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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문턱' 높아도 '논쟁'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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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문턱' 높아도 '논쟁'은 불가피

[전망] 정치권-학계-여론 찬반론 팽팽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제안한 4년 연임제 개헌은 실현될 수 있을까? 현행 헌법은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국회나 대통령이 발의한 개정안은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확정된다.
  
  개헌안의 국회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원내 127석으로 개헌저지선(3분의 1)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렵다. "개헌은 차기 정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해 온 한나라당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개헌에 동의해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도 같은 입장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다음 정권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박근혜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는 검토할 수 있으나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학규 전 대표도 "다음 대통령이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여야 의석구조상 노 대통령이 던진 개헌 카드의 국회 처리 전망은 매우 낮은 상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개헌 논의 국면에서 고립되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를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건 전 총리 등 범여권 세력은 노 대통령이 제안한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깜짝쇼'라고 규정한 민노당도 "노 대통령의 제안 내용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을 고리로 반한나라당 전선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국민적 공감대도 낮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실시된 각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50%를 상회했다. 2005년 10월 38.9%(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그쳤던 개헌 찬성론은 52.5%(2006.5 SBS)→56.8%(2006.6 한겨레신문)→67.7%(국민일보)로 높아졌다.
  
  盧 추후 카드에 따라선…
  
  이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와 선거주기를 맞춰 효율성을 높이자'는 당위론과 '선거를 앞두고 던진 노 대통령의 꼼수'로 보는 경계론이 맞선 가운데 개헌 논쟁이 어느 방향으로 번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개헌 공론화 작업이 진행되고 여론의 반응이 보다 우호적으로 형성될 경우 한나라당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일부 대선후보 진영이 차별화 전략 차원에서 개헌론에 동조하고 나서면 한나라당도 '개헌 무풍지대'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개헌 자체에 대해선 찬성하는 열린우리당 내에서조차 정계개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담긴 모종의 노림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등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학계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개헌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가 넓지만 임기 말 정략적 의도에서 추진되는 개헌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지난해 "제도개혁이 능사가 아니다"며 "오히려 현 집권세력의 실정을 가리는 기회로 작동할 것"이라고 현 시점에서의 개헌논의 자체에 반대했다. 최 교수는 특히 "4년 중임제 개헌은 대통령의 민주적 책임성을 높일 조건을 확보하지 않고 단순히 대통령의 권한만 확대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글을 통해 "대통령과 정당의 책임성, 능력, 연속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을 주장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과 정당이 책임성을 갖지 못하는 현행 헌법-선거구조는 민주정부와 정당의 약화와 무능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처럼 극적인 실현 여부와 별개로 정치권과 여론, 학계의 내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개헌론 자체는 대선 정국의 폭발력 있는 의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이날 밝히지 않은 선거제도 개편이나 임기단축 문제 등 개헌과 직접적으로 맞물릴 수 있는 의제를 지속적으로 연계해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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