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민생경제회담' 제의에 대해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이 28일 개헌 논의를 포함한 회담 성사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개헌 논의 배제'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자기 당이 제안한 회담을 마냥 거부만하기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개헌 논의 포함 여부가 관건
이병완 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말 한나라당이 민생이 파탄 직전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건, 무조건을 따질 것 없이 와서 모든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게 공당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생파탄 직전이라면 한밤중에라도 청와대 문을 두드리고 대통령을 깨워서라도 얘기를 해야지 조건을 따질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실장은 "강재섭 대표가 지난 4년을 민생 파탄이라며 '잃어버린 4년'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제1야당 대표가 할 수 있는 논거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면서 "IMF 외환위기 후 '잃어버린 10년'을 살아 온 분들을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격했다.
그러면서도 이 실장은 "진지한 대화를 위한 조건이라면 방식과 절차를 협의할 수 있다"며 형식적 측면에선 한나라당에 일정한 양보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실장은 회담 제안을 위해 29일 한나라당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 실장은 다만 개헌 문제가 회담의 의제가 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 실장은 "(대선과 총선) 시기를 일치시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개헌 문제도 민생과 상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갖가지 이유를 붙이고 그럴싸한 포장을 했지만 한나라당의 민생회담 제안에 대한 명백한 거부요 개헌 집착일 뿐"이라고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탈당과 개헌문제로 나라를 흔드는 대통령이 지긋지긋한데 '허심탄회'를 이야기하는 청와대에 기가 막힐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나 대변인은 그러나 "내일부터라도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실무급 접촉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국민만 생각하는 회담'을 성사하도록 해보자"며 "청와대의 진정한 뜻이 민생해결, 경제회복이라면 언제라도 허심탄회하게 만나겠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설 직후 탈당? "결정된 것 없다"
한편 이병완 실장은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와 관련해 "개헌을 위해 야당이 탈당을 요구하거나 열린우리당이 당 진로와 관련해 탈당을 요구하는 두 가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을 했지만, 두 가지 상황이 아직 귀결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어떤 논의나 결정이 된 바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탈당 시기에 대해서도 이 실장은 "상황을 지금 설정해 놓고 미리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이 설 연휴(2월17~19일) 직후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발의하며 우리당을 탈당하고 한명숙 총리를 비롯한 우리당 출신 장관들의 당 복귀를 포함한 개각을 단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일축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개헌안 발의 시점과 관련해 "2월 국회가 입법과제에 충실할 수 있도록 2월 하순 이후가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에는 국민연금법,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난제가 수두룩해 2월 이후로 개헌안 발의가 미뤄질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충분히 2월28일까지 발의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 외에 천정배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대통령은 말한 부분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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