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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유흥업소 에이즈 강제검진 폐지"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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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유흥업소 에이즈 강제검진 폐지" 권고

"엄격한 혈액관리 등 후속조치 없으면 국민 건강 침해" 우려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에이즈강제검진은 인권침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6일 권고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권고안이 국민건강권을 무시한 것이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어서 논란이 일 조짐이다.

AIDS 바이러스, 남성이 주로 감염되는데 왜 여성을 검진?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입법 추진 중인 '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법 일부개정 법률안' 등이 인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에이즈강제검진 조항을 삭제하고 HIV(AIDS발병 바이러스)감염인의 익명성을 보장하라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에게 권고했다.

HIV감염인의 90%가 남성인데,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여성이 주로 강제검진 대상이 된다는 점이 이번 권고안의 주요 근거다. 실제 감염원과 검진대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고려와 함께 인권위는 이번 개정안이 여성차별적인 요소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날 전원위원회에서 일부 인권위원들은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해 검진을 계속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그러나 대다수는 강제검진이 신체의 자유권 등을 침해하고,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 질병의 매개자라는 낙인을 찍는 셈이어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HIV 감염여부, 직장 상사와 가족에게 통보 말아야

이밖에도 인권위는 의사가 감염인을 확인했을 때 보건소장에게 익명으로 보고하도록 명문화할 것을 권고했다. 감염이 의심되는 인물에게 익명검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조항을 신설한 이번 개정안의 취지를 살리자는 것이다.

그리고 인권위는 HIV 감염인의 주소이전시 신고의무를 폐지하고, 감염사실이 확인됐을 때 배우자에게는 통보하고 그밖의 동거인과 가족에게는 알리지 말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 건강진단에서 HIV감염이 확인됐더라도 사업주에게 일괄통보하는 대신, 노동자 개인에게 알리도록 권고했다.

이와 함께 직장에서 HIV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일이 없도록 감염인에 대한 구체적인 차별사례를 이번 개정안에 명시할 것, 그리고 의료종사자에게 감염인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도 이날 권고안에 포함됐다.

또 이날 권고안에는 HIV감염인의 배우자ㆍ동거가족에 대한 역학조사 강제규정, 그리고 감염인이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하거나 혈액ㆍ체액을 통해 에이즈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처벌 조항을 삭제하라는 주문도 담겼다.

이어 인권위는 타인에게 HIV를 감염시킬 우려가 높은 사람이 보건당국의 치료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공무원이 치료 및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을 삭제하도록 권고했다. 치료 및 보호 조치의 내용이 분명하지 않아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HIV / AIDS에 대한 편견이 감염 확산 낳는다

인권위가 이처럼 HIV감염인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것은 HIV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상당부분 편견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는 악수, 포옹 등의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는다. 또 HIV에 감염돼도 별 증상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최근 의학의 발전에 따라 HIV 수치를 현격히 떨어뜨리는 치료법도 나왔다. 다른 질병에 비해 전염율이나 위험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미 HIV에 감염된 인구가 너무 많아서 기존의 통제중심 대책이 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도 이번 권고안의 배경이 됐다. 인권위는 이날 "질병관리본부에 집계된 HIV감염인은 3750명에 불과하지만, 실제 감염인은 훨씬 많아 에이즈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통제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감염인에 대한 지원ㆍ예방ㆍ교육정책을 통해 자발적인 치료 의지를 극대화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HIV에 대한 편견이 감염인들이 자발적으로 치료에 응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한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인권위가 HIV감염인 2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65%는 "누군가의 고의 또는 부주의로 감염 사실이 누설된 적이 있다"고 답했고, 51.3%는 "의료시설 이용시 진료거부나 감염사실 누설이 두려워 감염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HIV에 대한 편견이 감염 사실을 숨기게 만들고, 다시 HIV 확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셈이다.

혈액 관리 제대로 안 되면 또 다른 피해자 생길 수도

그러나 이날 권고안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HIV감염인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될 경우, 추적관리가 어려워져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헌혈 문제다. 헌혈 직전 검사를 통해 HIV감염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 있으나, 실수가 발생할 경우 HIV가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헌혈 및 혈액 관리 체계에 대한 엄격한 점검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의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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