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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박상천을 화나게 만들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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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과 박상천을 화나게 만들면 안 돼"

[인터뷰]정대철 "정운찬 무너진 이제부터가 신천지"

열린우리당 정대철 고문은 요즘 물밑에서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범여권 중진 가운데 한 사람이다.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제3지대 신당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범여권 대선후보 연석회의 추진에 여념이 없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 범여권 제 정파를 넘나들며 멍석 깔기에 분주한 그를 30일 만나 '정운찬 빠진 뒤의 범여권의 진로'를 들어봤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선 상당한 아쉬움을 토로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4월에만 직간접적으로 7~8번쯤 접촉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으니 "얼떨떨하다"는 그의 첫 반응이 이해가 갔다. 인터뷰 도중 그는 TV로 정운찬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쓴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그는 "동네 처녀 하나만 바라보다가 장가 안 갈 수는 없지 않느냐"며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제3지대 신당과 대선후보 연석회의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달 중순이 유력하다. 열린우리당에선 5월10일을 전후해 연석회의를 구성한 뒤 5월 말 신당창당준비위를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 고문도 이를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이는 그맘때 쯤 열린우리당의 대규모 후속 탈당을 예고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는 신당 추진과 관련해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적어도 30명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보선 이후의 정국에선 객관적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이 더욱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정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의 역할을 은연중 강조했다. 최근 박지원 전 비서실장을 만났다고 한다. 박 전 실장의 전언을 빌어 "DJ의 뜻은 통합이라는 강한 메시지가 있었다"며 "DJ가 박 전 실장에게 나를 도우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고문은 다른 한편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달랬다. 그는 "노 대통령이 결국에는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안 되게 하자고 마음 먹으면 큰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경계하기도 했다. 범여권의 대선전망이 DJ와 노 대통령의 영향권 하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음을 내다본 듯 했다.

대선후보 연석회의와 관련해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빠른 결합을 촉구했다. 그는 "직접 만나보니 본인이 조심하는데 좀 빼다 들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바로 결합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범여권 기존주자들과 함께 손학규 전 지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으로 후보군을 최대화해 정 전 총장의 공백을 메워가야 한다는 뜻으로 보였다. 물론 정 고문의 구상이 그의 낙천적 성격처럼 순조롭게 성사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음은 정대철 고문의 서울 여의도 개인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일문일답.

"정운찬 불출마, 나도 얼떨떨"

프레시안 : 정 전 총장의 불출마는 사전에 알고 있었나?

정대철 : 글쎄 나도 얼떨떨하다.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하겠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으면 토요일과 일요일일 것이다. 정 전 총장이 기자회견 직전에 조순 씨를 만난 것으로 안다. 조 씨가 만류하려고 만난 것인지, 정 전 총장이 먼저 찾아간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결정이 된 것 같다.

다만 최근에 (출마 여부와 관련해 ) 왔다갔다 여러 번 했다. 4월 안에만 나와 직간접적으로 7~8회쯤 만났다. 하루는 안 할 것 같다고 했다가 다음날은 그래도 한다고 했다가…. 정 전 총장이 최근 일본 갔다 온 뒤인 20일 이후부터는 더 심해졌는데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다.

프레시안 : 불출마를 번복한다거나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정대철 : 끝이라고 봐야지 뭐.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의 말이 왔다갔다 하면 불안해 보인다.

프레시안 : 노력한 게 수포로 돌아간 셈인데….

정대철 : 좋은 점을 많이 갖춘 사람이다. 교육, 경제전문가에 '미스터 바른소리'다. 서울대 총장을 한 것으로 봐선 종합능력과 정치력도 있는 사람이다. 또 1970년대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노무현을 지지했다. 물론 노무현 정부에 실망한 것도 사실이지만 정서적으로는 분명히 이쪽에 있던 사람이다. 게다가 옳게 살려고 노력한 사람이고 새롭다. 현실적으로는 충청도 대망론에 맞춰줄 수도 있는 사람이라서 기대를 걸었는데 무척 아쉽다.

프레시안 : 왜 포기했다고 보나. 들리는 소문대로 돈 문제 때문이었나?

정대철 : 모르지. 그것도 하나의 조건이었을 수는 있겠지. 지지율, 돈 등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어쩌다 돈 얘기가 나오면 '난 그런 것 할 줄 모르는데…'라며 한탄만 했다. 그런데 돈이 실제로 많이 들지 않는다. 후보만 되면 성금이 들어와서 돈도 쓸 만큼 들어오는데 괜한 걱정을 한 것이다.

프레시안 : 정치참여를 한다면 재보선 전에 하고 선거에서 검증을 받는 것이 수순이었다. 그런 면에서 재보선 전에 이미 마음을 굳힌 것은 아니었을까?

정대철 : 이런 마음이 있었으니까 재보선 역할을 못했을 것이다. 확고한 의지가 있었으면 누굴 도와도 도왔을 텐데, 하룻밤 자고 나면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

프레시안 :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은 아니었을까?

정대철 : 그런 점도 없을 수 없겠지. 그들과 동떨어져서 당을 만들거나 출마를 할 수도 없고, 그들만으로 하는 것도 안 되겠다는 두 가지 마음이 다 있었겠지. 어쨌든 정 전 총장의 불출마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다른 후보들을 예의 주시해서 좋은 경쟁을 시켜야 한다.

프레시안 : 정 전 총장이 정치세력화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정대철 :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그런 표현은 하기 싫었겠지만 정치세력화의 어려움이란 사실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상황에 대한 표현 아니겠나. 내가 듣기로는 가족들도 최근 심각하게 만류했다고 한다. 지지율 1%도 안 되는데 과연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막았다고 한다.

프레시안 : 통합신당이나 대선후보 연석회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것 같은데.

정대철 : 이제부터는 신천지다. 우리가 기대했던 한 쪽이 무너졌다. (최종적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나는 한 3~4명으로 봤다. 손학규, 정동영, 정운찬에 한명숙이 될 수도 있고 문국현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쯤 될 것으로 봤는데 한 명이 빠졌으니 좀 두고 보자.

프레시안 : 그분들 중에선 손학규 전 지사나 정동영 전 의장이 좀 상실감이 클 것 같다.

정대철 : 누가 당선이 되건 서로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는데 나도 맥이 빠진다. 객관적으로 문국현 사장은 당장은 조금 쳐져 있고, 정운찬과 손학규가 프론트에 있었던 건데, 정동영, 손학규도 되게 맥 빠져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정운찬 전 총장까지 빠진 마당에 충청도는 어떤 대책이 있나? 국민중심당은 오히려 한나라당으로 갈 수도 있을 텐데.

정대철 : 그것이 오늘부터 큰 숙제다. 국중당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문간방에서 더부살이 할 것이냐, 주체적으로 안방에 살림을 할 것이냐로 설득하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손학규, 신당에 바로 합류해도 괜찮아

프레시안 : 정 전 총장이 빠져도 제3지대의 후보중심 신당은 그대로 가는 것인가.

정대철 : 그렇다. 열린우리당은 5.31 지방선거 이후에는 정당으로서 기능을 잃어버렸다. 이번 선거는 사망선고를 확인한 것이다. 손학규, 문국현 등이 제3지대에서 신당을 만들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합류하는 게 기본 구상이다.

프레시안 : 다음 달 중순쯤 모습을 드러낸다고 보면 되겠나?

정대철 : 시간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제3지대 신당 만들려면 그때부터는 뭘 좀 하긴 해야 한다. (정 전 총장이 빠졌어도) 크게 변할 수는 없다. 동네 처녀 하나만 바라보다가 장가 안 갈 수는 없지 않나.

프레시안 : 그쯤 정 고문도 탈당을 하는 것인가?

정대철 : 당 해체가 불가능하니까 어느 때는 탈당을 해야 한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적어도 30명은 돼야 한다.

프레시안 : 정세균 의장은 당 해체는 안 한다고 하는데.

정대철 : 당 해체는 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당 해체는 열린우리당을 없애고 왕창 (신당으로) 옮겨가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고스란히 열린우리당 재탕이 된다. 제3지대 신당을 만드는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해체는 정신적 의미로 받아들인다. 물리적, 정당법 상의 해체는 되지도 않는다.

프레시안 : 문국현 사장이나 손학규 전 지사도 제3지대 신당에 동의했나?

정대철 : 대부분의 후보들이 동의했다.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도 동의했다. 한명숙, 김혁규 의원은 확실히 동의한다고 한 기억은 없지만 확실히 당에 남겠다고 한 적도 없다.

프레시안 : 김근태, 천정배 의원은 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아닌가?

정대철 : 최근에 매스컴을 통해선 민노당과 우리쪽 중간에 새로운 신당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것이 진의인지,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한 움직임의 정파가 신당의 주류를 이뤄야 한다는 정치캠페인이라면 이해는 된다.

프레시안 : 손학규 전 지사는 탈당 부담 때문이라도 좀 세탁한 후에 들어오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다.

정대철 : 직접 만나보니 본인도 참 조심해 하더라. 그런 조심하는 모습은 좋다. 요즘에는 동정해 주는 사람도 생기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저항이 거세지 않다고 하더라. 손학규는 어차피 이쪽 물에서 노는 것이 그럴 듯하다. 진작 여기에 있었어야 할 사람이다. 원천적으로 욕을 할 사람은 많지 않다. 좀 빼다 들어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바로 결합하는 게 더 낫다.

프레시안 : 문국현 사장과도 교감이 있는 것인가?

정대철 : 2~3개월 전쯤에 봐서 지금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참 괜찮은 사람이더라. 도와줄 일 있으면 도와주겠다는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그것으로 그 사람의 의지를 봤다.

박지원 "DJ 뜻은 통합"

프레시안 : 통합신당 구성에는 사실 민주당 쪽이 더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정대철 : 김홍업 씨도 통합을 얘기했다. 김효석, 이낙연, 신중식 등 의원들 대부분도 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절반 이상의 세력이 통합 쪽으로 가 있고 박상천 대표도 통합신당추진모임과의 합당 논의 당시 지도체제만 빼놓고는 다 용인해주지 않았나. 그 정도면 박 대표도 통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봐야 한다.

프레시안 : DJ는 후보단일화 쪽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보는 듯한데?

정대철 : 그 말의 전제는 '통합신당이 안 되면'이라는 것이다. 토요일에 박지원 실장과 저녁을 먹었다. DJ의 뜻은 통합이라는 강한 메시지가 있었다. 내가 도와달라기 전에 DJ가 박 실장에게 나를 도우라고 했다고 하더라. 자기가 가교 역할 한다고 하더라. 고마운 일이지.

프레시안 : 동교동계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정대철 : 민주당이다. 민주당을 통합 쪽으로 견인해 줄 수 있다. 민주당도 결과적으로는 제3지대 신당으로 가야 한다. 대통령 후보도 없이 대선을 지나면 국회의원 선거도 되지 않는다. 불임 정당에는 호남 사람들도 지지를 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신당에 소위 친노계도 같이 가나. 한명숙 전 총리만 해도 노무현 정부에 대한 계승을 강조했는데.

정대철 : 같이 가겠다고 하면 그래야 한다. 본인들 의지의 문제다. 당에 남아서 순사할 것인지, 신천지를 개척할 것인지 본인들이 판단할 것이다. 나중에 후보단일화 하는 과정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고.

프레시안 :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장관은 어떤가.

정대철 : 이해찬 전 총리가 대선후보를 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참여정부에서 본인 역할을 끝까지 충실히 하는 것으로 본다. 유시민 장관은 본인이 후보를 하는 것인지, 당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잘 모르겠다. (유 장관의 누나인) 유시춘 씨를 자주 만난다. 유 장관이 그렇게 고리타분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 정권이 한나라당 쪽으로 갈 것 같으면 결국 힘을 함께 해줄 것이라고 하더라.

프레시안 : 그 경우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가 참 애매하다.

정대철 : 노 대통령도 결국에는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노 대통령을 화나게 만들어선 안 된다. 우리가 사실 잘 하면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건전한 야당을 만들 수도 있는 양쪽을 다 내다보면서 신당을 만들려는 것 아닌가. 지금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노 대통령과 박상천 대표다. 그 두 분을 절대로 화나게 만들어선 안 된다. 특히 노 대통령은 안 되게 하자고 마음 먹으면 큰 힘이 있는 사람이다.

프레시안 : 어쨌든 재보선 이후에 희망을 좀 본 것인가?

정대철 : 이번 선거의 교훈 중 하나는 뭉치면 산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마음이 고정화, 고착화 돼 있지 않다. 우리당도 싫고 한나라당도 미덥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부터 먼저 반성하고 자세를 가다듬어서 힘을 합하면 가능성이 있다. 정권 심판론은 대선에선 먹히지 않는다. 정권 심판은 역사가 하는 것이고 새 사람을 통해 민생을 보듬어 안는 정치를 하면 되는 것이다. 정치를 오래 한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서 가능성을 충분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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