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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쟁반' 벗어나 '운동장'에서 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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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쟁반' 벗어나 '운동장'에서 뛰라"

전문가들이 보는 '2007 민주노총 선거' 쟁점 및 기대

굵직굵직한 일들이 다 지나갔다. 거센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왔던 비정규 법안도, 민주노총만 배제된 채 합의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도 지난해 연말 국회 본회의 통과로 다 정리가 됐다.

그래서일까? 국내 양대 노동자 조직 가운데 한 곳인 민주노총이 새로운 3년을 결정할 임원을 뽑는다는데도 분위기가 예전 같지 못하다. 선거운동은 이제 본격적인 닻이 올랐지만 민주노총 한 고위 관계자도 "특별한 쟁점이 없을 것 같다"며 '썰렁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정규 법안, 노사관계 로드맵 등 큰 일은 다 지나갔고…"
▲ 민주노총이 지난 5일부터 새로운 집행부 선출을 위한 선거전에 돌입했다. ⓒ프레시안

노동문제 전문가들도 대체로 올해 민주노총 선거가 딱히 쟁점이 없을 것 같다는 데 동의했다. 쟁점 없는 선거가 될 배경에는 우선 '큰 일들'이 다 지나간 객관적 현실이 있다.

더욱이 지난해 말 노사관계 로드맵이 합의되고 처리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노총이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상황도 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노사정위원회 복귀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딱히 민주노총이 손에 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은수미 연구위원은 "사회적 대화 뿐 아니라 올해 노사관계의 주요 쟁점이 될 비정규 문제와 산별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특별히 다른 그룹이 존재한다거나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각 후보들이 이와 관련한 의견을 제출하긴 하겠지만 그것이 정책적인 차이로까지 나타나리라는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후보들 간에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큰 틀에서의 정책적 차이 수준은 못 된다는 얘기다.

"굳어진 정파간 경쟁구도가 정책 대결 막고 있다"

특별한 쟁점이 없는 것은 민주노총 선거가 이미 각 후보진영의 정책경쟁이 되기보다는 정파간 싸움으로 굳어진 탓도 있다. 크게 보아 민족해방(NL)계열이냐 민중민주(PD)계열이냐에 따라 대의원의 표심이 이미 정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도의 극복을 위해 지난해 말 이수호 전 위원장이 정파간 연대를 통한 '통합지도부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굳어진 정파간 경쟁구도는 '표계산'이 각 선거운동본부의 주요한 '일'이 되게 만들었고, 그런 마당에 굳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정책 대결을 통해 조합원의 마을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도, 의미도 없는 선거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본부장은 "민주노총 선거가 분파간 경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 민주노총의 현실"이라며 "이런 구도가 개선되지 못한다면 새 집행부가 누가 되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그런 상황에서는 민주노총이 현재의 '쟁반'을 벗어나 '운동장'에서 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뭔가 해보려고 하면 다른 정파에서 '비토'를 놓는데 이를 해결하는 일이 참 힘들었다"는 한 민주노총 관계자의 말에서도 이런 상황은 읽을 수 있다.

"민주노총의 '무기력증' 솔직히 털어놓자"
▲ 전문가들은 이번 민주노총의 선거기간이 남발되다시피한 지난해 총파업에 대한 진솔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새 집행부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비정규 법안, 산별노조 출범 등 굵은 일들은 지난해 대부분 지나갔지만 그것이 남긴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준호 집행부의 투쟁과 교섭 전술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지난해 비정규 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여러 차례 총파업을 시도하며 저항했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했다.

은수미 연구위원은 "간부중심, 금속이라는 특정 업종 중심의 총파업일 뿐 지난해 민주노총의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잘 돌아갔다"고 지난해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평가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총파업 기간에 민주노총이 보여준 '현장 투쟁 동력의 약화'라는 현실의 원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전 집행부에 대한 표면적인 비판을 넘어서, 민주노총의 '무기력증'의 근본 원인과 해법에 대한 모색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기력증이 외부의 냉소뿐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의 허무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전체적인 노동운동의 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규식 본부장은 "집행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총파업을 '할 수 있다'고 위선을 부리고 조합원들은 무기력한 민주노총의 모습을 보면서 냉소주의에 물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현상이 관성화되면 민주노총은 결국 사회주변세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 되기 위해 생산적인 논쟁 통한 '다른 선거'를!"
▲ 노동운동이 위기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는 현실 속에서 치러지는 민주노총 선거가 '발상의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될까?ⓒ프레시안

이런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 전문가들은 "솔직해지자"며 '다른 선거'를 기대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정파간 생각 차이를 넘어 현재의 민주노총의 위기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속 시원하게 토론하자는 것이다.

노광표 부소장은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한 해법과 비정규 문제에 대한 집행부과 현장의 인식 차에 대해 진솔한 논쟁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사회적 대화와 관련해서도 '대화에 참여하면 어용, 거부하면 장렬히 전사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은수미 연구위원도 "투쟁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은 내부적으로 있겠으나 이를 공개적으로 털어놓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라며 "그러나 이 한계를 넘지 못한다면 '어떤 사람이 되더라도 민주노총이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사회 인식을 깨뜨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은 "선거 기간 각 후보진들이 민주노총이 현재 마주하고 있는 3가지 위기, 즉 대표성·도덕성·정당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총연맹으로서의 리더십 자체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산별노조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어느덧 조합원의 대다수가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라는 현실에 대한 고민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로 통칭되는 비판에 대해 민주노총이 '민주노총 죽이기'라는 거친 항변을 벗어나 어떤 돌파구를 내놓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배규식 본부장은 "현재 노동운동의 위기를 불러 온 주요한 원인인 '대기업 노조의 조합원 실리주의'에 대한 대안 모색이 선거기간 중에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누구에게도 희망을 줄 수 없는 민주노총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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