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나라, 도대체 언제 남북정상회담 하자는 건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나라, 도대체 언제 남북정상회담 하자는 건가?

[기고]한나라식 '정치적 악용', 부메랑 될 것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공작성(?)' 발언이 흥미롭다. 지난해 남측 인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인사는 '한나라당이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못 잡도록 북한이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구나'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한참을 읽어야 이해되는 간접에 간접화법을 구사한 문장이다. 하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다.
  
  북한은 이미 1월 1일자 노동신문 등 신년공동사설에서 "남조선 인민들은 반보수대연합을 실현해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체의 반동보수세력을 매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진정 신년사설로 자신들이 남한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
  
  절묘한 오버랩이다. 지난 시절 남과 북의 독재세력이 남북문제를 자신들의 정략적 안위를 위해 활용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최근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와 관련한 한나라당의 정치적 공격은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 1월 2일에는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기 위한 집권여당 측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염려와 협박성 발언이 쏟아졌다.
  
  문제는 한나라당의 이런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는 것 같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남북문제가 자칫 국내정치의 도구로 악용되고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했다. 당시 서청원 선대본부장은 "이번 일은 총선을 앞두고 완전히 북한과 내통한 것이고 김대중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라고 했다.
  
  2006년 2월에는 DJ의 방북조차 반대했다. 당시 이재오 원내대표는 "5.31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공작'의 일환이 아닌가"라고 했다.
  
  2006년 12월 14일 박근혜 전 대표는 "선거용, 국면전환용인 남북정상회담은 반대한다"고 했다. 다음날 강재섭 대표는 "한반도 안보를 팔아먹는 정략적인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로부터 며칠 전 정형근 의원도 "남북정상회담을 대선에 활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 넘기는 것이 맞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오로지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위한 정당이다. 남북문제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고립'과 '봉쇄'뿐이 아닌가 염려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을 결사 반대한다. 전직 대통령의 순수한 방북마저 철저히 반대한다. 논리는 간명하다. 선거에 이용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는 철저한 정치적 왜곡에 불과하다.
  
  첫째, 한나라당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 선거주기상 어떠한 형식의 남북대화도 선거용에 불과하다.
  
  2006년에 지방선거가 있었다. 그래서 DJ 방북이 안된다고 했다. 2007년에는 대선이 있다. 그래서 남북정상회담은 안 된다. 2008년에는 총선이 있다. 당연히 안된다. 2010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또 안 된다. 그리고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다. 역시 안 된다. 그러면 남북 고위급대화, 남북정상급대화는 언제 하란 말인가? 한나라당의 논리대로라면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어떠한 남북대화도 선거용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화는 불가능하다.
  
  둘째, 국내정치사적 경험이 남북관계의 국내정치에의 이용을 철저히 거부한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발표됐다. 당시 다른 요소도 있었지만 정치적 해석이 결부되면서 여론은 반발했다. 총선거는 당시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의 패배로 끝이 났다. 이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또한 북한이 신년사설에서처럼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장하면 과장할수록 남한 사회에서의 정상회담이 갖는 정치적 가치는 추락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여권이 정략적 이유로 정상회담을 활용하려 하면 할수록 정상회담이 갖는 정치적 가치나 영향력은 왜곡되고 폄하될 수밖에 없다. 어느 주권자가 남북문제를 특정 정파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작태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겠는가?
  
  이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다. 여느 정파도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악용했을 때 받게 되는 위험성 정도는 충분히 인지한다. 사실 한나라당도 자신들이 지나치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염려를 정치적으로 악용했을 때 도리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만 돌이켜 보자. 때론 한나라당의 경고는 한편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미사일 발사가 있었고, 북핵 실험이 있은 지금, 그런데도 남북관계의 의미있는 대화가 단절된 지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그저 손을 놓고 있어야만 하는가? 과연 그것이 헌법적 의무인가?
  
  현시점에서의 남북문제의 핵심은 신뢰의 부재에 있다. 이건 자주와 동맹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문제를 북미간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우리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북핵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위해서는 당연히 의미있는 고위급 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DJ 방북도 필요하고 특사 방북도 필요하고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한 것이다.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하루가 급하다. 북핵 보유가 기정사실이 되기 전에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6월 17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과의 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도록 초당파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정부 측이 요청하면 특사 자격으로 북한에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밝혔다. 그 때의 언급이 진심일 거라고 믿고 싶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