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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성추행 몰랐다? 우리은행 솔직해져라"

시민단체 "버티기 중단하고 책임있게 해결하라"

지난 15일 여자선수 성추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박명수 전 감독에 대해 우리은행과 한국여자농구연맹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체육·여성·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29일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 한국여성민우회는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은행과 한국여자농구연맹은 반여성적, 반인권적 버티기를 중단하고 성폭력 사건을 책임있게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고용주는 묵묵부답, 흉흉한 소문만 나돌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늦었지만 비로소 이번 사건이 체육계를 지배해온 반 상식적, 반 여성적, 반 인권적 모든 관행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9년간 우리은행에서 감독으로서 절대적 지위를 누려오던 박명수 전 감독의 실체가 낱낱이 폭로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주인 우리은행은 한 마디 사과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해 있다"며 "이런 가운데 선수 트레이드 등의 흉흉한 소문만 나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 여성의 삶과 인생이 무심하게 파괴되는 지금, 우리은행이 시도 때도 없이 부르짖는 '은행은 친구'라는 슬로건은 얄팍한 상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 박명수 감독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사건이 일어난 전지훈련 자체를 보고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감독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사건 은폐한 것 사과해야"

이들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태도 역시 조금도 다르지 않다"며 "전화 핫라인 개설은 선수 권리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대책이지만 실효가 전혀 없는 대책일 뿐이라는 것은 무엇보다 선수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은행은 여자농구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실에 대해 감독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사건을 은폐한 것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할 것 △피해 선수에 대한 인권보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 △가시적, 실질적 재발방지대책을 즉각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시민단체들은 이런 요구사항이 담긴 질의서를 황영기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김희태 우리은행 한새농구단장,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에게 각각 발송했다.

이들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우리은행측은 각각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답변을 오는 7월 6일까지 서면으로 해주길 바란다"며 "우리은행측이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경우 보다 강도 높은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명수 감독 성추행 사건

19년간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감독을 맡으며 정규직으로 일해오던 박명수 감독은 지난 4월 5일 미국 전지훈련 도중 벌거벗은 채로 한 선수를 숙소를 불러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져 사퇴했다.

피해자는 지난 5월 23일 박 감독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미성년자추행 혐의로 박명수 감독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사건이 알려진 뒤 우리은행측은 언론을 통해 "불미스러운 일이 전지훈련 기간에 일어났다는데 우리는 박명수 전 감독으로부터 전지훈련을 떠나는 것을 보고 받지 못했다"며 "박 감독의 사퇴는 2007년 겨울리그 챔프전 진출 실패와 무단이탈에 대한 책임을 물은 조치"라고만 밝혔다. 사퇴 일자도 전지훈련 기간 도중인 4월 10일자로 처리한 뒤 징계나 해임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이번 사태를 박 감독 개인의 문제라고 일축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측은 법원의 판결 이후 공식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며, 재판 결과에 따라 박 전 감독의 퇴직금 반환 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피해 선수는 불면증과 불안감을 호소하며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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