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또 한 고비를 넘겼다. 열린우리당은 14일 전당대회를 통해 정세균 당 의장과 원혜영, 김성곤, 김영춘, 윤원호 최고위원을 합의 추대했다. 또한 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전당대회는 당초 대의원들의 저조한 참석으로 인한 무산이 예상됐으나 재적 과반수를 넘는 대의원들(72.3%)이 참석하는 등 성황리에 진행됐다.
정세균 "통합 성공하고 대선 승리"
이날 정세균 당의장과 원혜영, 김성곤, 김영춘, 윤원호 의원은 단독후보로 추천된 만큼 별도의 투표 없이 참석한 대의원들의 박수로 선출됐다.
정 의장은 "국민들은 우리당을 외면하고 있다"며 "참담하고 부끄러우나 우리는 민주개혁의 성과가 조롱거리가 되도록 포기하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국민들은 우리에게 분열하라고 회초리를 든 것이 아니"라며 "분열하지 말고 잘하라는 명령이며 다시 제대로 거듭나라고 엄중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대통합 신당의) 무한책임을 지고 밑거름이 되겠다"며 "오직 통합만을 위해 헌신하고 흩어진 지지 세력을 모아 미래지향적인 수권세력 만들어 내서 금년 대통령 선거에 승리를 안겨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들은 탈당파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원혜영 최고위원은 "전당대회를 원만히 치르기 위해 당헌개정, 대통합 신당 추진 결의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자 당을 떠났다"며 "당을 이끌던 분들이 배가 난파했다고 혼자 구명조끼 입고 탈출한 꼴"이라고 성토했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우리당은 시대정신으로 만든 정당"이라며 "어제까지 지도부를 지내다 당을 탈당한 이들에 의해 모욕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원호 최고위원도 "중도개혁 세력의 통합이라는 말만을 남기고 사면초가의 당을 나간 어제의 동지들이 과연 대통합을 해낼 수 있겠느냐"며 "저들은 대통합신당의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금주 중 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할 방침이다.
정 의장은 이날 △대통합신당 추진에 있어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겠다 △민주화 평화세력, 양심적 산업화 지식정보화세력, 시민사회 전문가 그룹 등 희망한국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개인과 집단을 포괄하도록 하겠다 △절차적 민주주의에서 한 단계 나아가 실질적 민주주의를 달성하도록 헌신 봉사하겠다 는 통합신당 추진의 원칙과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당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선출과 함께 현재의 기간당원제를 기초당원제로 개정하는 당헌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위기의식 고조로 내부 단결
이날 전당대회에는 재적 9387명 중 6617명의 대의원이 참석해 72.3%의 참석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정동영-김근태 '빅 매치'로 관심을 끌었던 전당대회에서 7000명 가량의 대의원이 참석했던 것에 견줘 봐도 적지 않은 숫자다.
최근 연이은 탈당 사태로 고조된 위기의식이 오히려 대의원들의 참석률을 높였다는 게 우리당 측의 분석이다.
김근태 당 의장은 "지난 며칠 밤 오금이 저렸다"며 "전당대회 성원이 안돼서 체육관이 텅텅 비어버리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참석한 대의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탈당파를 겨냥해 "우리는 민주주의 실천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한 '바보'를 선택했다"며 "민주주의를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몸으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또한 "25년 전 민청련이 불렀던 노래처럼 불길을 헤치고 물길을 헤엄치고 바위산을 돌아서 모두 여기에 왔다"며 "역시 민주세력은 위기에 강하다"고 독려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국민이 만들어준 제 1당을 회복해야 한다"며 "당장 집으로 복귀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 대의원들 곳곳에서는 "돌아와라", "억울하다" 등의 목소리가 터져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 대의원 모임 회원들은 전당대회장 밖에서 "개인 탈당 웬 말이냐", "개념 없는 탈당 논의 쓰레기통으로" 등 탈당파를 비난하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통합신당 반대' 사수파도 전당대회에 협조
당초 당 지도부가 우려한 '당헌 개정 반대'를 내세운 일부 당 사수파의 돌출행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이를 의식한 듯 "대한민국 정당 민주주의에 폭력사태는 없다는 역사의 기록을 썼다"며 "2007년 오늘을 대한민국 정당민주주의의 생일"이라고 말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혁신운동본부 회원들은 이날 행사장 주변에서 "무원칙한 통합 주장, 해당 행위 포기하라", "창당정신 훼손하는 통합세력 물러가라"는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으나 전당대회장에서 특별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한편 이날 행사장 주변에서는 지역별 당내 개헌추진운동본부 회원들이 '연임제 개헌'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또 김 전 의장의 지지자 모임인 '김근태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김근태 의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근태여 도약하라" 등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