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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자본의 천국' 실감나게 느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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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자본의 천국' 실감나게 느낄 것"

[한미FTA 뜯어보기 363 : 인터뷰]김세균 "지금도 OECD국가 중 개방도 가장 높아"

"한미 FTA가 체결된다고 해서 한국 사회가 당장 변하진 않을 거다. 최소한 5년 이상, 10년 뒤에 엄청난 변화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거다. 미국 자본과 융합된 초근대적 대기업이 생겨나겠지만 그 외의 부분은 계속 몰락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명료하게 두 개의 사회로 깨져버리고 공동체 자체가 파괴돼 버릴 것이다."

'한미FTA 저지 교수학술공동대책위원회'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서울대 김세균 교수(정치학)는 29일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단식농성장에서 <프레시안>과 만나 한미 FTA가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을 이렇게 예측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는 한미 FTA가 될 것"이라며 "남북관계 문제는 한나라당 등이 재빨리 변신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 최대 이슈는 FTA와 3불정책에 대한 태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 31개 학술단체로 구성된 교수학술공대위는 이날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의 노동자 민중에게 재앙을 안겨줄 한미 FTA를 끝까지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나친 개방이 문제였는데 '개방 안하면 어떡하냐'고?"
▲ ⓒ프레시안

"개방 안하면 어떻게 사냐는 비판은 전형적인 선동이다. 그건 답변할 가치도 없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조건에서 개방은 일정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적절한 수준의 개방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OECD 국가중 개방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의 하나다. 지나친 개방, 과잉개방,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문제인 국가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탈미'가 필요하다. 적절한 개방 수위는 무엇인가? 첫째, 민중의 생존권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은 개방되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는 국민 대중의 보편적 이해가 있는 공적 부분이 확대돼야 하는데, 그 확대를 가로막는 형태의 개방은 막아야 한다."

따라서 김 교수는 현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은 FTA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럽의 경우를 보면 FTA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회 통합에 대한 노력이 같이 간다. 자본 시장을 개방하면서도 '자본의 천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럽 전체 민중의 통합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자본 개방,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이룬다고 해도 항상 그것이 사회적 약자에게 가져오는 피해를 막기 위한 사회적 계획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익의 관점, 국익의 관점에서 FTA를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보다 경제력이 약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FTA를 맺으면 우리가 이익을 보는데 그곳 민중들은 또 생존권을 위한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통합을 추진한다고 해도 양국에 살고 있는 다수 대중들의 생존권과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형태의 새로운 경제 정책을 장기적으로 고민해나가야 한다."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으로 이어져야 할 것"

김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한미 FTA가 가져다줄 '국익'이란 극소수 재벌의 이익에 그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벌의 이익은 대다수 국민들의 희생에서 창출되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한국에서도 수혜층이 있고 피해층이 있을 것이다. 대자본의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이익이다. 해외시장 개척, 미국 자본과의 결합, 국내시장 개방 등으로 노동 유연화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저렴한 농산물이 들어오면 임금 효과가 높아지게 돼 임금도 동결되거나 떨어진다. 정부 관료나 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바로 한국의 국익일 거다. 그 나라의 노동자, 민중을 대변하는 이익은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익'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교수는 한미 FTA를 반대해 온 시민사회 내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신자유주의 반대'로 설정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FTA 반대 투쟁에는 두 가지 흐름이 결합돼 있었다. 하나는 민족주의적 입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 대안적 세계화의 흐름이었다. 포스트(Post)-FTA를 생각한다면, 한미 FTA 반대 투쟁에 결집된 운동의 역량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연대 투쟁으로 이어져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 체제를 교란시키고, 새로운 대안적 세계를 형성하는 흐름으로 발전돼야 하지 않을까."
"학자적 양식으로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주자"

한편 교수학술공대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미 FTA 협상의 개시가 선언된 지 1년, 정부가 맹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협상의 진실은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우리 사회에 가공할 충격을 줄 FTA를 체결하기 위해 한국의 협상단은 국민에게 신뢰를 줄만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임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그동안 진행된 협상 과정은 내놓은 만한 실익도 거의 없이 일방적으로 퍼주기 방식이었음 또한 명확해졌다"며 "이는 철저하게 계산해 협상에 임하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전적으로 거짓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공대위는 "그간 우리 사회의 사회적 양극화는 극도로 심화되고, 공공성은 크게 파괴됐으며, 빈곤층이 확대됨으로써 우리의 삶의 기반인 '사회' 자체가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며 "노무현 정부는 오늘 우리의 '사회'가 붕괴 직전에 이르게 된 것이 'IMF의 공격' 때문임을 모르고, 한미 FTA는 그 때 공격의 10배나 강력한 충격을 가져올 것을 모른단 말인가"라고 물었다.

공대위는 "이 땅의 지식인들에게 호소한다"면서 "학자적 양식으로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주자, 노동자 민중과 연대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질곡이 될 한미 FTA를 저지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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