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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도 변한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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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도 변한 만큼...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영화 <밀양>의 수상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올 때만 해도 언론이 조금 오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명도 높은 감독들이 많았다. 매력적인 배우들도 너무 많았다. 늘 그렇지만 칸은 정치영화들의 전투현장이기도 하다. <밀양>은 직접적인 정치사회적 주제를 가지고 이슈파이팅을 하는 작품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저 많은 외신들에게 칭찬받고, 호평받아서 이름이나 널리 알리고 해외수출이나 잘되기를 바랐다. 가뜩이나 국내 극장가는 불황이고 이 영화의 BEP는 관객 180만선이다. 국내에서는 결국 조금 모자라게 될 터이니 밖에서 좀 벌어들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이 머리를 사악 드라이까지 하고 레드 카핏을 밟는 것으로 보고 이 영화가 뭔가 타긴 타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이창동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언젠가 한번 개폐막식 드레스 코드를 내놨을 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영화제가 타락했다는 얘기를 했던 사람이다. 그는 고집스럽게 청바지와 야구모자 차림으로 영화제 무대에 올라, 일부 영화제 관계자들의 빈축을 샀다. 장관시절에도 그는 청바지 입기를 즐겼으며 국무회의 참석 때도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그를 두둔하며 다른 각료들에게 '그냥 냅두라'고 얘기했다는 것 아닌가. 비교해 보면 류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같은 사람은 국회의원이 돼서 첫 등원한 날 진바지 차림이라고 해서 상대 당 사람들에게 모진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이창동 감독에게는 그 누구도 그의 그런 행태를 비판하거니 비난하지 못했다. 이창동 감독의 과묵한 표정 뒤에 무언의 카리스마가 느껴지기 때문이었을까.
이창동 감독
어쨌든 머리를 만지고 나올 정도면 저 사람도 변하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들었다. 또 그만큼 그가 이 영화제에서 뭔가의 성과를 기대하거나 예상하고 있구나,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그가 기대했던 것, 영화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전도연의 여우주연상도 여우주연상이지만 감독상까지 가져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2002년도에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세계적 감독으로 등극했지만 그때도 감독상을 탔던 것은 아니었다. 그때도 주요부문은 신인배우상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니 그가 감독상을 바라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 정정합니다 // 이창동 감독이 200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특별감독상을 받은 사실에 대해 착오가 있어 위의 글에 오류가 있음을 밝힙니다. 당시 <오아시스>는 공식부문에서 신인연기상과 특별감독상을, 비공식부문에서는 국제비평가상, 기독교언론협회상, 미래의 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이창동 감독에게 사과드립니다.) 이창동 감독이 감독상을 타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지만 이번 수상으로 한국영화가 세계영화계에서 명실공히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이걸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야 한다.
밀양 ⓒ프레시안무비
실질적인 성과란? 일단 국내 관객들과의 성공적인 만남일 것이다. 보통 칸에서 감독들이 상을 타면 국내 흥행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김기덕 감독이 늘 그런 손해를 본다. 하지만 배우가 상을 타면 관객들이 보다 친근하게 느끼는 모양이다. 첫 주말 35만 관객으로 약간 부족했던 흥행세는 수상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 예매가 세배가 됐다고 한다. 일반관객들이 어렵다며 지레 겁먹고 안본다고들 했다. 전도연 연기를 보기 위해서라도 <밀양>에 몰려가시기들 바란다. 한국영화는 어쩌면 이룰 건 다 이뤘는지도 모른다. 베니스, 베를린 그리고 칸영화제를 모두 섭렵했다. 명예만큼은 확실히 얻은 셈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시장에서도 성공했는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배우가 알려지기 시작하면 시장에서의 성공율이 높아진다. 공리나 장만옥, 장쯔이 같은 중국의 여배우가 중국영화산업을 국제적으로 어떻게 끌어 올렸는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전도연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이제 트로피나 상패, 상장을 받는 것만으로 뭔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시장은 지금 굉장히 목이 마르다.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280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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