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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親盧포럼 즉각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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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親盧포럼 즉각 해체하라"

"통합 찬성한다면 당 사수 '전위대'부터 없애야"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이 9일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희정 씨 등 친노(親盧) 인사들이 주도하는 '참여정부평가포럼'의 즉각 해체를 요구했다. 청와대의 확전 자제로 소강상태에 빠져드는 듯 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사이의 갈등이 다시금 확산일로로 치닫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지시하면 즉각 해산 가능"
  
  정 전 의장은 이날 오후 청주대학교 강연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직 관료들과 (청와대 출신) 비서들이 모여 2.14 합의를 깨고 열린우리당 사수의 진지를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참여정부평가포럼은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평가는 역사가 하는 것인데 평가포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대통령이 지시하면 포럼은 즉각 해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명광, 김현미, 강창일 등 열린우리당 내 친(親)정동영 성향의 의원들도 이날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청와대가 전날 "질서 있는 통합이라면 지역정당으로 회귀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대목을 거론하며 "청와대가 우리당 사수에 반대하고 통합에 찬성한다면 참여정부평가포럼을 즉각 해체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김현미 의원은 "참여정부평가포럼은 당초 참여정부의 업적을 평가하고 홍보하고 계승, 발전시킬 것을 목적으로 탄생했다고 하지만 최근 양태를 보면 엄연한 정치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포럼의 해체만이 청와대가 진정으로 대통합에 찬성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포럼은 우리당 사수를 위한 전위대이며 이후 대통합에 반대하고 우리당에 남을 잔류세력을 공급하는 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명광 의원도 "어제 청와대가 통합논의를 수용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면서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직접 말씀을 하셔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들은 이병완 전 실장이 최근 탈당파를 향해 '살모사 정치'라고 맹비난 한 점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그 건은 참여정부평가포럼 측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으나, 김만수 참여정부포럼 대변인은 "전직 통일부 장관으로서 참여정부가 제대로 평가받는 데 기여해달라"는 말로 정 전 의장 측의 요청을 일축했다.
  
  "盧, '분열의 칼'을 쓰며 영남신당 모색"
  
  노 대통령을 겨냥한 직접적인 비판도 나왔다. 김현미 의원은 "노 대통령은 분열의 정치, 분열의 칼을 쓰며 지지 세력의 정예화를 꾀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노 대통령은 영남 신당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강창일 의원도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보면 '위장 탈당'임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권위와 품위를 지켜야 할 대통령이 이를 상실한 발언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주장했다.
  
  박명광 의원은 "최근 상황을 공격과 방어의 전쟁 개념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면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견지해 온 입장을 지킬 것이고 이에 대한 도전세력에게는 응당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이 최근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정치 그만두라'는 식으로 말이 앞서나간 부분에 대해 굉장히 상처를 받았고 섭섭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당 시점 늦춰질 듯
  
  그러나 정 전 의장이 5월 말로 적시한 '빅뱅'의 시점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5월 말까지 통합신당의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우리당 구성원 모두가 비상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박명광 의원은 "정세균 의장의 통합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낳을 수 있도록 지켜보고 도와줄 것"이라고 속도를 조절했다.
  
  박 의원은 "탈당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탈당을 하겠다 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적어도 정세균 지도부에게 주어진 통합추진 위임 시한인 6월14일까지는 탈당을 유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는 당을 흔드는 듯한 행동을 자제함으로써 추후 탈당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로 보인다. 또한 정 전 의장과 함께 동반 탈당할 의원들의 수가 비례대표를 제외한 10여 명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고 당장 독자세력화를 꾀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측면도 다분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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