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어제의 동독'이 '오늘의 우리'에게 말을 걸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어제의 동독'이 '오늘의 우리'에게 말을 걸다

[프레시안 무비] <타인의 삶> 등 동독관련 영화 붐

최근 들어 독일 영화계에는 동독체제의 실상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영화들이 때아닌 홍수를 이루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는 올해로 18년째. 2003년 영화 <굿바이 레닌>과 함께 이른바 '오스탈쟈'로 불렸던, 곧 동독 혹은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향수 열기가 휩쓸었던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따라서 이같은 현상이 왜 일고 있는지 유럽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독일의 이같은 사회현상은 통일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우리사회, 더 나아가 남북한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영화 <타인의 삶>의 국내 개봉을 계기로 독일 영화계에서 벌어지는 구 동독 체제에 대한 비판 열기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독일에서는 현재 <붉은 앵무새>란 영화가 <타인의 삶>에 뒤이어 '동독 다시보기'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달 독일 전역에서 개봉됐다. 영화는 장벽이 세워지기 직전인 1961년 드레스덴을 무대로 '붉은 앵무새'란 이름의 록카페를 드나들며 새로운 문화를 꿈꾸었던 독일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이들은 끝내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의 철저한 감시하에서 '인민의 적'으로 분류돼 좌절하게 된다.
영화 <타인의 삶>은 어떤 영화?
타인의 삶 ⓒ프레시안무비
동독의 국가안보부 슈타지의 심문관으로 대학교수이기도 한 비즐러, 암호명 'HGW XX/7'는 당국으로부터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 유명 시인이자 극작가인 게오르그 드라이만의 반국가적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도청하라는 것. 드라이만은 자신을 옥죄어 오는 감시의 눈길을 의식, 불의에 대해서도 눈을 감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살아간다. 게다가 그는 동독 최고의 여배우인 크리스티와 사랑에 빠져 있는 상태. 하지만 드라이만은 자신이 존경해 마지 않았던 스승이자 반체제 작가인 알버트 예르츠카가 자살을 하고 크리스티가 자신의 예술적 성공의 길을 위해 정기적으로 문화부 장관에게 '몸을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작가로서의 비판의 칼날을 세운다. 요원 비즐러 역시 드라이만의 주변을 감시하면서 점점 더 이들, 특히 크리스티에게 빠져들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슈타지에 의해 체포된 크리스티는 공포속에 연인 드라이만의 반체제 활동을 밀고하게 되고 비즐러는 두 연인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카타리나 불린 –나는 내가 최고인 줄 알았다>도 얼마 전까지 독일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다큐멘터리다. 불린은 1980년 올림픽에 여자국가대표배구팀 선수로 참가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동독 최고의 스포츠 스타. 하지만 영화는 27년이 지난 지금 온갖 질병과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불린의 일상생활을 잔인할 정도로 세밀하게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냉전 기간동안 미국, 소련과 함께 스포츠 최강국이었던 동독은 운동선수들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이유로 호르몬제를 투여했으며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불린을 비롯한 수많은 선수들이 지금까지도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 다큐의 주된 내용이다. 마르쿠스 벨슈 감독은 최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다루기 힘든 이슈였다"면서 "구동독주민들이 그나마 자랑스러워하는 거의 유일한 것이 스포츠와 관련된 업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독출신 감독으로서 그들에게 "(사실은 그게) 자랑스런 업적이 아니라 끔찍한 행위의 결과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동시에 그 진실을 이제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게 너무나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라스트 투 노우(Last to Know)>도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동독의 한 가족이 슈타지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추적하고 있다. 특히 슈타지가 가족 구성원들을 정보원으로 이용해 공작을 펼치고, 이 과정에서 가족 한사람 한사람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지옥같은 상황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공산체제 하의 가족 구성원 간 배신행위는 동독 가정에서 아직까지도 철저한 타부시 되고 있으며 <라스트 투 노우>는 이런 금기를 과감하게 깨뜨렸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제야 비로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돼
굿바이 레닌 ⓒ프레시안무비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지 18년이 지난 이제 와서야 ,이처럼 동독체제 하의 고통을 직시하는 영화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베를린자유대학 정치학과의 슈테판 볼링거 교수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예견됐던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동독인들이 ▲통일 직후에는 과거와 관련된 모든 것을 거부(옹호)하는데 급급했다면 ▲90년대 중반의 경제난 때는 자본주의사회의 2등 시민로서 (영화 <굿바이 레닌>에서 나타나는 정서처럼) 과거 체제에 대한 일종의 향수를 느끼게 됐다가 ▲이제야 비로소 동독체제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동독 다시보기' 움직임이 지난날 독일사회가 '나치역사'를 재평가한 과정과 공통된다고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엔 독일 국민 모두가 마치 나치역사가 없었던 것처럼 '집단적 망각'에 빠졌다가, 그 다음에는 '막강했던 나치독일'에 대한 향수 증세를 나타냈고, 비로소 종전 후 20여 년이 지난 60년대에 와서야 히틀러와 나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었다는 것이다. 볼링거 교수는 "동독체제에 대한 논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앞으로 관련주제의 영화 및 문학작품, 연구성과 등이 다양하게 나오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