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나침반' 든 정세균, 앞길은 '시계 제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나침반' 든 정세균, 앞길은 '시계 제로'

[열린우리당의 진로]난파냐 회생이냐…시간은 1~2개월

정세균 신임 의장이 난파 위기에 몰린 열린우리당호(號)의 방향타를 잡았다. 정 의장은 지난 2005년 문희상 의장이 10.26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원내대표와 의장을 겸직하며 혼란에 빠진 여당을 추스르는 등 '구원투수' 노릇을 톡톡히 했었다.

본격적인 정계개편기를 맞아 정 의장이 다시 한 번 우리당 중심의 '질서 있는 대통합'을 이뤄내고 한나라당에 대적할만한 범여권의 대선 전망을 세워낼 수 있을까? 사막 같은 시계(視界) 제로의 상황에서 그가 '나침반론'을 꺼내들었다.

두 번째 구원투수로 등판하다

당 의장, 최고위원, 국회의원,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으로 구성될 통합수임기구의 성패가 열린우리당의 기사회생 여부를 가늠할 핵심요소로 꼽힌다. 기존 정치세력은 물론이고 정치권 밖에서도 열린우리당의 틀 자체를 '기득권'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당 중심의 통합신당'이라는 가장 어려운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수임기구의 활동 기한은 전당대회일로부터 4개월. 오는 6월14일까지는 범여권의 기존 정치세력과 정치권 바깥의 외부세력이 함께하는 통합신당의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 집단탈당파 모임인 '통합신당추진모임', 그리고 천정배 의원이 중심이 된 '민생개혁모임'과의 신당추진 주도권 경쟁도 불가피하다.

정 의장은 이를 위해 조만간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시민사회세력 등 외부세력와의 접촉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즉각 실질적인 대통합 작업을 시작하겠다"며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 미래를 지향하는 세력과 손을 맞잡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 의장은 집권여당의 '책임'을 강조하며 "불퇴전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탈당 도미노를 막고 열린우리당의 정통성을 유지하며 통합신당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일단 전당대회 자체는 당초 예상을 깨고 과반을 크게 웃도는 72.3%의 높은 대의원 참석률을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이로 인해 탈당행렬도 당분간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새 지도부 선출을 계기로 집단탈당 사태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당 내부의 전열을 가다듬고 통합신당 추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당내 전열정비, 대통합신당 추진 두 마리 토끼몰이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안정기가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정 의장의 표현대로 "사막 한가운데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우선 친노계 중심의 당 사수파와 김근태계, 정동영계 등으로 나뉘어 사안마다 물과 기름처럼 융화되지 못하는 우리당의 구조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특히 정동영 전 의장을 비롯해 탈당 시기를 늦춰 온 의원들은 통합신당 추진이 지지부진할 경우 추가탈당 대열을 형성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들은 적어도 한두 달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미련 없이 짐을 쌀 것으로 예상된다.

3월 께 청와대발(發) 개헌정국이 형성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당 진로에 관여할 경우 우리당의 2차, 3차 핵분열로 와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동영계와 일부 김근태계, 천정배계 의원 등이 추가로 탈당해 우리당이 통합신당 '주력부대'로서의 의미를 상실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정 의장은 일단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청와대가) 대통합이 잘 안되도록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서로 지킬 것은 지키고 예우할 것은 예우하면서 책임 질 일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4월25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선 등 피해갈 수 없는 정치 일정도 큰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다시 참패할 경우 후폭풍을 피해갈 길이 없다. 이로 인해 열린우리당에서 분화된 세 세력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선거연합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으나, 연합의 원칙과 내용이 합의되지 않으면 성사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정세균 체제의 가장 큰 과제는 '몰락한 집권여당'에서 한나라당에 대적할만한 대선 전망을 세워 '수권세력'으로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느냐다. 분열과 통합의 과정에서 명분과 감동이 결여되면 지지도 합계가 80%에 이르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독주를 제어하기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다.

더욱이 정세균 의장과 김근태 전 의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외부세력과 신진인사의 영입을 통한 반(反)한나라당 전선의 완성도 쉽게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미 탈당파 그룹들도 저마다 외부세력 영입에 박차를 가하며 물밑 접촉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공히 눈독을 들이고 있는 외부인사들은 고사하거나 정치권의 정비기 이후로 자신의 결단 시점을 미루는 눈치다.

정 의장은 "사막에서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나침반으로 길을 만들어 찾아가듯 성공하고 승리하는 지도부가 되겠다"고 위기 속에서 의지를 다졌다. 대권 잠룡(潛龍)으로 꼽히는 자신의 정치적 전망마저도 당의 운명에 내맡겨져 있는 처지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