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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송광수 파문', 끝난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대선자금 의혹·검-청 갈등의 불씨들 남아 '火根'

지난 20일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한나라당의 10분의 2~3' 발언이 보도되며 파문을 일으켰다. 파문이 일자마자 송 전 총장은 이날 저녁 "검찰 독립을 여러 차례 강조어법으로 설명하다가 나온 얘기일 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한 발 물러서며 스스로 의혹을 진화했다.

하지만 대선자금 수사가 깔끔하게 종료되지 못했고 검(檢)-청(靑) 갈등의 불씨가 살아있었기 때문에 '뜬금 없는' 그의 발언은 불쏘시개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파문을 단순 해프닝으로 가벼이 여길 문제는 아닐 듯하다.

송광수 전 총장의 발언 파문을 보고 최근 한 TV 방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 코너인 '같기도'의 유행어가 떠올랐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상대방의 뺨을 때리며 동시에 내 뺨을 때리는 개그맨이 "이건 때리는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여"라고 말하는 등, 이도 저도 아닌, '~같은' 상황을 재현하는 것으로 웃음을 연출하고 있다.

▲ 대선자금 수사 당시의 송광수 전 총장. 왼쪽은 당시 차장이던 김종빈 전 검찰총장, 오른쪽은 중수부장이던 안대희 현 대법관. ⓒ연합뉴스

■대선자금 수사, "끝난 것도 아니고 안 끝난 것도 아니여"


송 전 총장 발언 중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10분의 1'을 안 넘기려고 대통령 측근 수사는 안 하고 야당만 수사한다는 말이 나와 어떻게 하든지 더 많은 돈을 찾으려고 했고, 그래서 10분의 2, 3을 찾았다"는 말이 가장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말은 검찰이 노 대통령 캠프의 더 많은 불법대선자금을 찾아놓고 수사결과 발표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에 대해 송 전 총장은 "수사를 통해 10분의 1을 넘겨 찾아낸 것은 확실하지만 액수가 정확히 기억이 안나 10분의 2, 3이라고 얘기했던 것일 뿐, 찾아놓고 발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열심히 수사했다는 것을 강조하다 나온 얘기"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당시 검찰은 각 당 별로 불법대선자금 수수액수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은 발표 자료를 근거로 노 대통령 측 불법대선자금(113억8700만 원)은 한나라당(823억2000만 원)의 10분의 1이 넘는 13% 가량이라고 계산했었다. 시각에 따라 노 대통령 측근 인사의 '개인적 수수' 액수를 합할 때는 17%로 늘어나기도 한다. 즉 노 대통령 측 불법대선자금 액수가 10분의 1을 넘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었던 셈이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임에도 송 전 총장의 발언에 귀를 솔깃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무언가 미진하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채권, "수사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여"

실제로 검찰은 2004년 5월 대선자금 수사를 종결하며 행방이 묘연한 '삼성채권 500억 원'에 대해 '내사 중지' 처분을 내렸었다. 대선자금 수사 당시 검찰은 삼성그룹이 2000~2002년 837억 원의 채권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 중 320여억 원의 채권이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채권 매입을 담당했던 직원들이 해외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는 상태였고, 나머지 채권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아 "더 이상 채권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었다. 이를 두고 당시 야당에서는 "삼성그룹에서 한나라당에 준 돈이 300억 원인데, 노 대통령 캠프에는 30억 원(현금15억 원+채권 15억 원)밖에 안 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었다.

이후 공소시효가 완료된 2005년에서야 삼성그룹의 채권 관련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입국했고, 중수부는 같은해 12월 837억 원의 삼성채권의 행방을 발표했다.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자금이 361억여 원이고 32억6000만 원은 삼성그룹 퇴직 임직원 격려금으로 지급했으며, 나머지 443억3000만 원은 사용하지 않고 고스란히 갖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삼성채권 수사에서 새로 밝혀진 사실은 이광재 의원이 6억 원의 채권을 받았다는 것과 한나라당에 이미 밝혀진 300억 원 외에도 24억7000만 원어치의 채권이 더 제공됐다는 것 뿐이었다. 다만 이들 관련자들은 모두 '공소시효 완료' 등의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삼성 측이 '쓰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었다'던 443억여 원어치의 채권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시 검찰은 "삼성 측이 보관하고 있던 채권 원본 그대로를 확인시켜줬다"며 채권 사용처 수사를 종결했지만, 대선자금 수사 당시 검찰이 찾아 헤매던 채권을 삼성그룹이 그대로 갖고 있었으면서 굳이 공소시효가 완료된 뒤에야 공개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검찰 주변과 정치권에는 "채권이 은밀히 정치권에 제공됐으나 사용되지 않고 금고 안에 있다가 수사가 진행되자 다시 은밀히 삼성그룹 측으로 채권이 돌아와 나중에야 공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선자금 수사 당시 한나라당 측에서 수수한 삼성채권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다시 삼성에 돌아왔음을 감안할 때 전혀 근거 없는 의혹제기라고 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궁금증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당시 '미완의 수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검-청 갈등,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여"

송 전 총장이 "(노 대통령) 측근들에게서 '검찰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 손을 봐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언급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중수부 폐지론은 대선자금 수사 때문이 아니라 인수위 때부터 논란이 됐던 것으로 대선자금 수사 이후에는 오히려 중수부 존치로 결론이 내려졌다"며 "측근이 압력을 행사했다면 그 측근이 도대체 누구냐"고 반발했다.

송 전 총장도 "대검 중수부 폐지론은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라고 해명했고, 측근 압력설에 대해서도 "내가 직접적으로 들은 말은 아무것도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며 검-청 갈등이 심화됐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함께 '검사와의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핏대를 세웠고, 인수위 시절부터 추진된 '중수부 폐지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사법개혁', '김종빈 전 검찰총장 사퇴', 'JU수사 청와대 비서관 연루설' 등으로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켜왔다.

여러 번의 갈등 표출과 검찰 수뇌부 교체로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청와대 측에서는 나름대로 "검찰 개혁을 위해 노력했으나 검찰의 기득권 지키기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며 불만이고, 검찰은 "청와대가 검찰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송 전 총장은 "내가 직접 들은 말은 없다"고 했지만, 이 말을 뒤집어보면 "나는 직접 듣지 못했지만, 주변에는 직접 들은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송 전 총장의 발언은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현재진행형'의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송 전 총장의 발언 파문은 검찰을 둘러싼 갈등의 요소 등이 잠재해 있음을 감안할 때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쟁점 요소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시 논란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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