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음에 따라 이전부터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쳐온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의 '정치적 선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근태 전 의장은 당 의장직을 맡고 있던 지난 12월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협상 타결을 다음으로 넘기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한미 FTA에 대한 비교적 뚜렷한 시각을 밝힌 바 있다.
천정배 의원 역시 지난 12월 △광우병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쇠고기 수입 △국내 약가 결정 시 다국적 제약회사의 참여 △쌀과 여타 민감 품목의 농산물 양허대상 포함 △투자자-국가 소송제 등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이들에 있어 양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은 여러모로 김 전 의장과 천 의원이 제시한 기준에 미달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이들이 한미 FTA 반대론까지 치고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근태, '움직일 때가 왔나'
의장 직에서 물러난 뒤 칩거 중인 김근태 전 의장은 드러나는 행동은 없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의 한 측근은 "한미 FTA에 대해 정리된 입장을 내놓기 위해 시기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한미 FTA에 대해서는 당 의장 시절에도 비판적인 의견을 가져온 만큼 협상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전 의장과 가까운 민평련 소속 의원들 상당수는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민평련 소속 이인영, 우원식, 유승희, 정봉주 의원 등은 지난 8일 '한미FTA 졸속협상 중단 촉구 비상시국회의'에 참가해 공동결의문에 서명했다.
우원식 의원은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는 물론 협상의 여러 부문에서 불합리한 지점들이 많아 한미 FTA에 제동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며 "특별히 조직한 것은 아니나 서명한 면면들을 보니 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모두 한미 FTA의 협상결과를 본격적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확인한 셈"이라며 "조만간 입장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김 전 의장은 내주 께 한미 FTA, 한반도 문제, 개헌 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에 나설 예정이다.
천정배 "마지노선에 못 미치면…"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은 보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민생정치모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직접 '한미FTA저지 시청각 미디어 분야 공대위'의 한미FTA 반대 농성장을 찾아 "문화적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하겠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천 의원의 측근은 "이미 한미 FTA를 수용할 수 없는 5가지 마지노선을 제시한 상태 아니냐"며 "협상결과가 그에 못 미치면 강한 메시지와 행동을 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수위는 조절해야겠지만 민생정치모임 내에서도 어느 정도 입장이 정리되어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민생정치모임 소속 최재천 의원은 "협상이 끝나면 일단 협정문 전문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게 일차적인 수순 아니겠냐"며 "민생정치모임 차원에서도 협상이 끝나면 분명한 입장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생정치모임 소속 한 의원은 "상당수 의원들이 한미 FTA에 대한 폭넓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사실상 반대 입장에 가까우나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 반대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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