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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광고만 나쁜가? 아파트 광고도 못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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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부업 광고만 나쁜가? 아파트 광고도 못지않아"

경실련, 아파트 광고 연예인에 '출연 중단' 권고

탤런트 최민수 씨가 요즘 곤욕을 치르고 있다. 탤런트 김하늘 씨가 중도하차한 대부업체 광고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지하철과 방송 등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이런 광고 속의 내용이 사실과 크게 다르며,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부업체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파트 광고, 85%의 국민을 '바보'로 만들어

그런데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광고가 대부업체 광고만일까.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멀쩡한 사람을 순식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키는 대부업체 광고에 못지않은 피해를 낳는 광고도 많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런 광고 가운데 대표적인 경우로 신문 광고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 광고를 뽑았다.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는 15일 '선(先) 분양 아파트 광고 출연 중단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경실련은 선 분양 아파트 광고에 등장한 연예인들에게 출연 자제를 권하는 편지를 보냈다.

선 분양 아파트 광고가 왜 나쁘다는 것일까. "옷이나 구두 같은 상품은 다 만들어진 채로 판매되고 있지만 아파트만은 건설 계획서만으로 분양가를 마음대로 책정하고 입주자들로부터 공사비를 미리 받고 있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이런 설명에 따르면 아직 지어지지 않은 아파트의 분양가를 건설회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돼 있는 까닭에 아파트 가격에 심한 거품이 끼어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거품이 아파트 가격을 끝없이 오르게 만들었다. 결국 집 없는 600만 가정, 집은 있으나 가격이 오르지 않는 농어촌, 지방도시, 서울 수도권 외곽에 사는 평범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이들 등 전체 인구의 85%에 해당하는 이들을 심한 절망으로 몰아갔다. 경실련이 보낸 편지에는 "전국의 85%는 바보가 되었습니다. 일할 의욕을 잃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부실 아파트 지어도 홍보만 잘 하면 높은 가격에 분양 가능
▲ 한 아파트 광고에 출연한 배우 김남주 씨.ⓒ프레시안

그리고 경실련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악순환 구조가 이어지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게 유명 연예인들의 광고다. 마치 평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연예인들이 출연한 광고로 인해 대부업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희석된 것과 닮았다.

이날 편지를 보내기에 앞서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와 건설회사가 밝히지 못하는 분양원가에는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건설사의 막대한 로비성 광고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건설회사의 홍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고분양가로 전가된다. 그리고 완공된 아파트를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후(後) 분양제와 달리 선(先) 분양제는 막연히 제품의 이미지만으로 이뤄진 비상식적인 거래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선 분양제가 실시되는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가를 결정하는 것은 건물의 품질이 아닌 이미지라는 것이다. 이는 부실한 아파트를 지어도 홍보만 잘 하면 얼마든지 높은 가격에 분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설 업체들이 언론 홍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 거액의 출연료를 제공하며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광고를 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연, 고소영, 김남주의 멋진 이미지가 '거품 아파트' 판매에 이용돼"

이날 편지에서 경실련은 "귀하가 아파트 광고에 출연함으로써 그동안 연예인 활동으로 쌓아올린 이미지와 명성이 '거품 아파트'를 판매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며 "광고 출연으로 본의 아니게 비상식적인 고분양가를 지켜봐야하는 서민들을 다시 좌절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실련은 "건설사업자들이 아파트 분양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유명 연예인들에게 높은 출연료를 주고 분양광고를 하지만 이 아파트는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아파트"라며 "이 때문에 서민들은 아파트의 품질이 좋은지, 가격이 적당한지, 환경이 어떤지를 고려하지 않고 연예인의 이미지만 보고 아파트를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현재 아파트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모델 중 소속사의 주소가 확보된 가수 비와 탤런트 유동근 씨, 영화배우 이미연, 김남주, 고소영 씨 등 5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주소가 확보되는 대로 아파트 광고에 출연하는 다른 연예인들에게도 편지를 보낼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경실련이 아파트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들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입니다. 경실련은 지난 1989년 치솟는 집값과 전세 값을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17명의 세입자들의 죽음의 절망에 공감하여, 시민의 힘으로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시민들이 스스로 창립한 시민단체입니다.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는 지난 수 년 간 아파트 값이 폭등하여 시민들이 내 집 장만을 포기하고 절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집과 땅에 대한 투기를 근절하고 서민들이 주거안정을 이루는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 국회, 정당에게 촉구하고자 경실련이 만든 운동본부입니다.

저희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의 회원들이 귀하와 일면식도 없으면서 이렇게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선생님께서 광고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돼 서민들이 정상적인 소득으로는 집을 장만하기 어려울 정도임에도, 건설사들은 아파트 건설원가를 부풀려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여 폭리수준의 이윤을 가져가는 현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TV와 신문에는 아파트분양 광고가 넘쳐납니다. 아파트를 건설하는 주택건설사업자들은 아파트 분양이 잘되길 바라는 마케팅 전략으로 유명연예인들에게 높은 출연료를 주고 광고에 출현시켜 분양광고를 합니다. 그러나 이 아파트들은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짓지도 않은 아파트입니다.

허허벌판에 합판으로 모델하우스만 달랑 하나 지어 놓고 귀하의 이미지와 맞바꾸는 것입니다. 지금 시민들은 아파트의 품질은 좋은지, 가격은 적당한지, 이사 안 가고 평생 안락하게 살만한 환경인지 등은 꼼꼼히 따져 볼 수도 없이 귀하가 홍보하는 이미지만 보고 아파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들이 있지도 않은 아파트를 대출까지 받아가며 턱없이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와 국회의원들의 잘못입니다.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가 왔을 때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면서 온갖 규제를 풀어버려, 건설사들이 턱없이 높은 분양가를 받아도 좋게 법을 고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옷이나 구두 같은 상품들은 다 만들어진 채로 시장에서 판매되는 데 유독 아파트만은 '아파트 지어서 팔겠다는 계획서'만 있어도 분양하도록 하고, 분양에 당첨된 입주자들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 공사비를 미리 받도록 하고, 분양가도 마음대로 책정하도록 하는 것도 모자라 집을 지을 땅도 토지공사가 매우 싸게 제공해줍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나 시장은 건설사들의 잘못에는 관심도 없고 눈감아 줍니다. 정말 이상하고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특혜입니다.

이렇게 돈 벌기 좋은 여건에서 건설사들은 분양가 올리기 경쟁을 하여, 참여정부 이래 3년 간 약 2000조 이상의 땅값, 집값 폭등과 5년 간 3000조 이상의 거품이 만들어져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아파트 가격에는 엄청난 거품이 존재합니다. 서울 강‧남북은 50%, 수도권은 40%, 지방 30%가 거품입니다. 자본주의는 돈이 최고라지만, 정말 양심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일이 지속되자, 대한민국에는 집 없는 600만 가장, 집은 있으나 가격이 오르지 않는 농어촌, 지방도시, 서울 수도권 외곽에 사는 평범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가장들…. 전국의 85%는 바보가 되었습니다. 일할 의욕을 잃었습니다.

연봉 3000만 원 받는 봉급쟁이가 강남에 아파트 한 채 사려면 5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던지 아니면 도둑질이라도 해야 가능합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도 대출을 받아 투기 행진에 가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사회진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결혼연령 노령화, 출산 기피, 이혼 증가, 가족 해체, 비정규직 증가 등 온갖 사회문제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이 국민들이 바라는 사회는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저희는 지난 몇 년간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을 하였습니다. 더 이상 놔둬선 우리사회가 풍비박산 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원인이 부패가 가득하고 불합리한 부동산 관행과 제도가 잘못되어 빚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아파트 고분양가의 진실을 알고 있기에 귀하께서 TV나 신문의 아파트 분양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가 매일 보는 신문들은 전체광고 중 20% 이상을 아파트 분양광고로 채워지고 있으며, TV에서는 유명한 연예인이 거품이 잔득 낀 '거품 아파트'를 광고하고 있습니다. 귀하가 하는 광고는 귀하가 그동안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쌓아올린 이미지와 명성을 '거품 아파트'를 판매하는 데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귀하가 받은 광고료도 사실은 고스란히 분양가에 포함되어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됩니다. 귀하께서 하는 광고를 보고 오인해서 선의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와 시민들도 많습니다. 귀하의 광고출연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고분양가를 보면서 내 집 마련 꿈을 접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아파트 한 채 장만하려다 포기한 사람들을 또 한 번 좌절시키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사회 기부나 봉사활동 등으로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음으로 양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귀하의 참뜻이 그릇된 제도와 잘못된 관행으로 왜곡되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면 그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입니다. 선생님께서 무심코 홍보하는 '아파트 분양' 광고가 서민들을 울릴 수도 있으며, 두고두고 가슴에 상처로 남을 수도 있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저희는 선생님께서 아파트 고분양가에 대한 진실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한 광고에 출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국민의 사랑을 생명으로 여기는 유명인이자, 평범한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큰 공인이므로 매사에 신중함과 책임감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는 선분양제도에서 건설되는 고분양가 아파트로 인해 평범한 시민들이 고통 받는 현실을 감안하여, 선생님께서 한번만 더 신중하게 생각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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