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정동영-김근태-정운찬, FTA 공동대응하자"

한미FTA가 '재통합 기준'될까…"손학규도 신당 동참 가능"

천정배 의원이 18일 한미 FTA 협상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 김근태, 정동영 등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에게 "한자리에 모여 공동 대처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구(舊)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연석회의를 만들어 신당창당 등을 논의하는 '민생평화개혁세력 정치지도자 연석회의' 구성도 제안했다.
  
  한미 FTA에 대한 비판론을 고리로 대선주자들 간의 연대체를 구성함으로써 지지부진한 통합신당 논의에 탄력을 붙이자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미 FTA에 대한 접근법이 구여권 제 세력의 정치적 분화와 재결합의 준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미FTA 기준으로 헤쳐모여?
  
  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구여권에서 김근태, 정동영 두 전직 의장이 (한미 FTA에) 반대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분들과 함께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 한 자리에 모여 이 문제를 협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태에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특별한 국익은 생겨나지 않고 민생만 멍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현재 상태로의 한미 FTA라면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 FTA를 고리로 범여권 주자들 사이의 자연스런 분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구여권에서 거론되는 대선주자들 가운데에는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이해찬 전 총리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협상 중단론'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
  
  천 의원은 "현 상황대로라면 한미 FTA를 중단하고 차기정권으로 연기하고 대선기간 중에 대토론을 전개해야 한다"며 "이것이 대선주자 공약의 형태로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정운찬 전 총장도 상당히 우려하는 입장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치참여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함께 하자고는 못하지만 앞으로 이 문제에서 정 전 총장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잠재적 대선후보 모여서 신당 논의해야
  
  천 의원은 이어 "이른바 잠재적 대선후보가 모두 모이는 연석회의를 만들어 신당 창당을 논의하고 대선의 단일후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정동영 전 의장이 최근 당 해체를 촉구하며 '대선후보 원탁회의'를 제안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천 의원은 "정 전 의장이 원탁회의를 제안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좋은 방안이라고 봤다"고 호응했다.
  
  천 의원은 "모든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현 위기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강한 책임의식을 갖고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책임 있게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석회의를 통해 신당 창당의 경로, 비전과 정책, 대선후보 선출 방안 등이 효율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6월 항쟁 20주년이 되는 오는 6월10일까지는 모든 민주개혁세력의 대연대, 대통합신당이 창당돼야 한다"면서 "정운찬 전 총장, 문국현 사장 같은 사람들도 한시바삐 참여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시간이 많지 않다"고 촉구했다.
  
  그는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는 인식을 공유한다면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 책임 있게 빨리 결단해서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 의원은 또한 "열린우리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하루속히 해체하는 것이 통합을 가속화시키는 길"이라며 "뜻이 있는 정치인들이 당을 나오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연말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에게 내가 탈당할 것을 제안했을 때 그 분들이 동의해서 나와 함께 세 사람이 동시에 탈당해 신당을 추진을 했더라면 지금쯤 새 판을 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당 오픈프라이머리에 손학규 참여도 가능"
  
  천 의원은 한편 한나라당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의 거취와 관련해 "손 전 지사가 탈당하면 한나라당은 위장을 걷어내고 명실상부하게 제3, 제5공화국 후예만 남는 선명야당이 될 것이고 그러면 국민들의 선택이 간명하고 쉬워질 것"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특히 "그 분이 탈당해서 대통합신당에 참여한다면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그 분의 선택에 따라 가능하다"고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도지사, 장관을 한 지도자급의 사람이 대통합신당에 참여해 신당을 대표하는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천 의원은 그러나 손 전 지사가 한미 FTA 찬성론자라는 점에 대해선 직접적인 평가를 피했다.
  
  이밖에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씨의 4.25재보선 출마와 관련해 그는 "민생평화개혁 세력의 대통합에 도움이 되고 정치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