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판론, 대선주자 원탁회의 등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등 구(舊)여권의 주자들이 의기투합 여부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자신의 '대선후보 원탁회의' 제안을 천 의원이 적극 수용한 점을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김근태 전 의장은 18일 한미 FTA 협상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내비치면서도 대선주자 공동 대응 제안에는 즉답을 피했다.
김근태, 대선후보 원탁회의 제안에 미적지근
김근태 전 의장은 이날 제주도 한반도포럼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미국이 정한 시한에 맞춰 3월 말에 타결한다면 갈등과 분열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협상 체결과 비준 동의는 다음 정부로 반드시 넘어가야만 국론 분열을 막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다시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지 않게 된 대통령과 외통부, 재경부 고위 관료들에 의해 한미 FTA가 업적주의로 줄달음, 폭주하고 있다"면서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심판 받을 길이 없어진 노무현 대통령은 '친미 좀 하면 어때'로 기조가 바뀐 것 같다"고 직격했다. 김 의장은 또한 "외교부와 재경부 관료들은 신자유주의의 포로가 된 사람들"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은 그러나 청와대를 향해 예각을 세운 것과는 달리 천정배 의원이 제안한 잠재적 대선주자들의 연석회의 및 한미 FTA 공동대응 방안에 대해선 "천 의원이 어떤 취지에서 그런 제안을 했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천 의원의 제안이 사실상 김근태, 정동영 등 대선주자들의 탈당을 촉구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전 의장은 한편 천 의원이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통합신당 참여 시 수용의 뜻을 밝힌 데 대해서도 "손 전 지사의 거취는 손 전 지사가 판단해서 결단할 문제"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다만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개혁노선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합리적 보수진영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한나라당 내부에서 경청 받지 못하는 것은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한국 정치에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정동영-천정배 관계복원?
반면 정동영 전 의장 측은 천정배 의원이 제안한 '대선주자 원탁회의' 제안에 "조속한 시일 안에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 장관의 한 측근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을 천 의원이 화답한 것으로 본다"면서 "대선주자 원탁회의가 구성되면 통합신당 구성을 비롯해 한미 FTA 등의 문제가 포괄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장과 온도차가 느껴지는 정 전 의장 측의 이같은 적극적 반응은 탈당 문제에 대한 두 사람의 접근법과 떼어 보기 힘들다.
정 전 의장 측은 "아직은 탈당 문제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면서도 "통합신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신당 추진 작업에 비판적 시각을 내비쳐 온 정 전 의장의 탈당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3월 말, 4월 초까지 열린우리당의 신당 추진 작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정 전 의장이 전북 및 충청지역 의원들과 함께 동반 탈당할 것이라는 설도 제기됐다.
게다가 오는 25일 정 전 의장은 자신의 지지그룹인 '평화경제포럼'의 서울 출범식일 기점으로 대권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그의 정치적 결단도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구여권 안에서 세력과 세력 간의 통합논의와는 별개로 대선주자들 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신당추진에 속도를 붙이자는 소위 '투 트랙 제안'이 정동영-천정배 두 사람 사이의 관계 복원을 계기로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