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지급 문제로 노사갈등을 빚어 온 현대차 노조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1일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서 파업과 파업지도부 구성 문제를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급 지급 문제로 시작해서 올해 초 시무식을 계기로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달으며 연일 긴장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현대차의 노사갈등이 이번주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투쟁수위 높이기' 일단 멈춘 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전날 열린 확대운영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며 잔업 및 특근 거부와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의 철야 농성은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는 오는 10일 조합원 3000여 명이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박유기 위원장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파업을 결의하게 되면 다음주부터는 직접적인 파업 투쟁으로 전환해 장기적인 투쟁으로 국면을 전환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상경투쟁을 전후해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던 노조가 12일 임시대의원대회 전까지는 일단 파업을 벌이지 않기로 한 것은 한 단계 물러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사간 협상으로 이번 사태가 풀릴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윤여철 현대차 사장은 이날 아침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늘이라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앉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윤 사장은 "노조에서 특별교섭을 하자고 해서 성과급 50% 미지급의 문제는 특별교섭의 대상은 아니라고 했다"면서도 "간담회는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대화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 사장의 이 발언은 "교섭의 대상은 아니다"는 원칙적인 수준의 발언이긴 하나 기존의 "이미 합의된 내용을 다시 얘기할 수는 없다"는 회사측 입장보다는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1일까지 노사 대화로 타협 이뤄질 가능성도
양측이 형식적으로나마 한 발씩 물러선 것은 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모두에게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무엇보다 '시무식 사태'에 대한 여론 악화가 큰 걸림돌이다. 8일에는 민주노총 울산본부마저 "시무식 사태에 대해 노조가 국민들 앞에 사과하라"고 나서기도 했다.
또 오는 2월 집행부 조기 선거를 앞두고 있는 노조가 현재의 대치국면에서 조합원들을 계속 강경 투쟁에 나서도록 독려하기에 버거운 현실도 있다.
유리할 것이 없는 것은 회사도 마찬가지다. 생산차질 등 현실적인 문제뿐 아니라 연초부터 극단적인 노사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차 문제에 사측 역시 책임이 없지 않다는 시선도 회사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11일까지 일단은 노사간 치열한 물밑대화가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윤 사장은 "특별 교섭은 어렵다"며 "성과급 100% 지급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정식 교섭이 아닌 대화의 틀을 통해 적절한 선에서 노사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 현대차 주변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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