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은 신작 <마이티 하트>가 오는 22일 북미지역 개봉을 앞두고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파키스탄에서 취재중 테러리스트들에게 살해당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다니엘 펄 기자 얘기다. 다니엘 펄처럼 세계 기자들은 목숨을 걸고 테러지역을 누비고 다닌다. 국내 언론은 요즘 그저 기자실 문제에 빠져있을 뿐이다. <마이티 하트>에서처럼 세계 분쟁지역을 다니며 구호활동을 하는 안젤리나 졸리로부터 한수 훈수를 배워본다. |
미국 여배우 가운데 안젤리나 졸리는 매우 특별한 위치에 놓여 있다. <툼 레이더>에서부터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까지 할리우드 주류영화를 통해 육감적인 입술, 섹시한 외모로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또 한편으로 유엔난민구호 친선대사로 활발한 국제정치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만 본 사람들은 그녀의 진정성을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허영과 허위의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할리우드에 정통한 사람들은 요즘처럼 '멋있고 의식있는' 브래드 피트를 만든 주인공은 바로 안젤리나 졸리라고 입을 모은다. 존 레논에게 오노 요꼬가 있었다면 브래드 피트에겐 안젤리나 졸리가 있는 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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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티 하트 ⓒ프레시안무비 |
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의 의식있는 정치활동에 좀더 어울리는 영화를 찾았던 것일까. 영국의 실천적인 작가주의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의 영화 <마이티 하트>에서 주연을 맡은 것. 이 영화는 지난 5월 칸영화제를 통해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2002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테러조직 취재를 하던 중 무장단체에 피랍돼 결국 참수당한 월스트리트저널 소속 다니엘 펄 기자 사건을 다뤘다. 졸리는 그의 아내 마리언 펄로 출연한다. 그는 만삭의 몸으로 남편 실종과 사망이란 끔찍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꿋꿋한 자세를 잃지 않았던 한 여성의 용기와 정신력을 감동적으로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9.11테러 이후 국제사회의 악화된 테러와 분쟁, 인권유린을 다큐멘터리적으로 다룬 작품이란 점에서 안젤리나 졸리에게는 더없이 어울리는 영화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졸리 자신은 "지금까지 해온 그 어떤 작품보다도 어려운 연기였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그녀의 명성은 점점 더 높아가고 있다.
. 배드 걸에서 난민아동의 어머니로 하지만 졸리가 6년전인 2001년 유엔난민구호기구(UNHCR)의 친선대사로 임명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세간이 시선이 우호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그건 꼭 그녀가 섹시하고 유명한, 그래서 남들의 질시를 한몸에 받는 인물이어서만은 아니었다. 암으로 사망한 오드리 헵번 역시 생전에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친선대사로서 남다른 헌신적인 활동과 노력으로 큰 존경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졸리는 헵번과 달랐다. <처음 만나는 자유>, <본 컬렉터>, <에어컨트롤>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섹시하고 강렬한 외모는 물론이고, 당시 남편이었던 빌리 밥 손튼과의 다소 엽기스러운 애정생활 탓에 그는 사람들에게 왠지 제멋대로인 여자처럼 비쳐졌었다. 한마디로 졸리는 '배드 걸(Bad Girl)' 이었다. 애인을 가진 여성이나 아들을 둔 어머니를 긴장하게 만드는 종류의 여자가 바로 졸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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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스폿라이트를 받는 유명 관광객"쯤으로 안젤리나 졸리를 치부해버렸던 과거의 시각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분쟁으로 고통받는 어린이와 여성들을 찾아다니고, 전세계 정상들을 향해 이들에 대한 지원을 촉구해 온 그녀의 '진심'이 드디어 인정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기연예인으로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편하게 지낼 수도 있었던 졸리가 무슨 일을 계기로 국제분쟁 속으로 뛰어들게 됐을까. 무엇이 계기가 됐을까. 그녀는 정말 세상을 구하고 싶은 것일까.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졸리에 대해 "국제문제에 매우 정통하고 진지한 전문가"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런가하면 파월 전 장관은 "졸리는 세상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구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그녀의 행동동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파웰은 또 "졸리에겐 이 일(친선대사)이 꼭 필요한 게 아닐 수도 있지만, 난민들에게는 그녀가 꼭 필요하다"며 졸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졸리는 친선대사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을 입양했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전세계 파파라치들을 바쁘게 만들었으며, 아기를 출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이티 하트>같은 영화를 찍고 있다.
. 다음은 뉴스위크 최근호와 시사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와 가진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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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티 하트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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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선대사로 일해온지 6년이 됐다. 처음과 달라진 것이 있는가. "대사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 마치 내가 모두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었다. 간단한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가능한 자주 현장을 찾고 있지만, 워싱턴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다. 법과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변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는 걸 알게됐기 때문이다."
- 친선대사 일이 당신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배우로서 유명했을 때 나의 삶은 정말 너무나도 깊이가 없었다. 사회적인 관심도 없었고, 인터뷰를 해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친선대사로서) 세계각지를 방문한 것이 내 삶을 진정으로 구원했다.그 일을 하면서 과거 어느때보다 행복감을 느꼈다. 비로소 내가 살면서 옳은 일을 하고 있구나란 사실을 느낄 수있었다."
- <마이티 하트>에서 실존인물을 연기하기가 힘들었는가. "우선 마리안 펄은 정말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여성이다. 무엇보다 마리안을 존경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를 이해하게 만들고, 그녀를 통해 세상을 이해할 수있도록 만들어야한다는 책임을 가슴으로 받아들였고, 그런만큼 연기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메시지를 믿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다니엘 펄의 죽음과 그의 아내 이야기 아니라 문화적 종교적 분열, 증오와 분노 그리고 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리안 펄이 쓴 책을 읽었을 때 , 나는 작가가 전하고자하는 것이 공포와 분노를 넘어선 대화와 관용에 관한 이야기, 서로 다른 배경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이야기란 사실을 분명히 깨닫을 수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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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티 하트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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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안 펄 책의 영화화 판권을 산 사람은 브래드 피트다. 당신을 만나기 훨씬 전의 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펄의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하더라. 나를 캐스팅한 것도 브래드가 아니라 저자인 마리안이었다."
- 윈터바텀 감독의 연출스타일을 평한다면. "그는 매우 독특한 감독이다. 유니크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매우 다큐멘터리적이며, 뉴스 중심적이다. 난민문제를 다룬 <인 디스 월드> 등 국제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인도 등에서 로케이션할 때 배우들을 위한 트레일러도 없었고 제대로된 조명장치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컴퓨터 불빛으로 조명을 대신하자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 출연료도 평소보다 적게 받았나. "물론이다. 제작비 자체가 인디영화 규모였다."
- 칸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를 통해 저널리스트들에 대한 존경심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분쟁지역 기자들뿐만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모든 기자들에게 진정으로 깊은 존경심을 느낀다. 단순히 피상적이고 멋져보이는 보도가 아니라, 시간과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던져서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들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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