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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장학금'에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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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저소득층 장학금'에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인색

대학생 양극화<4.끝> "땅보다 사람에 투자해야"

미국도 해마다 오르는 대학등록금과 재정적 기반의 불안정으로 인해 장학금을 많이 유치하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간에 차이가 발생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어린시절부터 좋은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저소득층의 장학금 수혜 혜택이 줄어드는 이른바 '대학생 양극화' 현상 역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 장학금과 융자 등의 학자금지원제도가 기본적으로 성적순(Merit-base)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준다'(Need-base)는 기조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들은 여전히 성적위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는 인색한 편이다.

저소득층 장학금 배제, 국립대가 더 심하다

지난 10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도 기준으로 전국 174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지급한 장학금은 1조1619억 원이었는데, 이 중 성적 장학금이 전체의 42.2%(4905억여 원)를 차지한데 비해 가계곤란 장학금은 8.5%(988억3000여만 원)에 불과했다.
▲ 대학은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들어간 후에도 수많은 경제적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대 관악캠퍼스.ⓒ프레시안

특히 국공립대의 경우 성적위주 장학금 지급 편중 현상이 사립대에 비해 더 심했다. 26개 국공립대의 장학금 총액 2542억 원 중 가계곤란 장학금은 4.6%(116억9000여만 원)에 그친 데 반해 성적 장학금은 무려 58.2%(1497억7000여만 원)나 됐다. 서울대의 경우 성적 장학금을 받은 재학생은 1만5190명이었으나 가계곤란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은 그 1/10 수준인 1503명이었다.

정부도 이런 상황 인식 하에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늘리는 방안으로 지난 7월 '학교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대학이 총 학생수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학생에 대해 수업료와 입학금을 면제하거나 감면하되 그 중 경제적 사정이 곤란한 학생이 30% 이상이 되게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만으로는 혜택의 대상이 너무 적다. '10%의 30%'면 전체 재학생의 3%만 혜택을 받는 것이다. 반면 일부 대학들의 장학금 지급 방식을 보면 반드시 '제도 미비'가 원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장학금 받으면 나중에 장학금으로 갚아야"
▲ 최순영 의원실 자료

최 의원의 조사대상 176개 대학 가운데 18개 대학은 성적 장학금 수혜자보다 가계곤란 장학금 수혜자가 더 많았으며, 장학금 규모 면에서도 성적 장학금에 비해 가계곤란 장학금 규모가 더 큰 대학도 10개나 있었다. 대학의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저소득층에게 장학금을 우선 배정할 수 있다는 증거다.

사립대학교인 홍익대의 경우 성적 장학금을 받는 학생수(665명)보다 가계곤란 장학금을 받는 학생수(7987)가 12배나 많았고, 장학금 규모도 성적 장학금(10억8733만 원)보다 가계곤란 장학금(102억5573만 원)이 9.4배 컸다.

연세대학교도 저소득층에게 장학금을 우선 지급한다. 연세대는 성적우수 장학생이 1892명인데 비해 가계곤란 장학생은 2562명으로 오히려 더 많았다.

장학금 규모도 성적 장학금이 25억6200만 원인데 비해 가계곤란 장학금은 54억9624만 원으로 성적 장학금보다 배 이상 규모가 컸다. 연세대학교는 일반장학금을 신청 받을 때 가정 형편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함께 제출 받아 저소득층에게 장학금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장학금제도의 취지에 맞게 학비조달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우선 배정해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교육기회의 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장학금 재원을 확충해 학비 때문에 학업 수행에 지장을 받는 재학생이 없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미국 FAFSA(Free Application for Fedral Student Aid)와 같은 학부모 학비 부담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제도도 연구 중이다.
■성적장학생 수보다 가계곤란 장학생 수가 더 많은 대학교(가나다 順)

=경주대, 경희대, 관동대, 명신대, 상명대, 서울여자대, 성공회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수원카톨릭대, 숭실대, 연세대, 예원예술대, 인하대, 전주대, 칼빈대, 한국항공대, 홍익대

※굵은 글씨는 장학금 규모도 성적장학금보다 가계곤란 장학금이 더 큰 대학.

이 관계자는 또 "미국은 기업들이나 동문들의 장학금 기부가 활발한 편인데, 이는 장학금 혜택을 많이 봤던 동문들이 나중에 자신이 받았던 장학금을 되갚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장학금은 무조건 공짜'라는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장학금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는 동문과 재학생을 직접 연결하는 장학제도도 추진 중이다.

사립대 전학기 대출 받으면 이자 부담만 수천만 원

대학등록금이 급등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200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부모마음 대출)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비부담을 더는데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할 점은 남아 있다. 일단 이율이 6.84%(20년 고정금리)로 다소 높은 편이다. 10년 상환기준으로 보금자리론은 이율이 6.3%이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의 이율은 20년 상환 기준으로 5.2%가량이다.

또 정부가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선별과정을 거쳐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층 이공계 대학생에 대해서는 거치기간 동안 무이자로, 저소득층 비이공계 대학생에게는 거치기간 이율을 2%로 책정했는데,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등록금 보증을 서줬다고 해서 대학생 양극화 해소 임무를 다했다고 자위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화여대 공학계열 06학번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해 8학기를 다닌다고 가정해보자. 1학년인 2006학년도 등록금이 848만 원이었고, 매년 등록금 인상률을 6%라고 가정할 때 2학년 때는 899만 원, 3학년 때는 953만 원, 4학년 때는 1010만 원을 내야 한다. 총 3710만 원의 등록금을 빌려야 한다. 한도 400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게다가 이자부담만 해도 대학재학 기간인 2009년까지 이자만 내며 원금을 거치하고 대학을 졸업하는 2010년부터 1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금을 갚는다고 했을 때, 대학 다니는 동안 갚아야 할 이자만 600만 원에 이르고, 상환기간 동안은 10년 동안 매달 42만7000원씩 납부해야 한다. 14년 동안의 총 이자만 200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지방에서 서울로, 지방 농촌이나 소도시에서 부산이나 대전 같은 광역시로, 혹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대학을 찾아 이른바 '유학'을 하는 대학생들의 '타지생활' 비용까지 합하면 대학 교육비용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매우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 2006년 발표 OECD 교육지표.

교육비 민간부담률 OECD 국가 중 1위…OECD 평균의 4배

통계에서도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은 쉽게 읽을 수 있다. '2005년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학교 교육비 비율은 7.5%로 OECD 평균(5.9%)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 중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은 4.6%로 OECD 평균에 비해 0.6% 낮은데 비해, 민간이 부담하는 비율은 2.9%로 OECD 평균인 0.7%보다 무려 2.2%나 높았고, 미국(2.1%)보다도 높아 OECD 국가들 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교육비의 민간부담이 높은 것은 사립대학 위주의 대학 시스템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학생의 80%는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다. 또 이 OECD 교육지표에는 학원비와 같은 사교육비와 생활비 등이 제외됐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부모의 대학교육비 부담은 통계에 나타난 수치 이상인 셈이다.
※국공립 대학 수업료 면제 국가: 체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랜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스웨덴

한 교육전문가는 "사회양극화 해소가 현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가 되고 대학생들의 교육기회 박탈 문제가 제기되면서 학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상당히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충분한 교육재정 확보 없이 대출 등의 방식으로 민간에 너무 많은 몫을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업시장이 과열되고 있는데, 대학생들의 취업 사교육 시장을 방치해둘 것이 아니라 이미 정착된 사회현상이라면 공적인 영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도 대학생이 되면 스스로 자신의 학비를 부담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왜 이렇게 소홀한지"

정부는 지난 1월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의 브랜드 명칭으로 '인재 강국 코리아'를 선정했다. 굳이 정부가 '인재 강국'을 강조하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부존자원 하나 없이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한 인적 자원으로 지금처럼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의 양극화 현상과 맞물려 교육 현장에서도 개인의 힘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계층화의 벽이 높아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독자는 "우리나라는 미래사회를 위한 투자를 얘기할 때 항상 발전소나 항만, 운하, 도로 등 토목사업에만 천문학적 재원을 쏟아 붓고 있는데, 정작 제일 많이 투자해야 할 곳은 사람이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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