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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지주회사 전환 또 무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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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지주회사 전환 또 무산, 왜?

"나눠먹고, 담합하고…민방 주주들 탈·편법, 도 넘었다"

SBS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가 SBS 주요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귀뚜라미그룹(소유지분 15.01%), 일진그룹(4.99%), 대한제분(5.56%), 한주흥산(3.70%) 등 창립주주 28명은 28일 오전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12월 SBS 이사회가 제안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회사분할 안'에 반대했다.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를 설립하려는 SBS의 계획은 주요주주들의 반대로 지난해에 이어 다시 실패한 셈이다.

지난 2004년 방송위원회가 실시한 방송사업자 재허가 추천심사에서 SBS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지배구조, 이익의 사회 미환원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었다. 이번 주총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실패함에 따라 올 7-8월께 있을 예정인 방송사업자 재허가 추천심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지적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 측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주주총회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영방송노조협의회는 SBS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영방송 주요 주주들의 부당한 행태를 고발한다"며 "방송위원회는 이들의 탈·불법적 행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교차소유 금지 등 방송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이어 또다시 실패

SBS는 2004년 방송사업자 재허가 추천심사에서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뒤 노동조합과 14대 개혁과제 이행에 합의하고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벌여 왔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귀뚜라미, 일진 등 SBS의 주요주주들은 "회사 분할은 주식가치를 하락시키고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감소시킨다"며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SBS주식 1006만2191주(38.59%)를 공동보유하고 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이들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주총에서 담합에 나섰고 결국 회사분할 안건은 찬성 59.84%, 반대 40.14%를 얻어 결렬됐다.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SBS 주총을 앞둔 이사회에서 주요주주 가운데 상당수가 반대해 회사분할 문제는 주총 안건에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소액주주의 권리 행사? 한마디로 코미디"

이들 주주들의 행태에 대해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BS 노동조합은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지주회사체제가 중장기적으로 주식가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을 뿐 아니라, 투자목적으로 SBS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13개 기관투자가들이 모두 지주회사 전환에 찬성하고 있다"며 "주요 주주들의 진짜 목적은 SBS의 경영을 장악해 SBS의 자회사들을 나누어 가지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역시 지난 22일 성명서를 통해 "소액주주의 탈을 쓴 이들은 자신들의 사익 추구를 가리기 위해 '경영 참여'와 '최대주주 견제'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며 "그러나 5%, 15% 지분을 가진 자들이 스스로를 '소액주주'라 부르는 것 자체가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언론노조는 "SBS의 주요 주주들의 작태는 방송을 사적 소유물로 바라보는 천박한 사고방식"이라면서 "이른바 '일수회'로 불리는 이들은 해마다 20%가 넘는 고액배당을 요구하는 등 지난 16년간 방송의 공익성은 뒷전이고 오로지 사익을 위한 부당한 압력과 청탁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이들의 행태는 방송사의 소유·경영 분리라는 시대적 요구와 구성원들의 노력을 짓밟고 방송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방송사의 소유·경영분리라는 시대적 요구 짓밟는 행위"

특히 언론노조와 민방노조협의회는 28일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하고 있는 상당수의 SBS 주요주주들이 다른 지역민방의 최대주주"라며 "SBS 주주들이 의결 담합해 실질적인 지분의 소유 상한선인 30%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도 이런 교차소유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구방송의 최대주주인 귀뚜라미 그룹이 전주방송 주식의 15.9%를 소유하고 전주방송의 최대주주인 일진전기가 대구방송 주식의 8.78%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 <기업의 민영방송 주식 교차소유 실태>

이들은 "그간 민영방송의 대주주들은 주총에서 서로 의결권을 위임해 주는 담합을 지속해 왔다"며 "민영방송의 소유구조와 주주들의 탈법, 편법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 간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엄정한 조사와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민영방송 교차소유·의결권 제한하는 법적 보완 절실"

언론노조는 또 "언론으로서의 방송, 문화로서의 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가지지 못한 소수의 천박한 자본들이 민영방송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 민방 주요주주 간의 교차소유와 의결권 등을 제한하는 법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지역 민방의 주요주주들은 방송법 시행령 재개정을 추진하면서 '민영방송의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소액주주 참여 활성화 방안'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약속의 법률적 구속력 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방송위는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손봉숙 의원은 지난 1월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방송의 최대주주인 귀뚜라미가 방송법이 정하고 있는 30%를 초과하게 된 11.74%의 지분을 다른 회사의 이름을 빌려 3년 이상 불법과 편법으로 위탁관리를 해 왔다"면서 이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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