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정동영, 對노무현 협공 재개

金 "대선후보 초토화"…鄭 "시커먼 의도"

열린우리당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포문을 다시 열었다. 두 사람은 13일 청와대가 최근 설파하는 '통합 찬성론'에는 모종의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노 대통령은 범여권 통합 논의와 대선후보 문제에서 손을 떼라는 주문도 일치했다.
  
  "유례 없는 여권후보 죽이기"
  
  김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우리당의 가치, 창당정신, 원칙 있는 통합을 주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계승하라는 요구와 압박이 있다"며 "그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통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행태는 노무현식 통합정치, 좀 더 직설적으로는 자신의 원칙과 노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독선"이라며 "말로는 통합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특히 "지금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고르는 과정이라는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공격에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이 그만뒀다. 손학규 후보를 공격했고, 정동영과 김근태 역시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며 "역사상 유례 없는 현직 대통령에 의한 여권후보 죽이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우리가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조차도 정권창출을 위해서는 자신을 밟고 가라며 스스로 길을 열어주었다"며 "노 대통령은 몇몇 후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여권 후보를 초토화시키고 있는데 과연 상식적으로 옳은 일이냐"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제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훈수만 말아달라"며 "그 길이 통합과 관련해 역사 속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이어 자신이 주장하는 통합과 관련해 △한나라당 집권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세력의 통합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한 통합 △시민사회, 종교계 인사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통합 등을 제시했다.
  
  "지역연합론 비판은 광주정신 모독"
  
  이날 광주를 방문한 정동영 전 의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노 대통령은 당내 경선 구도 개입을 중지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주의 통합정신에 의해 탄생한 참여정부와 참여정부 인사들이 호남과 충청을 괄호에 묶어서 지역주의 연합으로 승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광주정신의 모독이자 광주 시민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소수의 친노 세력을 묶어서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으로 비현실적이고 광주 5월정신의 모독"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호남+충청 연합론'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대연정은 광주 시민이 분노했지만 대통합은 찬성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넘기더라도 (노무현식 원칙을) 고수하자는 것은 원칙이 아니고 시커먼 의도가 들어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석한 정청래 의원은 "유시민 장관은 한나라당이 집권 가능성이 99.9%라고 해서 해당행위를 했고, 비례대표들의 배지를 뗐다 붙였다 했다. 자기 홈페이지에는 정동영, 김근태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조사를 했다"며 "자당 후보를 욕보이고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이므로 해임조치하고 출당조치를 해야 한다. 간신을 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한편 오는 17일로 예정된 남북열차 시범운행 행사의 초청자 명단에서 자신이 제외된 것과 관련해 "시범운행 탑승자 명단에 있건 없건 큰 문제는 아니다. 명단에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은 이미 열차를 타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응했다.
  
  그러나 정 전 의장 측은 당초 전직 통일부장관 자격으로 초청자 명단에 포함됐다가 최근에 갑자기 누락됐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번 행사는 (정 전 의장이 통일부장관으로 있던) 2005년 6월 17일 면담을 통해 시동이 걸린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명단에서 정 전 장관을 빼느냐"며 "대통령이나 통일부는 아니지만 청와대 측근들이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치하다"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도 이재정 통일부장관에게 직접 항의 전화한 사실을 밝히며 "이 장관에게 청와대의 이런 치사빤스 같은,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옹졸한 행위는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거듭 "밴댕이 청와대 간신들의 훼방으로 정 전 의장이 탑승하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장관은 "정 전 의장은 대선주자이고…. 아무튼 미안하게 됐으니 말씀을 잘 좀 전해달라"고 했다고 정 의원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