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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Focus on Film!

[특집] 2007 선댄스영화제를 다녀와서

1. 어쩌면 스키나 실컷 탈 일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건 춥다 춥다 해도 조금 심한 맛이 느껴졌다. 서울에 있는 친구와의 통화에서도 그걸 확인할 수 있었다. 친구가 말했다. "당신, 거기가 가장 추울 때 갔군." 국내 식으로 얘기하면 기상청 발표, 영하 18도라지만 계곡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맞바람의 체감온도는 그보다 한 10도는 더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는 유타주 파크시티. 솔트레이크 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곳. 원래는 미국 내에서 스키 리조트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어떻게 이런 곳에서 영화제가 성공할 수 있다는 '발칙한' 생각을 하게 됐을까. 그것도 남들이 즐겨 찾아보지 않는 독립영화들만을 잔뜩 모아서. 그는 아마도 이런 심보 아니었을까? 눈바람 치는데 뭔 딴 짓들 할 게 있겠어. 영화나 실컷 보라고!
| 2007 선댄스영화제는?
올해 선댄스영화제의 키워드는 두가지. 곧 반전과 다큐멘터리다. 현재 미국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인지를 반영하듯 반전사상을 담은 작품들이 영화제에 쏟아져 나왔으며 선댄스가 세계 독립영화계, 특히 다큐멘터리의 아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다큐 작품들이 많이 선보였다. 개막작 <시카고10>은 1968년 민주당 시카고 전당대회 때의 얘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로 반전의 의미를 부각시킨 내용이다. 한국영화는 <네버포에버><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마지막 밥상> 등이 경쟁작으로 초청됐으나 수상하지 못했다. 이들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선댄스에 출품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진위는 올해 선댄스를 계기로 내년에는 대대적인 한국영화 특별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음은 올해 영화제의 수상내역. [심사위원대상] 다큐멘터리 부문 - 총알을 보내라(제이슨 콘) 극 영화 부문 - 파드레 누에스트로(크리스토퍼 잘라) [감독상] 다큐멘터리 부문 - 전쟁/댄스(션 파인, 앤드리아 닉스 파인) 극영화 부문 - 로켓과학(제프리 블리츠) [심사위원 특별상] 다큐멘터리 부문 - 끝없는 시야(찰스 퍼거슨) 극영화 부문 - 이빨(미첼 리히텐슈타인)
영화제하면 우리는 늘 축제를 연상하기 쉽다. 개막식 정도엔 당연히 불꽃놀이가 있고 화려한 공연무대가 펼쳐지며, 영화제 내내에도 이곳저곳에서 시끌벆적거리는 볼 거리가 열린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적어도 선댄스영화제에서만큼 그런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렵다. 끽해야 1Km 안팎에 불과한 이 소도시의 중심거리 메인 스트리트에는 멀티플렉스라고는 꿈조차 꾸지 못할 만큼 다소 빈약한 시설의 극장들만 있을 뿐 (말은 그럴 듯하게 '이집트 극장'이라고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유치하기 그지없는 스핑크스 흉상이 벽에 걸려있는, 한마디로 우리의 변두리 극장 시설에 불과하다. 게다가 삐걱대는 그 객석들이란!) 다른 공연무대 같은 건 전혀 찾아 보기 어렵다. 사람들은 그 좁은 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이 극장 저 극장을 전전한다. 메인 스트리트에서 사람들 물결에 휩쓸려 다니다 보면 선댄스영화제는 명실공히 오로지 영화만을 위해 존재하는 영화제라는 생각이 든다.
극 영화 부문 심사위원대상 <파드레 누에스트로>
그점을 좀더 세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올해 선댄스영화제의 캐치 프레이즈는 'Focus on Film'이었다. 영화에만 집중해라. 한마디로 영화만 봐라,인 셈이다. 생각해 보면 사실 그리 대단한 말이랄 것도 없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열심히 보는 게 뭐 그리 새로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그 당연함 속에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요즘의 영화판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이 영화를 영화로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곁다리로 이것저것 끼어 있어야, 멀티플렉스 문화처럼 쇼핑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게임도 즐길 수 있어야 가까스로 그럼 이제 영화 한번 봐줄까 하는 마음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자 그러니 이번 선댄스처럼 이제 이런 거 저런 거 다 빼고 영화만 보자고 얘기하는 건 영화작가들이나 관객들 모두에게 영화적 열정으로 가득찼던, 그래서 새로운 영화를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인 셈이다. 하도 만나기가 어려워서 에잇, 더럽고 치사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던 제프리 길모어 집행위원장은 그러나, 막상 만나고 나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만큼 똑 부러지는 소리만을 해댔다. "극장시설을 얼마나 늘리고 얼마나 좋게 할 것인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최신식 호텔을 세우고 거리를 번화하게 꾸미는 것 역시 중요한 게 아니다. 이곳저곳에 무대를 만들고 이벤트를 하는 건 더더욱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고민은 바로 영화 자체에 더 모아져야 한다." 길모어 위원장의 일침처럼, 그리고 이번 선댄스의 표어처럼, 다른 거 말고 영화에 좀더 집중하다 보면 엉뚱하게도 영화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 자체가 들여다 보인다. 세상을 알면 영화가 보인다. 거꾸로 영화를 제대로 보면 세상이 보인다. 올해 선댄스가 가르쳐 주는 건 바로 그점이었다. . 2. 영화제가 끝난지 언젠데 거기서 아직도 편지질이냐,고 핀잔을 주면 할 말이 없다. 그건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선댄스에 관한 한 못다 한 얘기 투성이다. 그런 얘기 가운데 하나가, 영화제 거리를 다니다가 팜케 얀센이니 윌리암 볼드윈이니 무엇보다 줄리아 로버츠니 하는 스타들과 맞닥뜨렸다는 것 같은 얘기다. 영화제가 열리는 파크시티는 워낙 작은 도시라 점심시간에 피자나 버거를 먹으러 종종거리며 (추워서) 다니다 보면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언제부턴가 '할리우드 사람들'이라면 꼭 와봐야 하는 영화제로 평가되서인지 거리엔 이른바 할리우드형 미인들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영화제가 열리는 이곳 파크시티에 몰린 42,000명의 관객들 모두가 미국 최고의 미녀들로 채워졌다고 해도 될 정도다.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러 갔던 스탭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미국에서 이런 여자들 처음봐!"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선댄스가 미국에서 가장 섹시하고 반짝거리는 영화제로 '변질됐다'는 평이 어느 정도 타당성을 얻는다고 하면, 말도 안되는 얘기가 될까. 시사주간지 '타임'의 리처드 콜리스 같은 사람이야말로, 섹시한 여성들때문은 아니지만, 선댄스가 지나치게 미끈미끈해졌다고 비판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표격 인물이다. 그는 선댄스가 인디정신을 상실하고 할리우드마냥 주류화, 상업화의 길에 들어서 있다고 비판한다. "문제는, 인디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만큼이나 상투적이 되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선댄스 인디영화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장르가 돼버리다시피 한 것이다. 지금의 선댄스 영화들은 전반적으로 봤을 때, 너무 안락한(cozy)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선댄스는 현재 할리우드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그레이스의 죽음 ⓒ프레시안무비
하여간 지식인들은 말이 많고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니까 리처드 콜리스의, 선댄스에 대한 불만도 조금은 감안해서 들어야 할 것이다. 선댄스는 여전히 미국과 전세계 영화의 밑거름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이 영화제야말로 할리우드에게 있어 '산소탱크'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영화를 너무 순혈주의적인 입장에서 가져가서는 안된다. 적절한 대중주의가 필요한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댄스에서 관객상을 받은 존 쿠색 주연의 <그레이스의 죽음>같은 경우가 요즘 선댄스의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작품. 하지만 선댄스니까 이런 작품을 계속 내놓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작품. <그레이스의 죽음>은 이라크 전에서 사망한 여군 아내 그레이스의 죽음을 차마 자신의 딸들에게 전하지 못하는 한 중산층 가장의 아픈 사연을 다룬다. 원제는 'Grace is gone.' 제목이 갖는 이중성도 눈에 띈다. 극중 아내의 이름이 '그레이스'여서 단순히 그녀의 죽음이란 의미도 있지만 보수층이 주도해 왔던 소위 '미국적 영광(grace)'이 이제 더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상실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프레시안무비
한국 영화계에서는 그동안 '미국시장 진출=할리우드와의 접목'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곳 파크 시티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미국영화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오스카나 골든 글로브가 아니라 선댄스와 같은 열혈 영화인들의 '커뮤니티'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지금까지 문을 잘못 두드려 왔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선댄스를 찾은 세편의 한국영화, <네버 포에버>와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마지막 밥상> 등은 한국영화계의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키는데 있어 초석의 역할을 해낸 셈이다. 근데 당신들, 이 영화들(아직 공개되지 않은 <네버 포에버> 빼고)을 보기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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