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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란, '공공임대 쿼터제'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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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동산 대란, '공공임대 쿼터제'로 풀자

[인권오름] "주거는 '상품'이 아닌 '기본권'"

온나라가 '반값 아파트' 문제로 떠들썩하다. 사회적 시선은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의 불로소득과 살 수 없는 사람의 상대적 박탈감에만 머물러 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8.31, 3.31 등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공통적인 목표는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판교·송파 등 신도시 개발정책으로 집값을 한껏 올려놓고서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은 "헌법보다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대책을 내놓겠다", "지금 집 사면 후회한다"고 공언했지만 집값을 잡기는커녕 공급확대 정책으로 건설업체의 이윤과 투기꾼들의 불로소득만 높였다.
  
  '신도시 추가건설계획'을 발표해 집값만 올린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사임해야 마땅했다.
  
  공급 확대는 투기꾼들의 먹잇감만 늘릴 뿐
  
  문제는 공급부족이 아니다. 2002년 이후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었다. 하지만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1598만8000가구 가운데 △자가 55.6% △전세 22.4% △월세 19.0%로 집을 소유하지 못한 가구가 40%를 넘는다.
  
  주택은 전체 가구 수보다 많지만 여전히 내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발표한 '상위 100명 주택소유 현황'에 따르면, 국내 주택보유 상위 100명이 소유한 주택 수는 총 1만5464채에 이르고, 상위 37명까지가 100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셋방살이로 떠돌면서 주기적인 전월세 가격 상승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급확대는 투기꾼들의 먹잇감만 '확대'한 것이다. 반면 지불가능하고 안정적인 장기임대주택은 턱없이 부족하다. 2004년 말까지 공급된 1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은 33만 호로 전체주택 재고의 2.5%에 불과하다.
  
  현행 공공주택 임대료, 너무 높다
  
  장기임대주택을 제외하면 주택공사와 지자체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임대의무기간 5년이 지나면 분양전환이 가능해 사실상 주택소유의 수단이 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의 경우도 2003년 9월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경우 의무임대기간인 5년의 절반이 지나면 임차인과 협의해 분양전환이 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위해 짓는다는 임대주택의 임대료는 결코 낮지 않다. 주택관리공단이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전국 공공임대주택 입주가구의 25%가 임대료를 제 때 못 내고 있으며 서울은 체납률이 38.6%에 이른다. 정작 주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은 멀기만 하다.
  
  임대주택을 주류로 만드는 쿼터제
  
  임대주택쿼터제(아래 쿼터제)는 자치구 내 총 주택수의 일정비율을 임대주택으로 확보해 해당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 및 서민에게 우선공급하자는 방안이다. 올해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이 제도는 아파트 형태가 아닌 다가구·다세대 매입임대주택을 통해 쿼터를 확보함으로써 기존의 임대아파트단지로 발생한 사회문제를 극복하며, 전 계층이 함께 살 수 있는 통합사회를 지향하는 임대주택 유형이다.
  
  쿼터제는 민간재개발 아파트사업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이 아니라 정부의 국민임대주택기금 및 재정지원과 지자체의 공공임대주택 특별회계의 지원을 받아 공공임대주택을 만들자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개발공사로 변질된 에스에이치(SH)공사를 공공임대주택관리공단으로 전환해 서울시의 임대주택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공사로 활용한다.
  
  제도를 제안할 당시 쿼터 비율을 20%로 정한 이유는, 전체 취업자(2258만 명) 가운데 임시노동자의 비율(503만 명, 22.3%)과 가구소득추이(전국 총가구의 20%가 85만원 미만의 소득)를 고려한 것이다. 이들은 소득증가가 미비해 자산축적을 통한 주택소유주로의 상승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20%는 재정계획을 고려한 임의의 수치이며 필요에 따라 더 높아질 수 있다.
  
  굳이 '아파트'를 신축할 필요 없다…기존 주택 활용해야
  
  한편 쿼터제는 '아파트' 형태를 고집하지 않는다. 기존 임대주택이 도시외곽이나 기존 그린벨트 지역 등 토지수용비가 싼 곳에 위치함에 따라 물리적·사회적으로 격리되는 현상이 큰 문제로 제기되 고 있다. 도시기반시설이 부족함은 물론 거주자들의 통근거리가 증가해 부담은 더하다.
  
  분양 아파트 단지 안에 1개 동이나 1개 단지로 위치하는 고립형 임대아파트는 집값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다. 사회통합을 목표로 하는 쿼터제는 아파트를 신축하는 형태가 아니라 기존 주택을 활용하는 다가구·다세대 매입임대주택방식으로 마을 내 임대주택의 분산배치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실제 노동공간과 근접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효과도 낳아 교통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감소도 기대된다.
  
  쿼터제의 입주대상자는 △자산 및 소득 5순위 중 제1순위(하위 20%) 해당자 △해당 주택에 근거리에 일자리가 위치하는 자 △시장과 시의회가 인정하는 사회적 약자(장애인, 세입자, 비정규직 등)로 사회적 약자가 먼저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프랑스 : 사회통합을 위해 쿼터제는 필수
  
  해외에서는 도시화의 진전에 따른 지가 급등으로 주택소유자가 될 수 없는 계층을 위한 필수적인 사회보장장치로 쿼터제가 이미 실시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1991년 7월에 공표된 '도시기본법'(loi d' orientation pour la ville)에서 인구 20만 명 이상의 광역생활권을 구성하는 지자체마다 관할구역 내 사회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어도 전체주택의 20% 이상이 되도록 했다. 이 법 제1조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기관은 모든 사회구성원의 사회통합과 소외 극복을 유도할 수 있는 생활 및 주거여건을 보장해야 한다. 도시 내 모든 지역은 도시 전체의 삶에서 배제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계층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 이후 2000년 11월에 국회를 통과한 '연대의 도시재건법'은 인구 1만5000명 이상의 지자체를 하나 이상 포함하는 5만 명 이상의 광역생활권에 속한 지자체의 인구가 3500명을 넘을 경우 그 지자체는 관할구역 내 사회주택의 재고를 전체 주택재고의 2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다만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으로 20년이 주어졌다.
  
  영국 런던의 경우도 공공임대주택을 35%로 할당하는 쿼터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쿼터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비정규직 대책과 연동해야
  
  하지만 쿼터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특히 직장에서의 거리를 중시하는 쿼터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로구의 용역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취직해서 강남구에 있는 빌딩에서 청소하는 사람이라면, 사장이 확인해주지 않는다면 강남지역에서 임대주택을 얻지 못할 수 있다. 고용기간이 불안정한 임시직의 경우에도 '노동공간과 근접한 주거공간'이라는 쿼터제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따라서 쿼터제는 비정규직이라는 노동형태를 지양하는 다른 정책과 병행되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거나 비정규직 비율이 낮은 기업들에게 임대주택의 일정부분을 할당하는 유인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입주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임대보증금·임대료 책정방식을 넘어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부과제를 통해 임대료를 낮추는 접근도 필요하다.
  
  한편 서울 등 일부지역에 일자리가 집중됨에 따라 쿼터제가 일자리가 많은 곳에 임대주택을 더 많이 공급해 인구집중을 심화시키고 일자리가 적은 지역의 인구감소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일자리 창출의 전국적인 균형과 함께 해결할 문제다.
  
  주거는 '상품'이 아니라 '기본권'
  
  지난 8월 정부는 2012년까지 116만 호의 장기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공급된 임대주택을 합하면 총 주택의 12% 수준인 184만 호가 임대주택이 되는 것이다. 이어 9월 건설교통부는 "중산층에게도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면서 일정 기간 임대 후 임차인에게 분양전환하는 5년·10년 임대주택과는 달리 우선 분양전환권을 인정하지 않되 임대료는 시장 수준으로 공급되는 '전·월세형 임대주택' 등을 내놨다.
  
  하지만 이것은 집값 불안요인이 발생하면 매각해 수급조절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 집사기 경쟁에 나선 계층을 임대주택으로 돌려 자가주택의 수요를 줄임으로써 집값을 잡겠다는 계획의 일환일 뿐이다. 또한 이미 높은 수준인 시장 임대료를 인정함에 따라 집이 필요한 대다수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쿼터제를 실제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더 고려할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쿼터제가 가진 미덕은 임대주택의 대량공급을 통해 '저소득층의 복지수단'으로 머물러 있는 임대주택을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굳이 '내집'을 마련하지 않아도 임대료 걱정,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주거형태인 공공임대주택의 확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쿼터제는 '내집갖기'가 인생의 목표를 넘어 시장에서 재테크의 수단이 된 현실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주거를 기본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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