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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재보선과 '늪'에 빠진 정당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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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재보선과 '늪'에 빠진 정당정치

[2007 대선이야기]'지역주의'와 '퇴행적 세계관'의 대결

지난 4월 25일 실시된 재·보궐선거는 민심의 저변을 가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대세론과 이명박, 박근혜에 대한 국민 지지도에 의문점을 제기했고, 한나라당을 내홍으로 몰아넣었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는 2007년 한국 정당정치와 대선구도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한나라당은 이명박과 박근혜가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를 벌였지만, 구체적으로 '왜' 한나라당이어야 하는지 제시하지 못했다. 물론 선거 지원이 일차적 목적이었기 때문에 대선후보로서 자신들의 국가 미래상이나 정책을 직접 선전할 수 없었던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두 사람 모두 왜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범여권 정치세력은 햇볕정책과 호남 기반 정치세력의 복원을 제시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즉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 등은 DJ가 제시한 '선(先)후보 단일화'를 통해 범여권 후보를 만들어내고 이 후보를 한나라당 후보와 대결시킨다는 선거전술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선거전술이 이번 재보선에서 지역주의로 귀결된 것이다.

민주당은 김홍업에 대한 비판여론에 응수해 "김홍업의 낙선으로 DJ에게 전국적인 망신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DJ가 지난번 목포방문에서 언급한 '무호남 무국가'의 연장선 상에서 호남 지역주의를 자극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역시 김홍업의 당선에 온 힘을 경주했다. 국민중심당의 심대평이 대전에서 '충청의 자존심'을 강조한 것도 지역주의의 일환이긴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이번 재보선의 특징은 정당과 주요 대선주자들이 미래를 말하면서도 유감스럽게도 참된 미래상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되겠다.

한나라당의 경우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 선거결과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선거 이전에 약 50%의 지지를 받으며 구가했던 대세론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과 후보의 분열 가능성을 포함한 깊은 내홍에 직면했다. 이는 당 자체의 문제점과 주요 대선후보의 문제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한나라당 자체의 첫 번째 문제점은 부패다. 공천과정에서 '돈'이 개입된 부패는 한나라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한국 정당들이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고질적 병폐이긴 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유난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2002년 대선의 '차떼기당' 이미지에 따른 공언된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6년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다시금 돈 공천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경남에서 상대 군의원 후보의 출마포기 돈 매수기도, 대구에서 선거벌금 과태료 대납 등 한나라당의 부패가 속속 드러났다.

한나라당의 두 번째 문제점은 당내 대선후보 선정을 앞두고 많은 국회의원들이 유력 대선주자의 선거본부에서 일개 조직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경선 승복의 전통이 미약한 한국에서 패자집단에 의한 분당이나 사전 탈당 기도로 귀결될 수 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대선후보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줄을 선 현상은 당의 통합을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는 당내에서 양 진영을 수렴할 수 있는 중추적 정치세력의 부재로 인해 당 분열로 발화할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과 박근혜 두 사람의 개인적 문제점과 상호불신은 한나라당의 통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명박이 내세우는 주요 선거공약은 과거 산업화 개발시대의 물량적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정치인 이명박에게 제기된 1996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의 선거법 위반과 사후 처리 문제는 심각한 아킬레스건이다. 병역이나 재산축적 문제도 대선 본선에서 반대 후보 측이 부담 없이 네거티브(?) 소재로 이명박에게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사항들이다.

박근혜 역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미래상을 보여주지 못한 채 원칙과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심 없는 봉사만을 다짐하고 있다. 박근혜의 문제점은 그러한 '원칙'이 아니라 '무엇에 기반을 둔 원칙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박근혜는 법치주의, 작은 정부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의 근본적인 세계관은 박정희 시대에서 동결되어 있다. 게다가 박근혜는 '공인'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하여 필요 이상의 과잉반응을 보인다.

이를 배경으로 두 사람은 상대진영과의 관계에서 매우 적대적이다. 두 사람 모두 당내 대선 후보로서 자신을 따르는 제한된 사람들과의 접촉 과정에서 추종세력을 중심으로 일종의 '집단적 사고'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명박 진영과의 관계에서 박근혜의 포용력 부족은 한번 어긋난 정치인과는 다시는 화해하지 못하는 지도력으로 드러나고 있다. 2004년 탄핵위기에 한나라당을 구했다는 박근혜의 자부심은 "위기의 당을 여기까지 이끌어 왔다"는 당 주인 의식으로 굳어진 듯하다. 이러한 박근혜의 사고체계는 200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실상 당에 기여할 여지가 없었던 이명박에 대한 강한 반발의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재보선 패배를 거치며 더욱 첨예해진 양측의 긴장과 갈등은 다시금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경선 룰 문제, 검증 문제를 정점으로 예측불가의 국면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의 분열을 주목하는 이유가 된다. 또한 분열은 하지 않더라도 단합된 대선 운동은 불가능해질 개연성이 농후하다.

범여권 및 기타정당의 경우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움직임 역시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높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 1명과 지방의원 몇 명을 후보로 냈으나 사실상 정당의 기본인 공천을 실질적으로 포기한 불임정당으로 전락했다. 대전에서는 범여권의 통합을 명분으로 오랜 기간 선거를 준비한 자당 후보를 '살신성인'의 미명 하에 주저 앉혔다. 또 민주당 후보 김홍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의 잠재적 대선후보들은 소속 후보를 위한 지원유세에도 참여하지 않아 '권력창출'이라는 정당의 목적도 상실하고 말았다. 열린우리당은 범여권 통합의 주도권을 발휘하기보다 점점 더 방향 없이 당 해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범여권 세력이 대선과정에서 종속변수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향후에도 상당기간 이들은 '반한나라당, 비민주노동당'을 지향하며 중도통합론, 대선후보 원탁회의, 세력 대 세력의 통합, 진보와 개혁세력의 통합, 호남과 충청의 연합 등 다양한 모색 속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도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손학규, 대선 출마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정운찬, 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도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과연 범여권 세력은 DJ가 제시한 햇볕정책과 호남의 정치적 집결,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 비준 시도에서 어떠한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인가? 특히 '무노(無盧)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패했지만, 노무현이 약 30%대의 국민지지와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바탕으로 대선후보자의 선정이나 대선과정에서 일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건 범여권의 딜레마다.

민주당은 일단 '김대중의 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은 검증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거과정에서 중도통합론을 내세웠음에도 결국 김대중의 명예 유지라는 선거 전략을 채택해 상처뿐인 결과를 얻었다. 더구나 이희호 여사의 적극 유세와 모든 당력의 집중에도 불구하고 김홍업의 득표율이 50%에 못 미친 점은 민주당과 DJ의 영향력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DJ 개인으로 봐도 차남의 당선으로 범여권의 통합과정에서 수렴청정을 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긴 했지만 탈정치적 국가원로로서의 역할은 상실하고 말았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자당후보들이 화성 국회의원의 12.1% 득표에서 울산 동구 나선거구의 26.2%의 득표에 고무돼 진보대연합을 통한 대선에서의 역할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한미 FTA 반대 투쟁을 9월 자당의 대선후보 선정과 대선에까지 활용할 계획이어서 국민이 어떤 지지를 보일지 궁금하다. 비록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의 국민적 인지도가 상당히 낮지만, 일단 당의 대선후보가 공식 선출되면 대선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이 기대된다.

국민중심당은 당 공동대표인 심대평의 국회의원 당선으로 당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해 내면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회생까지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국중당은 과거 김종필의 자민련에 비유되는 충청 지역주의에 기반해 있지만 이 역시 과대평가된 측면이 많다. 대전 선거에서 심대평이 당선되긴 했으나 서산시장 선거와 금산 지방의원 선거에서는 10%대의 득표에 그쳤다. 국중당의 유일한 강점인 지역기반도 검증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누구도 '미래'를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선을 7개월 여 앞둔 현재까지도 각 정당은 과거의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 이 상태에선 어느 대선 후보도 국민들에게 미래상을 제시하기 어렵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일정한 국가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될 경우, 당선자는 국민들로부터 받은 위임(mandate)을 통해 국가를 이끄는 정상적인 경로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목도되는 올해 대선의 특징, 즉 지역주의의 부활기도와 과거의 세계관과 사고틀에 매몰된 선거의 흐름 속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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