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투자와 파급효과가 50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TV(DTV)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확정하고 전환일정을 서두르자 현업방송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삭발식까지 거행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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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부터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와 방송노조연합, 방송기술인연합회 등은 21일 오전 김수태 방송기술인연합회장 등이 삭발식을 거행하고 정통부가 자신들의 판단착오를 감추고 특정 재벌의 이익을 돕기 위해 미국식 전송방식을 고집할 경우 파업을 포함한 강경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방송·시민단체들, 방송위원회의 결단촉구**
이들은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이제까지 명확한 입장을 회피해온 방송위원회가 시청자의 권익과 방송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신학림 언론노조위원장은 “현재 정통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방식은 미국에서도 폐기가 확정적이며 국내에서도 정통부와 LG 등 특정 재벌을 빼고는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전환일정의 전면 중단은 현시점에서 더 나은 전송방식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셋톱박스(디지털수신장치) 등을 제조하는 관련기업 관계자들에 증언에 따르면 전송방식의 변화에 따른 추가 비용이 총액으로 따져도 수천만원선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통부가 셋톱박스를 TV에 내장을 하도록 업체들에 압력까지 넣고 있는 것은 전환을 강행한 후 ‘시청자들이 사용하는 기기가 대부분 미국식이라 바꾸기 힘들다’는 논리를 펴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삼 언론노조 KBS 본부위원장은 “정통부는 시간을 끌면 미국식으로 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여기고 방송인들과의 대화마저 거부하고 있지만 강력한 실력행사로 이를 저지할 것”이라며 “정통부가 끝내 미국식을 고집할 경우 방송3사의 총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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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정연주 사장 "모든 문제를 백지상태에서 다시 점검"**
문화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총장은 “스크린쿼터나 외국과의 문화연대 문제로 외국을 나갈 때마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자국의 전투기도 마음대로 못사는 열등한 나라’로 싸늘한 시선을 받는 것이 우리 문화인들의 현실”이라며 “이제 텔레비전까지 미국이 버린 방식을 받아쓰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최민희 민언련 총장은 “정통부는 ‘일부 방송인들이 순진한 시민단체를 꾀어서 쓸 데 없이 반대를 조장한다’고 변명해 왔는데 그럼 지난 6월 미국에서도 미국식 디지털 전송방식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포기한 것은 누가 누구를 꾀어서 벌인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런 방송인과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반대가 잇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디지털TV 전송방식의 정책변경은 전혀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던 KBS가 정연주 사장이 얼마 전 직접 사내의 디지털TV 관계자들을 만나서 “모든 문제를 ‘백지상태’에서 다시 점검하라”고 지시를 내리고 유럽과 미국방식에 대한 공정한 테스트를 KBS가 직접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전파실험’에 대한 허가권을 지닌 정통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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