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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객들, 도대체 원하는 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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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객들, 도대체 원하는 게 뭔데?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월요일인데다 그것도 오전 11시45분이라는 1회 상영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난 그렇게 믿는다. 그 시간, 강남에 있는 한 예술영화전용관에는 관객이라곤 한명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오직 나 한 사람뿐이었다. <할리우드랜드>를 보러간 날이었다. 벤 에플렉이 베를린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작품. 다이안 레인이 나오고 밥 호스킨스 같은 연기파 배우도 나오는 영화. 1950년대말 TV시리즈 '슈퍼맨'의 영웅이었던 조지 리브스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영화. 그의 죽음은 지금껏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 아마도 조지 리브스가 지금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다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렸을 것이다. 요즘은 미드족 시대니까.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크리미널 마인드' 등등 영화보다는 TV시리즈가 더 큰 인기를 모으는 시대니까. 내가 아는 어떤 변호사는 하루의 유일한 낙이 집에서 사무실까지 가는 아침 출근길 1시간동안 MP3 동영상으로 미국 TV시리즈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근데 극장을 왜 가겠어? 시간도 없고."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석호필이 좋고, 아무리 MP3 동영상의 해상도가 뛰어나다 한들 이 큰 극장에 관객이 달랑 나 혼자라는 건 너무한 얘기다. 어쩌느니 저쩌느니 해도 미국 국내에서는 개봉당시 박스오피스에까지 올랐던 작품이다. 단관개봉에 나 홀로 상영이 될 정도까지 홀대받을 영화는 아닌 것이다.
고스트 라이더 ⓒ프레시안무비

상황이 그보다 훨씬 더 좋긴 하지만 다른 데서와는 달리 유독 한국시장에서 안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마블 코믹스 영화들이다. <데어 데블>이니 <신시티>라는 것이 그랬고 이번에 개봉된 <고스트 라이더>같은 영화도 그렇다. 주초에 이메일로 날라오는 박스오피스 수치를 보면서 에그, 역시 마블은 한국시장에서 맥을 못추는군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옆에 있던 후배가 한마디 했다. "영화를 너무 못만들었어요." 근데 그게 아닐 것이다. 영화를 못만든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미국적이어서일 것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일종의 문화충돌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그렇다고 해서 문화적 동일시가 이루어지는 한국영화가 잘되고 있느냐, 그건 또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 역시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와르르 무너지는 광경들을 보면서 또 누군가 옆에서 얘기했다. "요즘은 단체관람 같은 거 하면 안될까나?" 큰일날 소리. 그리고 또 어떤 단체를 단체루다 모실 것인가. 그것도 애매한 노릇이다. 그러자 그말을 했던 인간이 한마디 덧붙이는데 그게 참 요즘 영화관객들에 대한 명답, 명분석이다. "요즘 사람들은 영화보면서 원하는 게 뭔데?" 무릎 팍 도사가 들으면 무릎 팍 치면서 할 소리다. 요즘 사람들, 도대체 무슨 영화를 원하는 거냐고?
천년학 ⓒ프레시안무비

근데 그걸 정말 잘 모르겠다,고들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천년학>은 망하고 <극락도 살인사건>은 똔똔치고, <할리우드랜드>는 개봉하나마나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인생>은 영화는 너무 좋지만 안보게 되는 영화라서 안되고 <고스트 라이더>는 한국에서 원래 안되는 영화라서 안되고, 그놈의 극장가 풍경 참으로 을씨년하기 그지없다. 하기사 바깥엔 벚꽃이 만발했는데 우중충한 극장에 쭈그려 앉아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럴 때일수록 정직하게 가야 할 것이다. 제작비가 13억원 정도 들어간 <달콤 살벌한 연인>같은 영화를 더 열심히, 많이 만들고 대박보다는 소박,중박으로 기대치를 낮추고 그런 만큼 서로 가져가려는 수익의 파이도 대폭 낮추고 줄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근데 그게 과연 될까? 믿음과 끈기가 요구되는 시기다. (*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228호에 실린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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