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불법대선자금 수사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검찰에 압력을 가했다는 취지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20일 발언과 관련해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청와대의 입장 표명과 사실규명을 촉구했고,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꺼낸 송 전 총장이 이같은 발언을 하게 된 배경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한나라 "금년 대선도 걱정"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송 전 총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경천동지할 일"이라면서 "청와대는 틈만 나면 참여정부에 와서 부정부패가 없어졌다고 큰 소리를 쳤었는데, 부정부패가 아니라 사정의지가 실종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검찰에 대해 손을 본다고 한 것은 무소불위의 초법적 권력기관인 것처럼 위세를 부린 것으로 제왕적 발상"이라면서 "대통령의 치부를 덮기 위해 국가기관 폐지론까지 거론한 것은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아니라 '위인폐관(爲人廢官)'을 하겠다는, 국기를 뒤흔든 중대한 사건으로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유대변인은 "청와대는 송 전 총장의 발언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반드시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만일 사실일 경우 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송 전 총장이 어떤 계기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직 검찰총장이 없었던 일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과 측근들은 검찰을 자신들 뜻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특별한 계기가 없었는데 과연 그런 생각이 바뀌었겠느냐"라며 "이번 사건은 대선을 앞둔 금년에도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노 "그냥 못 넘겨"
민주노동당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공격했다. 김형탁 대변인은 이날 노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10분의 1 발언, 노 대통령 측근들이 "검찰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 손을 봐야한다"고 했다는 송 전 총장의 발언 등을 지적하며 "이는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송 전 총장이 왜 이제야 이런 내용을 밝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밝힌 이상 각 후보의 대선자금이 얼마였는지, 압박을 넣은 청와대 측근이 누구였는지 분명히 밝히고 진실 규명을 위해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참여정부 고위공직자는 나가면 '한나라당' 되나"
반면 노무현 정부의 '정신적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임기를 마친 뒤 '딴 소리'를 하는데 대한 반감을 내비쳤다.
열린우리당에서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서혜석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실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참여정부의 고위공직을 맡았던 분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촌평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공정치 못한 압력을 가했다면 분명한 잘못이지만 일단 사실 관계를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일이 있었다면 검찰총장으로서 재직 중 문제를 제기하고 대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은 "그래서 노 대통령 측근의 압력으로 수사가 영향을 받았다든가, 왜곡됐다는 이야기인지 궁금하다"며 "검찰총장의 역할이 위로부터의 압력에서 담당 검사를 보호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송 전 총장은 재직 당시 국민적 지지도 높았는데 이렇게 사후에 폭로성으로 발언하기보다 당시에 대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선병렬 의원은 "당시 열린우리당에는 검찰 수사에 대해 '오히려 역차별이다'라는 불만이 있지 않았느냐"며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 불만을 표현한 정도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선 의원은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이렇게 폭로하는 것은 천박하다"며 "참여정부 고위 공직자들은 퇴직 후 '한나라당'이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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