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전에서의 첫 지방유세를 시작으로 광주, 창원 등에서 공동유세를 벌였고 16일에는 현대차 노사갈등이 한창이던 울산에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유세와 정책토론회를 거치면서 나타난 후보들의 생각의 차이를 쟁점별로 살펴본다.
세 후보들은 비정규직 투쟁과 산별제도의 안정화에 민주노총이 집중해야 하며 위원장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과의 관계, 지난 9일 출범한 한국진보연대 준비위원회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나아가 노사정위원회의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모두 '불참하겠다'고 했지만, 사회적 대화 자체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생각 차가 있었다.
◆ 한국노총과의 관계는? = 한국노총과의 관계는 세 후보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쟁점 가운데 하나. 기호 1번 양경규 후보와 기호 3번 조희주 후보는 모두 한국노총과의 관계단절을 얘기하고 있는 반면 기호 2번 이석행 후보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양경규 후보는 "한국노총과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완전한 관계 단절을 주장했다. 기호 3번 조희주 후보도 "한국노총은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해체의 대상"이라며 "하지만 한국노총 산하의 노동자들과는 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기호 2번 이석행 후보는 "공조 자체를 무조건 파기할 수는 없다"며 "한국노총과의 관계에 대한 전략과 전술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한국진보연대(준)에 대해서는? = 지난 9일 준비위원회의 닻을 올린 한국진보연대에 대해서도 후보 별 입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호 1번과 3번은 "연대체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국진보연대는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고 기호 2번은 "상설 연대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했다.
양경규 후보는 "민중생존권에 보다 분명한 지향점을 밝히는 연대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조희주 후보도 "대의원대회도 거치지 않고 민주노총이 진보연대에 참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1번이나 3번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미 준비위원회 참가를 결정한 민주노총이 진보연대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
◆ 사회적 대화는 어떻게? = 노사정위원회에 복귀 문제에 대해서는 세 후보들 모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 초기부터 이 문제를 놓고 팽팽한 대립을 거듭해 오면서 대의원대회에서 폭력 사태까지 벌어진 바 있다.
세 후보는 일단 노사정위 복귀 문제에 있어서는 '불참'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피력했지만 그 외의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달랐다.
기호 1번 양경규 후보는 "산별체제로 개편과 사용자단체 구성 등이 이뤄지는 조건 하에서 사안별, 현안별 교섭에 대한 논의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호 2번 이석행 후보는 "교섭자체가 악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파업은 마지막 수단이고 교섭도 투쟁"이라고 밝혀 각종 사회적 대화의 틀에는 참여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조희주 후보는 "불참이 기본 입장"이라며 "공공부문의 노정 교섭 외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 민노당 및 사회연대기금에 대한 입장은? = 올해 대선이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입장은 이번 민주노총 선거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또 민노당이 제시한 사회연대기금에 대한 입장도 각각 조금씩 차이를 갖고 있다.
대선 전략과 관련, 기호 1번과 2번 후보는 민노당을 중심으로 두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양경규 후보는 "민노당이 보다 노동자 중심성을 분명히 해야 하지만 민노당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은 유지돼야 한다"고 했으며 이석행 후보는 "대선은 노동자들이 제2의 정치세력화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희주 후보는 "결과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투표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노동자의 요구를 전면에 내걸기 위해 민노당 뿐 아니라 다양한 정치세력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이 제안한 사회연대전략(사회연대기금)에 대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나서서 소득세와 사회복지 기여금을 추가로 부담하겠다고 하고 자본가와 부유층에는 증세를, 자영업자들에게는 공평하게 세금을 낼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재정을 복지확대 및 일자리 창출에 사용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데 활용함으로써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양보한다'는 의미를 현실화하자는 것.
이와 관련 기호 1번 양경규 후보는 "그 출발이 성장만을 중심에 놓고 있는 자본을 향해 나온 것이고 거기에 노동자들이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으며 기호 2번 이석행 후보는 "사회적 약자 보호는 외면할 수 없는 요구지만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고통분담론은 반대한다"고 했다. 기호 3번 조희주 후보는 "국가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5기 집행부를 선출하는 민주노총 선거는 오는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1000여 명의 대의원들이 모인 가운데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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