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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벼 가마 모아 '反FTA TV광고'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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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벼 가마 모아 '反FTA TV광고' 제작

[한미 FTA 뜯어보기 164] 김경형 감독 등 영화인들 무상제작…6차협상 때 방송 계획

한미 FTA를 반대하는 영화인들과 농민들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한미 FTA로 인해 농민들이 받을 피해를 알리기 위한 TV광고 제작에 영화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농민들은 벼 가마를 모아 광고비에 보탠다.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농축수산 비상대책위'(농대위)가 기획하고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영화인대책위)가 제작한 이번 광고는 내년 1월 주요 공중파TV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월 '쌀과 영화'라는 이름으로 한미 FTA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한 바 있다.

"아무리 외쳐도 언론에서 농민들 목소리는 차단되더라"
▲ 촬영을 하고 있는 김경형 감독과 경남 함안 농민들. ⓒ영화인대책위

농대위 관계자는 "FTA를 반대하는 대중투쟁을 아무리 많이 해도 정작 언론에서 농민들의 목소리가 차단되고 있다"며 이번 광고를 제작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전국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지난달 22일과 29일, 그리고 지난 6일 세 차례에 걸쳐 한미 FTA 저지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여했다. 그러나 주요 언론들은 FTA에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보다 집회의 폭력성, 불법성에 촛점을 맞춰 농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 관계자는 "추수가 끝난 농민들이 나락(벼) 한 가마씩을 모아 광고비에 보태기로 했다"며 "농촌에서는 한미 FTA를 체결하면 망한다는 생각이 너무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농대위는 현재 한 가마 당 5만3000원 정도에 팔리는 벼 약 2000가마가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억 원 가량의 광고비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대위 관계자는 "한미 FTA 체결은 현재 농민 중 40% 이상이 농사를 포기하란 말과 똑같다"며 "농사를 당장 그만둘 수 없는 농민들은 작목 전환을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다른 작물을 농사 짓던 농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며 연쇄적으로 농촌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인-농민 연대활동 계속 모색해 왔다"
▲ 촬영을 진행 중인 스텝들. ⓒ영화인대책위

영화인대책위는 이번 광고 제작을 위해 필름과 장비 등 약 5000만 원 상당의 순제작비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또 <동갑내기 과외하기>, <라이어>의 김경형 감독이 광고의 연출을 맡았다. 또 <올가미> <나에게 오라> 등의 이동삼 촬영감독, <알포인트> <품행제로> 등의 이주생 조명감독, <청풍명월> <투사부일체> 등의 최재호 동시녹음기사를 비롯한 20여 명의 영화인들이 자발적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김경형 감독은 "영화인과 농민들의 연대가 의미있는 만큼 지속시킬 방법을 모색했지만 정작 실행하기엔 조건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안타까웠다"며 광고 제작의 의미를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지역방송을 통해서나 가능하지 않겠냐며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막상 하다 보니 영화인들이 예상외로 다들 흔쾌히 동참해 규모도 더 커졌다"고 전했다.

영화인대책위는 "세계최강의 농업강국 미국과의 FTA는 우리나라 농업의 사형집행이나 다름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가 경제 고도화를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라며 대대적인 국민 홍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로 농촌도 힘들어지지만 도시도 만만치 않을 텐데…"

지난 9일부터 이틀간 경남 함안에서는 광고 촬영이 진행됐다. 경남 함안 장안리의 주민들이 직접 주인공으로 참여한 이번 광고에는 '고향에서 온 편지'라는 제목을 달았다.

농촌에 사는 연로한 부모가 "한미 FTA로 농촌도 힘들지만 자식들이 더 걱정"이라는 심정을 도시에 사는 자식들에게 털어놓는 장면이 담긴다.

김 감독은 "광고 제작 회의를 하면서 기교나 재주를 부리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농민들의 육성을 담는 방향으로 가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촬영을 하면서 농민들과 얘기를 해보니 FTA에 대해서 정교한 논리를 갖고 계시진 않지만 근본적으로 FTA가 농촌뿐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협하는 일이 될 거라는 위기감을 모두 갖고 있더라"며 "어떤 분들은 일제시대와 비교하기도 하시고, 화가 많이 나 계시다"고 말했다.

이 광고는 한미 FTA 6차 협상이 진행되는 내년 1월 5일 즈음 주요 공중파TV를 통해 방송될 계획이다. 농대위 측은 벼 가마가 모이는 정도에 따라 기금이 확보되면 그 뒤의 협상 시기에도 추가로 방송을 내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 ⓒ영화인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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