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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기사 때문에 삼성서 연락 안 오면 어쩌냐"

MBC 이상호 "대한민국 언론, 삼성 손에 넘어 가"

"언론은 국민의 귀와 눈을 채우는 창문이지만 이미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삼성의 손에 넘어가 있다."

지난해 안기부 X파일을 보도했던 MBC 이상호 기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31일 개최한 '<시사저널> 기사 삭제 사태를 계기로 본 삼성과 언론' 토론회에서는 그 간 삼성이 MBC를 비롯한 언론과 맺어 왔던 관계를 묘사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보도국 간부가 삼성 홍보실로 가도 '자성의 목소리' 없어"

이상호 기자는 이날 X파일 보도와 관련해 MBC 내에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밝히며 삼성이 언론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이 기자는 자신이 신강균 앵커, 강성주 당시 보도국장 등과 함께 지난해 1월 태영으로부터 명품 핸드백을 받은 사실을 인터넷에 고백해 파문이 일었던 이른바 '구찌 핸드백 사건'을 언급하면서 "회사에 태영 로비 사실을 보고했고 관계자들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며 "나는 '패륜아'라는 혐의를 쓴 채 철저히 조직에서 고립됐고, 결국 '패륜아'가 취재해 온 X파일은 보도될 수 없다는 논리로 6개월이 넘도록 X파일은 MBC 전파를 탈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5월2일 MBC의 간판이던 이인용 앵커의 삼성행이 전격적으로 발표됐을 때 단 한 언론도 현직 언론인의 대기업 대변인행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곳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당시 MBC에서는 X파일이 실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진본이라는 사실이 2중, 3중으로 모두 최종 확인된 상태였고 보도를 위한 내부 진행이 한창이었다"며 "그런 중차대한 시점에 보도국 간부가 곧 고발 대상이 될 삼성(계열사)의 홍보 책임자로 옮겨간다는 데도 '나서지 말라'는 경고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여 일을 혼자 고민하다가 삼성자본독재를 고발하고 이인용 앵커의 삼성행을 비판하는 글 '자본독재의 부활'을 홈페이지에 올렸고 이 글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다시 한번 조직의 역풍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선배들은 나를 불러서 '앞으로 옷 벗을 선배들이 많은데 네 기사 때문에 삼성에서 연락이 안 오면 어쩌냐'라고 책망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다른 한 앵커를 지목해 "삼성의 로비스트"라면서 삼성이 현역 언론인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기사를 빼지 못해도, 삼성은 뺄 수 있다"?

▲ ⓒ 시사저널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시사저널> 사태는 X파일 이후 또 한번 삼성이 현재 한국 언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21일 <시사저널>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인 금창태 사장은 삼성의 이학수 부회장과 관련된 3쪽 분량의 기사를 편집국장의 동의 없이 삭제했으며 회사는 편집국장이 이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사표를 제출하자 이튿날 수리했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이번 사건을 '삼성의 로비에 경영진이 굴복한 <시사저널>의 편집권 유린 사태'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자사에 불편한 기사를 막기 위한 삼성그룹의 집요한 로비로 인해 시사주간지 편집국장이 언론계를 떠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의 안철흥 노조위원장은 이런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는 가운데 "14개 주요 방송, 신문사 광고매출액 가운데 삼성그룹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에 이른다"며 "굳이 기업의 압력이 아니더라도 언론 매체가 '알아서 조심'할 수밖에 없는 물적 기반이 마련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비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언론계의 현실에서 광고를 매개로 한 삼성의 대 언론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처장은 "한국 언론들이 광고비와 구독료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언론이 광고에 매여 자본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보다 '옹호와 줄서기'로 버텨갈 때 언론의 존재이유는 전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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