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고현철)는 7일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 연설의 선거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사전선거운동에는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결정했고, 참평포럼도 선거법이 금지한 사조직이 아니라고 봤다.
"선거법 일부 위반"
선관위는 이날 전체회의 뒤 노 대통령이 공무원 선거중립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의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노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으로 결정했다"고 양금석 공보관을 통해 밝혔다.
선관위는 "대통령이 선거에 대한 중립을 유지해 공정한 선거가 실시되도록 총괄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다수가 참여하고 일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중계된 집회에서 특정정당의 집권 부당성을 지적하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대통령의 정치적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앞으로 유사한 사안으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그러나 선거법 60조 사전선거운동 위반 여부에 대해선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강연 대상이 참평포럼 회원으로 국한, 특정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비판 발언 내용은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긍정평가와 함께 야당과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하던 와중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참평포럼이 선거법 87조가 금지하고 있는 사조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포럼 발족 후 지금까지 활동 내용을 검토한 결과 후보자 선거운동을 위한 사조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청와대-한나라 정치 갈등 격화될 듯
선관위의 이같은 결정은 한나라당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노 대통령의 공격적 정치행보에 일정한 제동을 걸면서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지난 2004년 탄핵 당시에도 선관위는 이같은 방식으로 노 대통령의 선거중립 위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선관위의 이같은 결정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선거중립 의무 준수 협조요청도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선관위가 취할 수 있는 조치 중 가장 강도가 약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주장한 '대통령의 정당한 정치적 권한'이라는 주장을 수용치 않고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준수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정치적 파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노 대통령의 공격적인 정치개입에는 일정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청와대가 "선관위가 납득하지 못할 결론을 내리면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강경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고, 한나라당도 선관위 결정을 계기로 노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정치적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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