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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에서 배워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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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에서 배워야 할 것들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거 참 이상도 한 일이다. 북한이라면, 북한문제라면 핏대를 세우며 반대만 하던 사람들이 미국이 앞에 나서자 일제히 한반도의 해빙무드를 지지하고 나선다.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남북간 정상회담도 지지한다고들 한다. 정치란 그래서 재미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졸렬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 분명한 것은 정치라고 하는 것, 특히 우리의 정치는 모든 사회활동에 있어 최하위급에 속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영화보다는 한수 아래여도 한참 아래다. 국내에 막 개봉된 독일영화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타인의 삶>을 보는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느낄 것이다. 약 25년전, 동서독이 통합되기 전인 동독의 을씨년한 풍경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지금 당장 대통령이 된 것처럼 '나대는' 이땅의 몇몇 정치인들에게 준엄한 충고를 내린다. 당신들,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고. 충고란 바로 과거 역사에 대한 청산작업, 그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타인의 삶 ⓒ프레시안무비

<타인의 삶>에서 보여지는 동독의 국가안보부 슈타지처럼 우리 역시 가공할 독재의 치하에서 살았던 경험을 갖고 있다. 국가를 지키고 체제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도청과 감시가 횡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유없이 감금당하고 고문을 당했다. 독일은, 독일의 영화는 25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 과거에 대해 통렬한 자기 반성을 가하고 있다. 바로 그 같은 반성 속에서 지금의 독일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 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게 과연 폰 도너스마르크 같은 몇몇 지각있는 영화인의 생각만으로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건 정치인들이 앞서서 과거 청산작업을 실천하고 있기때문이며 사회적 공기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회와 정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타인의 삶>은 등장인물들의 비극적인 운명도 운명이지만 궁극적으로 담고있는 정치적 메시지가 더욱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치는 영화다. 그건 지독하고 끔찍했던 동독 사람들의 삶을 새삼스럽게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 아니다. 결국 그 아픈 상처를 딛고 일어선 독일 사람들의 지혜를 우리는 아직 얻거나 구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의 세월을 허송세월한 우리의 어리석은 자화상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숙연한 마음을 지니지 않은 채 마치 자신들이 지금까지 내내 국가와 민족, 민중을 위해 헌신한 척, 착각하며 떠들어 대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 한편이 극도로 우울해지는 것 또한 어쩔 수가 없다. 우리는 2,30년전의 어두운 역사의 망령에서 완전히 벗어났는가. 온전히 자유로워졌는가. 오히려 단단한 자물쇠로 잠긴 방에서 계속 유폐돼 살아 왔던 것은 아닌가. 치욕스러운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했던 사람들이 별다른 반성도 없이 오히려 당당하게 새로운 국가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현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북한이라면 한판 대결을 벌여서라도 찍어 누르기를 해야 한다며 전쟁 분위기를 앞세웠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외세의 분위기에 편승해 평화 운운하는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타인의 삶 ⓒ프레시안무비

슈피겔지와 가진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20세기의 세계는 이데올로기로 갈라져있었다. 나는 독일이야말로 냉전의 역사에 대해 증언해야 할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한국은 갈라져 있었다. 정치인들이야말로 어두운 역사에 대해 증언해야 할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이 제발 <타인의 삶>을 관람하기를 바라는 건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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