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시작된 '동교동 성지순례'

정동영-김두관-천정배…"정치의 대도는 대통합"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이 또다시 문전성시다. 정동영, 김두관 전 장관에 이어 천정배 의원이 12일 김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지난 10일 대선출마 선언 직후 면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천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의 대도는 대통합의 길이다"며 "국민이 범여권에 바라는 것은 대통합해 한나라당과 일대일로 경쟁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한 "지금은 목소리를 높일 때가 아니라 실천에 나설 때"라며 "정책 부분은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이 해 왔던 대로 하면 된다"고 범여권 통합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우리나라가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평화개혁세력이 통합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햇볕정책이 도로(徒勞)가 되지 않고 북미 협상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대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순형 "DJ, 정치개입 안돼"
  
  대선주자들의 잇따른 동교동 예방을 본격적인 적자 경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날 대선출마를 선언한 통합민주당 신국환 의원, 추미애 전 의원도 동교동 예방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동영 전 의장은 동교동 예방에서 "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의 정통성을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김두관 전 장관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계승해 3기 민주정부를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아전인수 해석도 나왔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민주당의 우리당 선 해체 주장은 참여정부의 공은 무시한 채 무조건 실패를 인정하고 정치적으로 파산선고하라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며 "국민의 정부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의 자산도 계승해 제3기 민주정부 수립을 요구한 김 전 대통령의 말씀에 전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DJ의 훈수정치 재개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던졌다. 특히 "대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지도자는 다음 총선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조 의원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해선 안 될 지나친 정치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전직 대통령은 어느 쪽에 치우치는 당파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되고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발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