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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하세요!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반성하고 자중할 일이다. 이 코너에 글을 쓰면서 요즘 들어 부쩍 잘못된 정보를 전할 때가 많았다. 기사가 나가고 나서 아뿔사, 엄청난 오보를 아무 말 없이 슬쩍 고쳐놓았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양심에 찔려서 이제는 고백을 해야겠다. 칸영화제에서 <밀양>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즈음 이창동 감독에 대해 쓴 글에서는 그가 전작인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놓쳤는데 이번 칸에서도 그랬다고 썼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특별감독상을 탔다. 베니스영화제 취재를 한번밖에 가지 않아서일까. 유독 이 영화제와 관련된 기사에서 틀리는 게 생긴다. 지난 주에 다룬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의 <굿모닝, 나잇>에 대해서도 와장창, 틀린 기사를 냈다. 이 영화가 지난 해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고 극장상영없이 DVD로 직행했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한 독자의 친절하면서도 준엄한 피드백이 있었다. <굿모닝,나잇>은 2003년 베니스영화제 출품작이고 국내에서는 지난 연말 필름포럼에서 잠깐이나마 단관상영을 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그동안 주제넘게 국내 영화산업이 위기라느니 어쩌느니 훈수를 두는 척을 신나게 해댔으니 정말로 '너나 잘하세요'란 말을 들어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든 십수년된 기자로서 둔해져서 생긴 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확인하고 또 한번 확인하고 써야하거늘 자꾸 그 정교함이 떨어져서 생긴 일이다. 혹시나 이 기사를 아주 가끔이라도 보시는 독자들에게 정중한 사과를 드리는 바이다. 보다 정확한 기사쓰기를 약속드리겠다. 한편으로는 창피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걱정도 돼서 끙끙 앓고 있을 때 가깝게 지내는 기자 친구 하나가 말했다. "당신이 초심을 잃어서 그래.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반성을 하라구. 기사를 쓸 때 한땀한땀 정성을 들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슬슬 퇴장을 준비하시든지." 맞는 얘기다. 어쩌면 서서히 아웃할 때가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좋은 글을 쓰는 후배들, 후학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니까. 아무 것도 모르는 줄 알았던 제자가 이제 어였하게 3학년이 돼서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종합세트>라는 제목의 약 7분짜리 이 영화는 보는 순간 무척 훌륭해서 가슴이 뜨끔했다. 머리에 콘센트를 꽂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여주인공 학생이 졸업작품에 대한 강박증으로 의식의 분열을 겪는다는 얘긴데, 그렇다고 엄청 잰 체 하거나 과잉의 의식이 드러나는 작품은 아니었다. 3학년 학생답게 밝고 경쾌하게, 가벼운 걸음으로 슬쩍 자신을 가르치는 영화과 교수를 비웃고 꼬집는다. 기성의 룰과 형식논리란 게 사실 알고보니 우습더라, 이제 내 것은 내가 생각해 내고 내가 직접 만들겠다는 결심이 느껴졌다. 머리에 전자장치를 씌운다는 컨셉은 마치 캐슬린 비글로우의 <스트레인지 데이스>를 차용한 것 같았는데 정작 이 단편을 만든 학생은 <스트레인지 데이스>가 뭔지, 캐슬린 비글로우가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한다. 선생은 흐느적거리며 헤매고 있을 때 제자는 스스로 알아서 창조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계가 힘들다고 하고, 이러다가 붕괴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음을 계속 울려댄 건 나 자신이다. 하지만 우리 영화계가 여전히, 정말로 희망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인재 툴이 꽤나 두텁고 단단하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이 나름대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데는 '초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학생의 초심을 기성의 영화계가 다시 한번 회복할 때이다. 흥, 너나 잘하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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