권이 덧셈정치의 상승세를 타고 한나라당의 뺄셈정치 흐름과 10월이나 11월의 어느 날 사실상의 양자대결구도로 조우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상승추세와 하강추세가 교차하는 국면이라면 10-15%의 차이란 한 달이 아니라 일주일간에도 좁혀질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차이가 아니라 앞으로의 추세라는 말이다.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40%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후보와 한자리 수 지지율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여러 후보들간 경쟁이지만 2007 대선이 이제부터라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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