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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 아민에서 알도 모로까지, 화제의 정치영화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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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 아민에서 알도 모로까지, 화제의 정치영화 2편

[DVD월드] <라스트 킹> Vs <굿모닝, 나잇> DVD로 직행

30년전의 잔혹했던 정치사를 다룬 영화 두편이 DVD로 나와 영화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라스트 킹>과 <굿모닝, 나잇>이 바로 그것. '라스트 킹 오브 스코틀랜드'가 원제인 <라스트 킹>은 30년전 아프리카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의 폭정을 그린 내용. 이디 아민 역의 포리스트 휘태커는 이 영화로 올해 초 미국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상에서 각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극장개봉없이 DVD로 직행했다. <굿모닝, 나잇> 역시 30년전인 1978년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정치 참극을 기록한 작품이다. 극좌 테러리스트인 '붉은 여단'이 당시 집권당이었던 기독민주당의 알도 모로 전 수상이자 당수를 납치, 살해한 사건을 그렸다. 2003년 베니스영화제를 통해 화제를 모았으나 역시 국내에서는 극장상영에 실패하고 DVD로만 출시됐다. .
왜 지금, 이디 아민인가 이디 아민의 학정과 실정, 폭정을 그리긴 했지만 <라스트 킹>의 주인공은 사실, 아민이 아니라는 점이 이 영화를 보는 키 포인트다. 그보다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아프리카서 의료봉사 활동중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이디 아민의 주치의가 된 니콜라스 게리건이라는 가상의 인물의 얘기가 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가 된다. 197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직후만 해도 이디 아민은 일부 국민들로부터는 사회개혁을 해나갈 인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점점 더 권력의 맛에 빠지기 시작한 그는 급기야 측근들조차 잔혹하게 고문,살해하는 등 집권 8년동안 30만명에 이르는 양민을 학살했다. 학살극 와중에는 식인 습성까지 보였다는 소문이 돌았을 만큼 이디 아민은 아프리카 최악의 독재자로 기록됐다.
라스트 킹 ⓒ프레시안무비
원제인 '라스트 킹 오브 스코틀랜드' 곧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이디 아민이 실제로 자신을 그렇게 불렀기 때문인데 그는 우간다의 영웅으로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스코틀랜드 용병부대에서 일개 병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는 곧 이디 아민이 우간다 정부군보다 스코틀랜드 용병의 정체성을 갖고 살았다는, 비뚤어진 민족성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목이 갖는 또 한가지의 의미는 일개 주치의였던 니콜라스 게리건이 이디 아민의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함으로써 마치 자신이 왕인 것처럼 행세했다는 것. 결국 독재권력은 독재권력 그 자체보다 그것을 가능케 한 위선의 지식인들이 더 큰 문제임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니콜라스 게리건은 영화 내내 이디 아민의 가공할 독재 행각의 주변에서 권력의 지꺼기를 나누어 갖고 그를 즐기다가 결국 몰락하게 된다. 잘못된 권력이란 늘, 왕 자신보다는 '왕의 남자' 혹은 '왕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영화를 만든 케빈 맥도널드 감독이 30여년이 흐른 지금의 시대에 왜 갑자기 이디 아민의 얘기를 꺼내 들었을까의 맥락이 읽혀진다. 이디 아민 때와 같은 폭정의 역사, 학살의 역사가 지금 과연 완전히 끝났는가. 이디 아민과 같은 식인 독재자의 모습은 과연 완전히 사라졌는가.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테러와 反테러의 전쟁은 모양만 다를 뿐 사실은 30년전 이디 아민 때와 같은 야만의 시대가 남긴 유산을 올바르게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영화를 보다 보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 왜 지금, 붉은 여단인가
굿모닝, 나잇 ⓒ프레시안무비
장르와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영화지만 이탈리아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의 <굿 모닝, 나잇>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히는 작품이다. 신세대 관객들 상당수가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사건인 30년전의 알도 모로 전 수상 납치살해극을 이 감독은 왜 갑자기 꺼내 들었을까. 영화는 신혼부부인 듯 보이는 두 남녀가 새로 살 집을 구경다니는 것으로 시작된다. 신혼부부인 줄 알았던 이 집은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한 여자가 세 남자와 동거하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고 영화는 이들이 곧 뭔가 큰 일을 벌일려는 정치적 결사체의 젊은이들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들은 70년대 당시 극좌 테러리스트들로 불렸던 붉은 여단의 멤버들. 투옥돼 있는 동료들의 석방과 무엇보다 자본주의를 끝장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 20대 '철부지'들은 결국 알도 모로 전 수상을 납치하는 엄청난 일을 저지른다. 하지만 금방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세상 여론은 이들이 원했던 방향과 다르게 나아간다. 이들이 모로 전 수상을 납치한 것은 모로가 유럽 최초의 코아비타숑, 곧 좌우 동거정부를 만들었기 때문. 모로의 정치노선을 두고 우파는 우파대로 모로 전 수상을 배신자라 불렀고 좌파는 좌파대로 좌파분열을 교묘하게 부추기는 우파 기회주의자로 불렀다. '붉은 여단'의 알도 모로 유괴살해극은 결국 보다 선명한 좌파를 표방하는 좌파맹동주의의 젊은이들이 벌인 해괴한 사건이었던 셈.
굿모닝, 나잇 ⓒ프레시안무비
좌파에서 상업영화감독으로 변신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과는 달리 여전히 반성하는 좌파 감독으로 남아있기를 고집했던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은 모든 이념의 교조주의, 극단적 테러의 행위가 인류 역사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또 얼마나 후퇴시키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테러의 시대, 끊임없는 지역전쟁과 국제분쟁의 시대. 그 해답을 30년전의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를 만든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의 메시지인 셈이다. 지난 해 베니스영화제가 이 작품에 특별한 대우를 했던 건 바로 그때문이다. <라스트 킹>과 <굿모닝,나잇> 모두 재미있는 상업영화는 아니다. 따라서 요즘 같은 풍토에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블록버스터만이 극장가를 도배하다시피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좀더 진지한 영화, 의미있는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안성맞춤의 작품들이다. 특히 정치적 논쟁이 끊이지 않는 요즘의 우리 상황에도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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