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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주도권을 의사에게서 환자로 넘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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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건강의 주도권을 의사에게서 환자로 넘겨야

[인권오름]전주의료생협 김수정 상임이사의 이야기

병원에 가 본 사람은 안다. 환자는 그저 치료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병과 건강에 관해 의사와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이런 답답함을 그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만 받아들여야 할까.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환자가 의료 전문가와 일상적으로 교감하기 어려운 환경이 병원을 아플 때만 찾아가는 곳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병원이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인 건강관리와 보건 교육을 담당하는 공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가진 이들이 모여 구성한 것이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이다.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협동하여 가족과 이웃의 의료와 건강, 생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협동조합'을 지향하는 의료생협은 1994년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 생긴 이래 인천(1996년), 안산(2000년), 원주(2002년), 서울(2002년), 대전(2002년), 전주(2004년), 울산(2004년) 등으로 확대돼 왔다. 하지만 아직도 의료생협은 많은 이들에게 낯선 용어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범용 씨가 이에 전주 의료생협(무지개 한의원·의원) 김수정 상임이사를 만나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의료생협의 취지와 고민을 들었다. 다음은 김 이사의 이야기를 글로 옮긴 것이다. <편집자>

의사 중심 진료는 안 된다…건강은 '주민협동'으로 지켜야

각 의료생협이 자기네들의 특징이 있는 거잖아요. 저희 경우는 '청년 한의사회'라는, 학교 다닐 때 운동했던 한의사들이 중심이 된 것이고요. 거기서 학생운동 혹은 시민운동, 이런 사회개혁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주축을 이뤄 만든 것이죠. 초기에 30명 정도가 모여서 3년 정도 연구모임을 했어요. 3년 연구모임 끝에 2004년 3월에 창립총회를 갖고 시작했어요.
▲ 전북 전주 평화동에 위치한 전주의료생협ⓒ<인권오름>

저희의 배경은 한의사들이다 보니까 느끼는 것입니다만, 현행 보건의료에 문제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진료가 전부 의사 중심인 거잖아요. "그래서는 안 된다, 진료는 원래 소비자인 환자 중심이어야 한다"는 문제에서 시작을 한 것이죠. 그리고 "보건의료라는 문제가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가야 된다"라는 문제가 있어요. 이 두 개가 (우리가 모인)가장 큰 이유였어요.

일상적으로 주민들이 와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의사에게 진료 받고, 그러다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자 교실, 체조교실 이런 데 참여하고, 자신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많은 교육 프로그램 중에 골라서 교육도 받고요. 요즘 만성질환들이 대부분 나 혼자 어떻게 잘 한다고 해서 고쳐질 수 있는 게 아니고 일생을 통해서 그것을 예방하고 증진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어차피 건강의 문제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이나 생활, 나에게 주어진 이런 일상의 것들을 같이 모여서 협동이라는 방법으로 해결을 하여 건강한 지역사회,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보자, 이런 취지에서 처음에 만들었던 것이죠.

전주의료생협의 활동들…의료와 복지가 함께

저희 조직을 보면 한의원이 하나 있고, 제가 하고 있는 사무국 사업이 있어요. 사무국에서는 주로 보건예방 활동, 건강증진 활동, 또 지역사회 교육과 관련된 교육활동을 합니다. 또 하나는 복지활동으로 지금 재가간병(在家看病)팀이라는 게 있어요. 간호사가 6명 있고요. 사회복지사가 1명 있고, 그밖의 재가간병 팀이 13명 있어요. 그렇게 20명이 모여서 재가 서비스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지요.

의료생협이 이런 서비스를 할 때의 장점은 이 사람들 중에 의료 쪽 관계자도 있고 복지 쪽 관계자도 있기 때문에 보건의료와 복지를 한꺼번에 보면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요. 이런 것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그래요.

지역사업 중에는 건강마을축제 이런 것들이 있어요. 지역주민들 대상으로 건강과 관련된 건강복지 박람회 이런 것도 하고요. 이런 박람회를 통해서 건강에 대한 운동들, 그리고 걷기 대회도 하지요. 그리고 동네 경로당을 돌아다니면서 어르신들과 함께할 수 있는 체조교실도 열고요. '찾아가는 복지'프로그램의 일종인 거죠. 또 건강 문제가 있으신 분들에 대해서 교육도 하고요.

이런 활동들을 계속 반복적으로 하면서, 보건 의료에 있어 주민이 항상 객체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들 스스로가 항상 주체가 되어 문제의식을 갖고, 그것에 대해서 다시 재발견하고, 이런 활동들을 계속 하고 있어요.

참여의 형태, 소위원회와 소모임

조합원 참여의 형태는 소위원회가 있거든요. 소위원회 같은 경우는 지금 네 개가 운영되고 있거든요. 교육소위원회라 그래서, 의료생협이나 생활협동조합 교육을 하는 형태가 하나 있고요. 경영이용위원회라 해가지고, 경영과 관련된 내지는 이용과 관련된 편의를 돕기 위한 이런 것도 하고요. 조직홍보소위원회가 있거든요. 말대로 조합원들에게 계속 연락하고 소식지 만들고 이런 활동들을 하는 게 하나 있고요. 지금은 보건복지위원회가 있거든요. 여기서는 모여서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을 뭘 할 것인가 이런 테마들을 잡아가는 모임이에요. 각 위원회마다 5명에서 10명씩 있거든요.
▲ 전주의료생협 내에 게시된 환자권리장전 ⓒ<인권오름>

또 하나는 소모임이 있어요. 소모임 같은 경우는 걷기나 요가, 등산, 사진, 이런 모임들이 있는데요, 요즘 많이 되는 것은 확실히 걷기가 많이 되거든요. 근데 지금 겨울이어서 겨울에는 좀 쉬었다가 봄 나면 다시 시작하는 이런 형태로, 주에 한두 번씩 모여 전주 천변 걷기, 이런 식으로 해 가요.

저희가 전에는 비만모임도 했었거든요. 이거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호응도는 상당히 좋았어요. 아침마다 모여 체조하고 자기 칼로리 계산해 보고, 이런 것들 있잖아요. 지역주민의 참여의 폭은 항상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가지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아플 때만 가는 게 병원?

아플 때만 가는 게 병원이거든요, 우리 인식이 항상 그렇다는 거죠. 그래서 평소 의원이나 한의원을 이용하지 않으면 내가 조합원이어도 (의료생협에) 가기가 뻘쭘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 스스로 참여의 폭을 찾지도 못하고, 여전히 그런 게 어려운 게 좀 있어요. 근데 의료생협이라는 게 사람들에게 알리기가 참 애매한 부분이 많거든요. 사람들이 금방 이해가 안 오는 거죠. 협동조합 같은데 농협은 아니고, 이게 의료라고 하니까 병원 수입을 내기 위한 왠지 영리를 추구하는 것 같고.

근데 조금 우리가 긴 호흡을 가지고 본다면, 이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 의료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거든요, 내 생활에서 건강의 필요성이.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도 곧 머지않아, 나이 먹어가면서 그 필요성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내가 내 아파트 안에서 작은 소그룹 만들어서 운동도 하고 이런 형태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거든요.

나도 한번 참여해 볼까!
▲ 전주의료생협 김수정 상임이사 ⓒ<인권오름>

조합원의 자격은 전북 지역에 살면 되고요, 회비 10만 원을 내야해요.

저희가 나가서 무료 방문진료도 옛날에는 거의 한주에 1번 정도 했었거든요, 지금은 월에 1~2번 정도 하는데요. 경로당마다 계속 돌면서 간호사들이 건강체크도 하고, 문제 있으신 분들은 가까운 병원 가시라고 종이도 써드리고 하니까요.

그런 것들을 보고 '아! 나도 한번 참여해 볼까' 그리고 비만 모임이나 이런 소모임들을 하는 거 보면은 '나도 한번 가볼까' 이렇게 하시면서, 직접 오셔서 10만원 들고 가입하시는 분들이 꽤 있거든요.

요즘 조합원 중 최근 가입한 100명 정도는 (별다른 홍보없이)내가 하고 싶어서 내가 이 취지에 동의해서 이런 사람들이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조합원 혜택이 뭐야?', 이제 조합원 되면 그런 것을 물어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막히는 거예요. 당장 줄 수 있는 혜택은 별로 없는 거잖아요.

내가 내 병원을 가질 수 있고, 앞으로 소모임이나 이런 활동들도 자유롭고, 이런 것이 있다 이렇게 설명한다는데, 그것이 아직 전체적으로 공감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경영때문에 갖는 어려움

저희가 매월 적자가 한 400(만 원) 정도 되거든요. 폭이 꽤 크죠. 그래서 1년에 한 5천(만 원). 그냥 말로는 5천이고, 거의 한 7~8천(만 원)은 되는 거 같아요. 3년째 계속 그러고 있거든요. 초기 자본을 까먹고 있는 쪽이고, '꼭 의료생협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한의사들이 많이 출혈을 하는 편이예요.

의료생협마다 경영 때문에 갖는 어려움이 너무나 많거든요. 근데 이것이 저는 한편으로 그런 생각도 있어요. 결의하고 오는 의사, 이것이 아닌 이상은 내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것이 아니고 우리 것이면 사람이 태도가 달라지는 게 있어요. 누구나 그러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그래서 그런 것에서 오는 협동조합의 한계가 아닌가 그런 고민도 해요. 요즘 하는 고민이예요.

왜냐하면 '내' 것이 아니고 '우리' 것이기 때문에 조금 느슨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이런 문제들이 약간의 딜레마예요.

의료생협, 그래도 해 볼만하구나!

그래도 의료라는 게 여전히 의사 권력으로 되지는 않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이 노력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있고, 그 중에서 건강하기 위한 것으로서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 나누는 건강, 이런 것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그나마 아직은 그 필요성에 의해서 스스로의 당위가 앞서는 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변하는 건, 진짜 이건 어지간해서는 어려운 거잖아요. 똑같이 고혈압 가진 4~50대를 따로 모으거든요. 그럼, 이 사람들이 모여서 (고혈압에 대해)서로 몰랐던 것을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아! 그렇지' 혹은 '뭘 해야겠다' (하는 거예요). 그러면 같이 운동을 하자고 얘기도 하고, 자기 건강을 위해 스스로들 뭔가를 찾아낼 때, 그럴 때 '아! 해볼만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죠. 이제 건강이 단순히 의사에게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약만 먹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를 어떻게 관리할 지 스스로를 견인하는 방법을 배우는구나' 이런 걸 느낄 때, 역시 '정말 해 볼만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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